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단에 오른 연설자를 맞은 것은 빈 의자들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총회 연단에 서자 여러 나라 대표단이 줄지어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네타냐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동반자로 치켜세웠다. 이란을 향해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던졌다. 전쟁 7개월째, 국제사회의 고립과 워싱턴과의 밀착이 한 장면에 겹쳤다.
두 개의 전쟁 한복판에서 선 연단
네타냐후의 이번 연설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7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가자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든 시점에 나왔다. 뉴욕 방문 전부터 긴장은 높았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그를 전범이라 부르며 방문 반대 시위를 독려해 왔다. 연설 직전에는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사전 녹화 영상으로 총회에 등장했다. 미국이 2년 연속 팔레스타인 고위 인사들의 비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빈자리를 향한 '일곱 전선' 연설
네타냐후가 입장하자 여러 대표단이 항의의 뜻으로 퇴장했고, 그는 떠나는 이들을 향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연설을 이어 갔다. 그는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이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이란, 이라크·시리아 민병대, 서안지구 무장세력을 상대로 '일곱 전선'의 전쟁을 치렀다고 주장했다. 이란 핵시설 파괴는 재임 중 가장 쉬운 결정이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지도력에 감사를 표했다.
"시간문제"와 "침묵시킬 수 없다"
이란의 앞날을 두고 네타냐후는 그 나라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은 한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적 격변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가자에서의 집단학살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에 대해서는 연루된 이가 소수라고 반박했다. 연설의 날은 맘다니 시장에게도 향했다. 그는 맘다니가 반유대주의적 거짓을 퍼뜨린다고 비난하며, 자신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진실은 막을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박수와 빈 의자 사이의 간극
총회장에 남은 이들의 박수와 비어 버린 좌석은 오늘 이스라엘이 선 자리를 그대로 보여 준다. 워싱턴과의 결속은 어느 때보다 단단하지만, 세계 무대의 시선은 더 차가워졌다. 이란을 향한 '시간문제'라는 말이 협상의 압박인지 또 다른 전쟁의 예고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빈 의자들이 던진 질문에, 이스라엘은 언제쯤 연설이 아닌 대화로 답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