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전통문화의 흔적을 오늘의 생활 속에서 다시 발견하고, 이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과 문화상품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수페그린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조선주 이사장이다.
조 이사장이 주목한 것은 거창한 유물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우리 전통 건축물의 처마 끝을 장식해 온 작은 기와, 수막새였다. 수막새에는 당시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생활문화, 상징과 염원이 문양으로 남아 있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전통의 기록을 박물관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오늘날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경험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페그린협동조합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무대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디자인·라이프스타일 전시회 Maison&Objet Paris(메종&오브제 파리)다. 첫 해외박람회 무대에서 수페그린협동조합은 수막새와 궁중의궤 등 한국 고유의 문화적 요소를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로 풀어낸 제품들을 선보였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쓰임’을 만들다
조선주 이사장이 생각하는 전통문화의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복원이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아름다움을 오늘날의 생활 방식에 맞게 다시 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페그린협동조합이 선보이는 제품에는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수막새의 형태와 문양을 활용한 시계와 오브제, 다양한 색감의 생활소품을 비롯해 전통 자수와 문양을 적용한 패브릭 제품 등으로 전통문화의 범위를 일상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궁중의궤 역시 중요한 디자인 자원이다. 궁중의궤에는 왕실의 주요 의식과 행렬뿐 아니라 당시의 복식과 공간, 사람들의 모습 등이 세밀하게 기록돼 있다. 수페그린협동조합은 이러한 기록문화에서 디자인 요소를 찾아 현대적인 문화상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 문양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이 행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만드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제품 하나를 판매하는 것보다 제품에 담긴 한국의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전통문화가 전시장에서 바라보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이고, 집 안을 장식하고,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는 물건이 된다면 문화유산을 접하는 방식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파리에서 확인한 ‘한국적인 것’의 가능성
수페그린협동조합에게 메종&오브제 박람회 파리 참가는 단순한 해외박람회 참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현대인의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과 상품으로 재해석해 세계 시장에서 직접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글로벌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현장 부스 역시 전통적인 녹색 계열의 공간 연출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분위기를 담았다. 수막새를 활용한 다양한 오브제와 생활용품, 궁중의궤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상품, 전통 자수와 문양을 활용한 패브릭 제품 등이 함께 전시됐다.
여기서 수페그린협동조합이 강조한 것은 ‘옛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었다. 한국의 역사와 기록, 문양과 색을 현대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전환해 세계 소비자와 만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선주 이사장은 국제 전시회일수록 ‘한국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막새, 궁중의궤, 전통문양과 자수, 한국 고유의 색감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이야기가 존재한다. 세계 각국의 수많은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박람회에서 차별화를 만드는 힘 역시 결국 자신만의 뿌리와 이야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조선주 이사장 “지역의 작은 문화자원도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수페그린협동조합의 미래는 단순한 공예품 판매기업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문화와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고 여기에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더해 새로운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할 과거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사용하고 소비하며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원으로 바라본다.
특히 조 이사장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일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라도 오늘날 사람들과 접점이 없다면 대중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통의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쓰임을 만들어낸다면 하나의 문양과 작은 기와 한 장도 디자인·관광·교육·전시·체험·상품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역의 문화자원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드는 과정과도 연결된다. 지역에 존재하는 역사와 문화, 전통기술에 디자인과 콘텐츠를 더하고, 상품화와 체험, 전시, 유통을 결합한다면 지역에서 시작한 작은 이야기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주 이사장은 “수막새는 오랜 시간 우리 건축과 함께해 온 작은 문화유산이지만 그 안에는 당시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삶, 바람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전통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에서 세계 각국의 디자인과 브랜드를 직접 마주하면서 오히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한국의 전통문화가 특별한 날에만 만나는 문화가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자인이 되고, 그 제품이 다시 세계인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수페그린협동조합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의 시선은 이제 수막새 하나에서 더 넓은 지역문화로 향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문화와 사람, 기록과 자연자원을 찾아 현대적인 디자인과 콘텐츠를 입히고 이를 국내외 시장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지역에서 시작해 세계로.’
천년을 견뎌온 작은 수막새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프랑스 파리의 국제무대까지 이어졌다. 조선주 이사장이 이끄는 수페그린협동조합의 도전은 한국의 전통을 과거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상품으로 만들고, 내일의 문화산업으로 이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페그린협동조합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nacho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