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만에서 홍해로 번진 전쟁의 지도가 이제 인도양을 가리키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고문 야히아 라힘 사파비가 24일, 미국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면 전선이 인도양과 그 너머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양에는 미국과 영국의 전략기지 디에고가르시아가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이 인도양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에서 종전 협상이 오간 바로 그 주에 나온 경고여서 파장이 크다.
호르무즈에서 바브엘만데브까지
올해 들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은 이미 한 차례 바다를 건넜다. 이란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여전히 맞서고 있다. 친이란 세력인 예멘 후티는 최근 홍해 남부 해안선을 장악해, 아시아와 수에즈 운하를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두 해협이 한 전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고지도자 측근이 꺼낸 '인도양' 카드
사파비는 이란 파르스 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 전쟁이 이미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를 넘어 홍해까지 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큰 전쟁이 닥치면 전선이 인도양과 그 너머에 닿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그동안에도 미국의 공습이 재개되면 전쟁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해 왔다. 그러나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고문이 이란에서 약 4,000km 떨어진 인도양을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차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에는 미군 폭격기와 핵잠수함, 구축함이 배치돼 있다.
테헤란의 경고, 뉴욕의 협상
사흘 전인 22일에는 호세인 모헤비 혁명수비대 대변인이 경고를 냈다. 새로운 공격이 오면 무기도, 전쟁의 지리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디에고가르시아는 빈말의 대상만은 아니다. 지난 3월, 이 기지를 향해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영국은 이란을 규탄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했다. 역설적으로 이번 경고는 양국 관리들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종전 협상을 벌인 직후에 나왔다. 이란은 협상 조건으로 경제 제재 해제와 해외 동결 자산의 무조건 반환을 내걸었다.
협상 테이블 아래 놓인 지도
사파비는 인도양의 구체적 표적도, 전선을 열겠다는 결정도 밝히지 않았다. 경고는 어디까지나 '다시 공격받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그러나 조건이 붙은 위협일수록 협상 테이블 아래의 지도는 더 넓어진다. 걸프에서 홍해를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 한꺼번에 흔들리면, 그 파장은 먼 나라의 기름값과 식탁까지 닿는다. 전쟁의 지도가 넓어지는 속도를 외교의 걸음은 따라잡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