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가 있지만 몇 달째 연락이 없습니다."
"고립된 것은 혼자 살아서가 아니라 아무도 내 안부를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독사는 더 이상 독거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이 있거나 함께 생활하고 있음에도 정서적으로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계 속의 고독사'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고독사를 '혼자 사는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이 끊어진 결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 증가, 가족 형태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돌봄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다. 맞벌이와 경제활동 증가로 가족 간 왕래가 줄었고, 디지털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실제 대화와 만남은 더욱 감소했다. 함께 살아도 서로의 일상을 모르는 '정서적 단절'이 깊어지면서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험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AI 돌봄 서비스, 스마트 안부 확인, 방문 복지 등 다양한 예방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위기 신호를 발견할 수는 있어도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채미화 센터장(채움심리상담센터)은 "사람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가장 큰 고립감을 느낀다"며 "가족이 있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자주 소통하고 공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과 무기력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랜 관계 단절 속에서 서서히 깊어진다"며 "정기적인 안부 확인과 심리상담, 지역사회 모임 참여만으로도 심리적 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미 센터장(바른재가센터)는 "고독사는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심리와 복지, 사회적 관계가 함께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방문간호와 건강관리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이웃의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화 한 통, 함께 식사하는 시간, 이웃의 작은 관심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돌봄"이라며 "AI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고독사 예방은 위기 가구를 찾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심리상담 확대와 중장년 사회참여 지원, 노인 돌봄 강화, 세대 간 교류 활성화 등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독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이 아니다. 오랜 시간 쌓인 외로움과 단절이 만든 사회의 그림자다. 이제 우리 사회는 '누가 혼자 사는가'보다 '누가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부모님께 드리는 안부 전화 한 통,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 가족과 함께하는 짧은 대화가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고독사를 예방하는 가장 큰 힘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관심과 연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