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를 위협할 새로운 감염병 위기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가 미래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방어벽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임승관 청장이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하여 제81차 국제연합(UN) 총회 보건분야 고위급회의 일정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주요 의제는 세계 각국의 핵심 공중보건기관 및 국제기구 대표들과 만나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국제회의 참석을 넘어, 전 세계 공중보건 컨트롤타워들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다지고 대한민국의 감염병 대응 리더십을 국제 무대에 각인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임 청장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9월 25일에 열리는 '팬데믹 예방·대비·대응 고위급회의(Highlevel Meeting on Pandemic Prevention, Preparedness and Response)'에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수석대표 자격으로 단상에 오른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겪은 위기를 되돌아보고, 향후 도래할 수 있는 보건 위기에 더욱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한 공동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중추적인 논의의 장이다.
특히 올해 회의는 형평성과 연대라는 확고한 원칙을 바탕으로 팬데믹 극복을 위한 다자간, 그리고 세대 간 협력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상급 리더와 최고위급 대표,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이 대거 집결하며, 논의된 결과물은 향후 국제사회의 철저한 팬데믹 대비 및 대응 방향을 명문화한 '정치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 형태로 채택될 예정이다. 이 선언문은 유엔 회원국 간의 합의를 거쳐 해당 의제에 대한 글로벌 공동 원칙과 굳건한 협력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문서다.
본회의 연설을 통해 임 청장은 과거 코로나19 등 전대미문의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축적한 실전 대응 경험을 전 세계와 적극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감염병 위협을 사전에 포착하는 감시 및 조기 탐지 역량과 지체 없는 신속 대응 시스템이 국가 간 긴밀한 공조와 결합될 때 비로소 거대한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역설한다. 나아가 글로벌 팬데믹 예방과 대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어떠한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기여를 해 나갈 것인지 확고한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뉴욕 체류 기간 동안 치러지는 밀도 높은 릴레이 양자 면담은 글로벌 보건 안보 네트워크를 한층 더 촘촘하게 엮어내는 핵심 동력이다. 임 청장은 세계 공중보건 정책을 좌우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아시아 지역 방역 강국인 싱가포르 감염병청(CDA),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WPRO), 백신 개발의 심장부인 감염병혁신연합(CEPI), 그리고 Resolve to Save Lives(RTSL) 등 굵직한 공중보건기관 및 파트너 기구의 대표들과 잇따라 양자 회담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는 양측의 기존 협력 현황을 정밀하게 점검하는 동시에, 감염병 감시망 구축, 위기 대비 및 신속 대응 전략, 지역사회 보건 안보 고도화 등 핵심 의제를 다룬다. 특히, 차세대 백신 연구개발(R&D)과 최근 의료·보건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및 방대한 보건 데이터 활용 방안 등 미래 지향적인 공통 관심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이에 앞서 임 청장은 9월 23일 개최되는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 창립 20주년 기념 고위급 행사에도 패널 연사로 초청받아 한국의 목소리를 낸다. 국제의약품구매기구는 지난 2006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에 정식 설립되어, 혁신적인 치료법과 첨단 의료기구 발굴을 통해 소외된 이들의 보건 의료 접근성을 대폭 높이는 데 주력해 온 핵심 국제보건기구다. 임 청장은 '혁신에서 접근으로: 향후 20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거시적이고도 심도 있는 주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이룩한 보건 혁신 정책의 눈부신 성과와 경험을 참가국들과 깊이 있게 나눈다. 특히, 최첨단 진단 기법과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백신 등 과학적 혁신의 결과물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모든 계층에게 공평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실천적이고 이타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국제무대로 향하며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확인했듯이, 현대의 팬데믹은 어느 한 국가의 막강한 독자적 역량이나 단편적인 노력만으로는 결코 완벽히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없는 범인류적 공동 과제"라고 통찰력 있게 짚었다. 이어 "이번 유엔총회라는 거대한 무대를 전환점 삼아 다가올 미래 팬데믹에 당당히 맞설 국제사회의 굳건한 연대와 빈틈없는 협력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겠다"며, "한국 또한 그간 쌓아온 독보적인 감염병 대응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자양분 삼아 글로벌 보건 안보 역량 강화에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단단한 포부를 밝혔다.
물리적 국경이 무의미해진 초연결 시대에 진입하며, 신종 감염병 위협 앞에서는 지구상 어느 국가도 온전한 안전지대일 수 없다. 질병관리청이 주도한 이번 다자간 보건 외교는 불확실한 미래의 치명적인 팬데믹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백신이 곧 '국제사회의 끈끈한 연대와 공조'임을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국이 선보이는 혁신적인 공중보건 시스템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속 대응 역량이 촘촘한 글로벌 보건 안보망을 직조해 내는 핵심 마중물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