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테이블의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는데, 테헤란은 청구서의 금액부터 올렸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이 종전 합의를 먼저 깼다고 주장하며 종전 조건을 한층 강화했다고 선언했다. 새 조건에는 예멘 봉쇄 해제와 동결 자산 선지급이 들어갔고, 추가 공격이 오면 보복을 넘어 공세로 나서겠다는 경고도 붙었다. 같은 날 뉴욕 유엔총회에서는 미·이란 간접 협상이 진행됐다. 이 대치의 끝이 타협일지 확전일지 세계가 호르무즈 해협을 주시하고 있다.
종이 위에서 무너진 종전 합의
이란과 미국은 지난 6월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했다. 합의에는 미국의 원유 제재 해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 철회,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의 교전 중단이 담겼다. 그러나 이행 과정에서 합의가 무너졌고, 양측은 서로를 위반 당사자로 지목했다.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틀어쥐었고,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로 맞서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더 높아진 테헤란의 청구서
호세인 모헤비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22일(현지 시각) AFP 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합의를 깨고 또 다른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조건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첫째 조건은 예멘 봉쇄 해제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10년 가까이 후티가 장악한 항구와 공항을 제한해 온 조치를 가리킨다. 그는 이 사안이 이전 합의에는 없던 의제라고 인정했다. 둘째로 이란은 동결 자산 240억 달러를 단계적이 아닌 협상 전, 전액 먼저 풀 걸 요구했다.
테헤란의 경고, 뉴욕의 셔틀 외교
모헤비는 미국이 무모하게 나서 전쟁이 되풀이된다면, 전쟁을 겪으며 단련된 저항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보복에 그치지 않고 공세를 취해 미국이 전례 없는 굴욕을 겪게 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호르무즈 봉쇄가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을 제재로 이란이 입은 피해의 열 배로 키웠다며 미국 주유소를 보라고 했다. 미국이 혁명수비대에 직접 접촉을 시도했지만, 거절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같은 날 뉴욕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가 중재자를 통한 긴 간접 협상 한 라운드를 마쳤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과 합의할지 이슬람공화국을 섬멸할지 '큰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몸값 올리기인가, 판 깨기인가
뉴욕에서는 중재자가 오가고, 테헤란에서는 조건이 쌓였다. 조건을 높이는 쪽이 협상의 몸값을 올리려는 것인지, 판을 깰 명분을 쌓으려는 것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협상이 길어질수록 호르무즈에 발이 묶인 유조선과 치솟는 주유소 가격표의 청구서가 결국 평범한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전쟁을 끝내자고 서명한 종이가 이토록 가벼웠다면, 다음 합의는 무엇으로 지켜 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