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전쟁이 끝난 지 4년 만에, 에티오피아 북부에 다시 포성이 울렸다.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이 다른 무장단체 6곳과 동맹을 맺고 연방정부에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티그라이의 공항 3곳을 장악했고, 이웃한 아파르와 암하라 지역으로 진격하고 있다. 동맹이 내건 목표는 아비 아흐메드 총리 정부의 전복이다. 홍해와 수단 내전 사이에 낀 '아프리카의 뿔'이 또 한 번 거대한 화약고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리토리아 평화의 균열
TPLF와 연방정부는 2020년부터 2년간 내전을 벌였다. 아프리카연합(AU)은 이 전쟁으로 약 60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한다. 2022년 11월 남아공 프리토리아 협정으로 총성은 멎었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암하라에서는 지역 병력 해체 계획을 둘러싼 갈등 끝에 2023년 파노 민병대가 정부에 등을 돌렸다. TPLF는 올해 5월 협정에 따라 세워졌던 임시행정부를 밀어내고 전쟁 전의 지역 행정체제를 되살렸다. 8월 1일 수단 접경에서 시작된 교전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며 전운이 짙어졌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으로
TPLF는 20일(일) 7개 무장·정치 단체가 참여하는 '에티오피아 인민 생존 연합군' 결성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난 전쟁에서 연방군 편에 서서 TPLF와 싸웠던 암하라의 파노 민병대, 오로미아의 반군 오로모해방군이 포함됐다. 동맹은 아비 정부를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23일에는 티그라이 병력이 메켈레·악숨·시레 공항을 점령했고, 에티오피아항공은 이 지역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방어전"과 "전면 공세" 사이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티그라이 지방정부는 연방군이 먼저 공격해 와 응전을 지시했다며 이번 전쟁을 '방어전'이라 불렀다. 반면 아비 총리의 고문 게타추 레다는 TPLF가 아파르와 암하라의 정부 거점을 겨냥해 전면 공세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티그라이 당국은 22일 알라마타 공습으로 14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에서도 교전이 벌어졌다는 일부 외신 주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파괴와 혼돈의 세력, 적대 세력의 내정 간섭을 규탄했다.
다시 끊어진 평화의 끈
동맹 안에서도 서부 티그라이 영유권을 두고 TPLF와 파노의 이해가 엇갈려, 이 연합이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공항이 닫히고 도로가 끊기면 가장 먼저 고립되는 것은 총을 들지 않은 사람들이다. 4년 전 서명한 평화는 끝내 종이 위에서만 살아 있었던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