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감천/ 이은택 時論
‘관광 특수’라는 장밋빛 전망 속에 출발한 제주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어느덧 도입 20여 년을 넘어섰다.
그 사이 제주는 글로벌 휴양지로 체급을 키웠고, 그 중심에는 단연 중국인 관광객이 있었다. 그러나 비자 없이 열린 제주 바닷길 뒤편으로 무겁게 드리워진 그늘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치와 치안의 균형이다. 무비자로 입국한 후 육지로 무단이탈을 시도하거나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수년째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공공장소에서의 기초질서 미 준수부터 강력범죄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체감하는 도민들의 불안감은 단순한 '외국인 혐오'라는 단어로 치부하기엔 이미 그 수위를 넘어섰다. 비자라는 최소한의 신원 검증 장치가 사라진 자리를 도민들이 불안으로 채우고 있는 셈이다.
더 깊은 골은 경제적 구조에서 나온다. 중국계 자본과 단체 관광객 중심의 덤핑 상품 구조는 정작 제주 지역 소상공인과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과실을 다 돌려주지 못했다. 환경 오염과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도민이 부담하고, 경제적 이익은 일부 대형 자본이 독식하는 불균형이 고착화된 것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숫자의 관광객을 모았는가’라는 양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비자 제도 자체를 당장 전면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전자여행허가제(K-ETA)의 실효성 있는 적용과 출입국 관리 인력 확충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제주의 가치는 무분별하게 문을 열어두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안전한 치안과 지속 가능한 환경, 그리고 도민의 삶이 보장될 때 비로소 ‘찾아오고 싶은 제주’의 가치도 완성된다. 무비자 제도의 빛과 그림자를 직시하고 체질 개선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