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마다 폭탄이 떨어졌다면, 그 나라가 다시 협상에 나설 이유가 있을까.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2026년 9월 27일 미국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와 다시 협상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제안을 거두지 않았다. 불신과 계산이 함께 담긴 발언이었다.
협상 중에 떨어진 폭탄
아락치가 미국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 2년의 경험에 있다. 이란은 2025년 미국의 제안으로 핵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이 진행되던 중 공격을 받았다. 8개월 뒤인 2026년 2월에도 협상 제의를 받아들였으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다시 시작됐다. 전쟁 뒤에는 석 달 동안 협상해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이 자신이 서명한 합의를 2주 만에 어겼다고 주장한다.
거부된 휴전안, 막힌 해협
인터뷰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제안은 호르무즈 해협 선박 공격을 멈추고 핵 협상을 재개하는 대신 미국의 해상 봉쇄를 풀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7일 안에 해협을 다시 여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 조건으로 동결 자산 해제와 원유 판매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아락치는 미국의 거부 입장이 아직 중재 경로로 공식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직후, 스튜디오의 긴장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직후 출연한 이 방송에서 아락치는 "협상할 준비가 된 만큼 어떤 도전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공격이 재개되면 종말적 전쟁이 되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트럼프를 신뢰하느냐는 진행자 크리스틴 웰커의 질문에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는다"고 짧게 답했다. 미국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란이 선의로 협상에 임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뢰는 무너졌지만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
아락치의 말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의도적으로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 것이다. 협상에 돌아갈 이유는 없다고 하면서도 평화의 기회는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폭격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협에 발이 묶인 유조선과 오르는 기름값 앞에서, 세계는 두 나라가 불신을 넘어 다시 협상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