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이 연단에 서는 동안 회의장은 비어 갔고, 건물 밖은 구호로 가득 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이 끝나자, 이란이 날 선 반박을 내놓았다. 이란 대표단의 고위 외교관은 네타냐후가 설 자리는 유엔 연단이 아니라 법정이라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을 다시 꺼내 든 이 발언은 전쟁 7개월째인 두 나라의 대립이 유엔 무대에서 '정당성 전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체포영장을 든 채 선 연단
ICC는 2024년 11월 가자 전쟁과 관련한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스라엘은 이 결정을 거부해 왔다. 뉴욕 방문 전부터 긴장은 높았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그의 체포를 촉구하자, 네타냐후는 24시간 남짓의 짧은 일정으로 뉴욕에 들어왔다가 연설 당일 밤 귀국했다. 다음 달 치를 이스라엘 총선을 앞둔 상황이었다.
"평화의 기구가 전범에게 무대를 내줬다"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이란 대표단의 고위 외교관 나세르 아사디는 24일(현지 시각) 연설 직후 유엔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 냈다. 유엔은 평화를 지키고 정의를 세우려고 만든 기구이지, 전범에게 발언대를 내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ICC 영장을 상기시키며 네타냐후가 있어야 할 곳은 법정이라고 못 박았다. 연설에서 이란 정권의 몰락이 시간문제라고 한 네타냐후의 발언에 대한 맞대응이기도 하다.
빈 회의장, 뜨거운 거리
네타냐후가 연단에 오르자, 수백 명의 외교관이 한꺼번에 자리를 떴다. 반대로 일어서서 박수를 보낸 이들도 있었다. 네타냐후는 아직 남은 '도덕적 겁쟁이'가 있다면 마저 나가라고 받아쳤다. 같은 시각 유엔 본부 밖에서는 수백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전쟁 반대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쳤다. 이들은 네타냐후를 집단학살 혐의로 심판하겠다는 구호도 외쳤다. 뉴욕 경찰은 연설에 앞서 시위대 수십 명을 연행했다. 이스라엘의 대니 대넌 유엔 대사는 맘다니 시장이 유대인 공동체를 향한 선동을 했다며 오히려 그의 체포를 요구했다.
연단과 법정 사이
유엔 연단에서 자국의 전쟁을 변론하는 총리와, 그를 법정으로 보내라는 적국 외교관. 두 목소리는 서로를 향하지만, 정작 전쟁을 멈출 해법은 어느 쪽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빈 의자와 거리의 구호가 남긴 질문은 무겁다. 정의를 세우라고 만든 무대에서 정의는 언제쯤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