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는 텅 빈 총회장 안에서만 울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목소리를 높인 지 하루 만에, 가장 아픈 비판이 이스라엘 안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25일 사설에서 어떤 과장된 연설도 이스라엘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덮을 수 없다고 썼다. 국제사회의 외면에 이어 국내 언론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에게 이 연설은 외교 무대라기보다 선거 유세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의 심장부에서 번지는 균열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가장 중요한 동맹인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악관에 친이스라엘 행정부가 들어서 있는데도,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이 워싱턴과의 관계를 오히려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립정부 안의 극우 인사들도 미국 내 이스라엘의 인식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유가·가자·서안, 쌓여 가는 청구서
사설은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유가, 가자지구 작전, 서안지구 폭력, 동예루살렘 사태가 겹치며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이 커졌다고 짚었다. 미국 여론조사에서 특히 젊은 층의 이스라엘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네타냐후는 이번 방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고, 해마다 열던 미국 유대계 지도자들과의 만남도 2년 연속 건너뛰었다. 오랜 후원자였던 트럼프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선거 유세가 된 유엔 연단
하레츠의 분석 기사는 네타냐후가 세계가 아니라 지지층을 향해 연설했으며, 그 대가로 이스라엘의 위상이 희생됐다고 평가했다. 연설 중 네타냐후는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 가담자를 150명가량의 비행 청소년이라고 축소했다. 그러나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은 올해 정착민 공격으로만 팔레스타인인 23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야권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아랍계 의원 아흐마드 티비는 대표단이 줄지어 퇴장하는 영상을 올려 연설을 조롱했다.
거울 앞에 선 이스라엘
하레츠는 모든 이스라엘인이 미국 대중의 눈에 비친 자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무너졌는지, 그것이 양국 관계의 미래에 무엇을 뜻하는지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 연단의 박수보다 무거운 것은 동맹국 젊은 세대의 싸늘한 시선이다. 연설로 가릴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이스라엘은 이제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