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자 있다고 반드시 악화되는 것은 아냐…심장검사와 함께 판단해야
- 유전자별 약물치료 효과는 확인 안 돼…다기관 후속 연구 필요
같은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아도 환자마다 경과는 다르다.
치료 후 심장기능이 회복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심각한 부정맥이나 심부전으로 악화해 심장이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환자 202명의 유전정보와 임상 경과를 분석한 결과, 특정 유전자 변이가 심장이식·사망이나 부정맥 발생, 심장기능 회복과 관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유전자검사가 질환의 위험도를 세분화하고 환자별 관리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유전자검사만으로 환자의 예후를 단정하거나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심장이 커지고 수축하는 힘이 약해지는 질환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 내부 공간이 늘어나고 심장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장이 몸 전체로 충분한 혈액을 보내기 어려워지면서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 생기기도 한다.
관상동맥질환이나 심장판막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등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면 ‘특발성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분류한다. 특발성은 현재 검사로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립보건연구원과 서울아산병원,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국내 급성심부전·확장성 심근병증·장기이식 등록자료를 활용해 60세 이하 특발성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 202명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외래진료 환자 146명과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 56명이다.
허혈성·판막성·선천성 질환 등 다른 원인이 확인된 환자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환자 202명 중 64명에서 질환 관련 변이
연구진은 환자의 혈액에서 DNA를 추출해 단백질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영역을 분석했다. 이를 ‘전장엑솜분석’이라고 한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31.7%인 64명에게서 국제 판정기준상 ‘병원성’ 또는 ‘병원성 가능성’으로 분류된 유전자 변이가 한 개 이상 확인됐다.
병원성 변이는 해당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유전자 변화를 뜻한다.
심장이식을 받지 않고 외래에서 치료받은 환자 146명 가운데서는 심장근육의 구조와 탄력을 유지하는 단백질과 관련된 TTN 유전자 변이가 13.0%로 가장 많았다.
심장근육의 수축에 관여하는 TNNT2 유전자 변이는 6.2%, 세포핵의 구조를 유지하는 단백질과 관련된 LMNA 유전자 변이는 4.1%에서 확인됐다.
이들 유전자에 변화가 생기면 심장근육의 구조나 수축 기능, 전기신호 전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변이가 발견됐다고 반드시 질환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며, 유전자 종류와 환자의 심장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심장이식을 받은 환자 56명 가운데서는 LMNA 변이가 19.6%로 가장 많았고, TTN 변이는 8.9%에서 발견됐다. TNNT2 변이는 이 집단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두 환자 집단에서 관찰된 유전자 변이의 분포를 비교한 결과로, 특정 변이가 심장이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31.7%라는 결과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60세 이하 특발성 확장성 심근병증 환자에게서 나온 수치다.
모든 국내 심근병증 환자에게 같은 비율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 결과는 2026년 7월 국제학술지 ‘심장·폐 이식 저널(The Journal of Heart and Lung Transplantation)’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과 연구진, 게재 사실은 학술지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정보에서 확인된다.
LMNA 변이, 부정맥과 중증 진행에 연관
나이와 성별 등 환자별 차이를 고려한 분석에서 LMNA 유전자 변이는 심장이식 또는 사망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LMNA 변이가 있는 환자는 심실빈맥·심실세동과 심방세동 등 부정맥 발생과도 관련이 있었으며, 심장기능이 회복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반면 TNNT2 변이는 심장기능 회복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TTN 변이는 전체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됐지만, 심장이식 또는 사망 등 좋지 않은 임상 경과와의 뚜렷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결과는 특정 유전자 변이와 환자의 경과 사이에서 통계적인 관련성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유전자 변이가 심장이식이나 사망을 직접 일으킨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다.
TNNT2 변이가 있는 환자는 반드시 회복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연구 결과를 개별 환자의 미래를 확정하는 예측표처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유전자검사가 실제 진료에서 바꿀 수 있는 것
유전자검사가 당장 새로운 약을 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환자의 위험도를 더 세밀하게 평가하고 검사와 관리계획을 조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 집중적으로 관찰할 환자를 가려내는 데 참고할 수 있다
LMNA처럼 부정맥 및 중증 진행과 관련된 변이가 발견되면 의료진은 심장박동과 심장기능의 변화를 더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다. 부정맥 검사와 심장영상검사 결과를 함께 검토하고, 필요하면 중증 심부전 전문진료를 받을 시점도 논의할 수 있다.
▲ 삽입형 제세동기 필요성을 평가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삽입형 제세동기는 몸 안에 넣어두는 의료기기다.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해 전기충격을 보내 정상적인 심장박동 회복을 돕는다.
LMNA 등 일부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는 제세동기 사용 여부를 검토할 때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변이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것은 아니다.
심장 수축력과 부정맥 발생 기록, 심장 전기신호 이상, 가족력 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 유럽심장학회도 유전정보와 심장영상·임상정보를 결합해 위험도를 평가하도록 설명한다.
▲ 가족 중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환자에게 질환 원인으로 판단되는 변이가 발견되면 부모와 형제자매, 자녀 등 가까운 가족은 유전상담을 거쳐 같은 변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변이가 있는 가족은 증상이 없어도 심전도와 심장영상검사로 초기 변화를 살필 수 있다.
반대로 가족이 해당 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고 심장검사도 정상이라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불필요한 장기 검사를 줄일 수 있다.
‘변이 발견’이 곧 ‘질병 악화’는 아니다
유전자검사에서 발견되는 변이는 질환과의 관련 정도에 따라 병원성, 병원성 가능성, 의미 불명, 양성 가능성, 양성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의미 불명 변이’는 질환을 일으키는지 판단할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를 질병의 원인으로 단정하거나 치료 변경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병원성 변이가 확인돼도 모든 사람이 같은 증상을 보이거나 같은 속도로 악화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생활환경, 다른 유전자, 심장기능, 부정맥 여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검사에서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유전적 원인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검사로 찾기 어렵거나 아직 심근병증과의 관련성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 결과는 심장전문의와 유전상담 전문가가 가족력, 심전도, 심장초음파 등 다른 검사 결과와 함께 해석해야 한다.
유전자별 약물치료 효과는 확인되지 않아
이번 연구는 환자의 유전자와 질병 경과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관찰연구다.
유전자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를 바꾼 환자와 기존 방식으로 치료한 환자의 결과를 비교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특정 유전자에 따라 심부전 약을 다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근거도 이번 연구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심장 수축력, 혈압, 신장기능, 부정맥 등 전체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LMNA 변이가 있다고 심장이식이나 제세동기 삽입이 곧바로 필요하다는 뜻도 아니다. TNNT2 변이가 발견됐다고 치료나 관찰을 줄여도 된다는 의미 역시 아니다.
연구진은 앞으로 여러 의료기관의 환자를 장기간 관찰하는 전향적 연구를 통해 유전자별 위험도 평가가 다른 환자 집단에서도 재현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유전정보를 활용한 관리가 실제 치료 결과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젊은 나이에 발병했거나 가족력 있다면 상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면 심장전문의에게 유전자검사의 필요성을 문의할 수 있다.
가족 중 심근병증이나 심부전 환자가 있거나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돌연사가 있었다면 그 사실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국제 지침과 전문가 자료도 가족력이나 원인 불명의 돌연사, 유전질환이 의심되는 특징이 있을 때 유전자검사를 고려하도록 안내한다.
유전자검사는 심전도나 심장초음파를 대신하는 검사가 아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유전자만으로 환자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지 않다. 기존 심장검사에 유전정보를 더해 집중 관리할 환자와 검사가 필요한 가족을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