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맹은 조약문에 다 적히지 않는다. 진짜 설계도는 '대외비' 도장이 찍힌 문서 안에 있다. 2026년 9월, 미국 폭스뉴스가 입수했다는 44쪽짜리 문서가 그 안쪽을 드러냈다. 러시아 이란 협력이 단순한 교역을 넘어, 서방 제재를 함께 비켜 가려는 촘촘한 구조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금융에서 원전, 석유에서 철도까지. 두 제재 대상국이 그린 이 공동 설계도는, 서방 중심 질서에 대한 조용한 이탈 선언에 가깝다.
러시아와 이란은 각각 우크라이나 전쟁과 핵 프로그램을 이유로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 아래 놓여 있다. 두 나라는 그 압박을 함께 견디는 쪽을 택했다. 2025년 1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했고, 그해 12월에는 양국 외무부가 후속 협력 계획에 서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그 밀착의 실행 세부를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뉴스가 검토했다는 44쪽 문서의 제목은 '2024~2026년 러시아연방과 이란이슬람공화국 간 협력 계획'이다. '대외비' 표기가 붙은 이 문서의 핵심은 제재 우회다. 두 나라는 교역에서 자국 통화 사용을 늘리고, 은행 간 대체 결제 통로를 만들며, 디지털 화폐를 이용한 국경 간 결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목표는 하나다. 서방이 장악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원자력이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이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의 연료 공급과 정비, 신규 설비 작업을 이어 가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9월부터 러시아 기술진이 부셰르에 복귀하기 시작했고, 계획 정비와 부분 연료 교체 준비가 진행 중이다. 협력은 에너지에 그치지 않는다. 이란 유전·가스전 개발, 러시아 항공기 부품의 이란 내 생산, 양국 철도 연결이 계획에 담겼다. 특히 러시아를, 이란을 거쳐 페르시아만으로 잇는 '국제 북남 운송 회랑(INSTC)'이 부각된다. 라슈트-아스타라 철도가 완성되면 러시아는 유럽을 거치는 기존 경로를 대신할 새 교역로를 얻게 된다.
이 설계도는 에너지와 금융, 운송과 기술을 하나로 엮은 상호 연결 구조를 보여 준다. 다만 문서가 2024년에 작성된 만큼, 계획된 사업 가운데 지금 어디까지 실제로 이행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워싱턴은 러시아와 이란이 제재를 뚫는 금융망을 구축하면 그것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제재가 두 나라를 갈라놓기는커녕 더 단단히 묶어 놓은 형국이다. 압박이 셀수록 우회로는 정교해진다. 이 문서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