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과 상처 외에도 말투·식사·약 복용·금융거래 변화 확인해야
- 의심 단계에서도 상담 가능…긴급하면 112, 노인보호전문기관 1577-1389
추석은 평소 자주 만나지 못했던 부모의 건강과 생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때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처가 생겼거나 특정 가족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통장과 카드 사용 내역을 스스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단순한 노화나 가족 갈등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노인학대는 폭행에 그치지 않는다.
반복적인 모욕과 위협, 재산의 무단 사용, 필요한 식사와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도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징후만으로 학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변화가 반복되거나 여러 징후가 함께 나타난다면 당사자와 따로 대화하고 전문기관에 상담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노인학대 판정 7973건…가정 내 발생 88.7%
보건복지부의 ‘2025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9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신고는 2만6578건이다. 2024년 2만2746건보다 16.8% 증가했다.
현장조사와 사례 판정을 거쳐 노인학대로 확인된 사례는 7973건으로, 전년 7167건보다 11.2% 늘었다.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이 7076건으로 전체의 88.7%를 차지했다. 생활시설은 614건, 이용시설은 87건이었다.
학대행위자는 배우자가 39.4%로 가장 많았고 아들이 23.5%로 뒤를 이었다.
학대가 발생한 가구 형태도 노인부부 가구가 42.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인부부 가구의 비율은 2021년 34.4%에서 2025년 42.3%로 높아졌다.
이 같은 통계는 노인학대를 낯선 사람이 가하는 범죄나 시설 안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족관계 안에서 발생하면 피해 노인이 이후의 생활과 돌봄, 가족관계 단절 등을 걱정해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
폭행이 없어도 학대에 해당할 수 있어
노인학대는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학대와 방임, 자기방임, 유기 등으로 구분된다.
신체적 학대에는 때리거나 미는 행위뿐 아니라 몸을 강제로 묶거나 불필요하게 움직임을 제한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정서적 학대는 반복적인 욕설과 모욕, 위협, 대화 거부, 가족이나 지인과의 접촉 제한 등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없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경제적 학대는 본인의 동의 없이 통장과 카드, 연금, 부동산 등 재산을 사용하거나 재산에 관한 결정을 강요하는 행위다. 자신의 돈을 필요할 때 쓰지 못하게 하는 행위도 살펴봐야 한다.
방임은 식사와 의복, 치료, 약 복용, 위생 관리 등 기본적인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다.
고령자가 스스로 식사나 치료를 포기해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자기방임도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멍뿐 아니라 말투와 생활환경도 살펴야
부모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해서 모두 학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낙상이나 질환, 인지기능 저하, 우울, 경제적 어려움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반복되거나 여러 항목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 설명하기 어려운 멍이나 화상, 상처가 있거나 치료하지 않은 흔적이 보인다.
▲ 특정 가족이나 돌봄 제공자의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 평소보다 말수가 줄고 질문에 직접 답하지 못한 채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본다.
▲ 식사와 약 복용, 옷차림, 위생 상태가 이전보다 크게 나빠졌다.
▲ 진료가 필요한 상태인데도 오랫동안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 통장과 카드, 연금 사용을 본인이 관리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
▲ 전화와 외출, 가족·지인과의 만남이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제한돼 있다.
▲ 생활비가 부족한데도 다른 사람이 재산과 금융정보를 전적으로 관리한다.
치매나 인지저하가 있는 고령자는 진술이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피해 호소를 곧바로 착각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상처와 생활환경, 금융거래 변화, 주변인의 설명 등을 함께 살펴보고 전문기관에 판단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족 앞에서 추궁하지 말고 따로 대화해야
학대가 의심될 때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과 피해 노인을 한자리에서 추궁하면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피해 노인이 보복이나 가족관계 단절을 걱정해 피해를 부인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부모와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누가 그랬느냐”고 바로 묻기보다 식사와 약 복용은 잘되고 있는지, 돈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불편하거나 두려운 사람이 있는지를 차분히 물어보는 방식이 적절하다.
부모가 즉시 답하지 않더라도 말을 재촉하거나 결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이후에도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락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나 생활환경을 기록할 때도 당사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사진과 개인정보를 가족 단체대화방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면 피해 노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추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긴급하면 112…확신 없어도 상담 가능
현재 폭행이 진행 중이거나 생명·신체에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면 경찰 112에 신고해야 한다.
노인학대 상담과 신고는 노인보호전문기관 1577-1389, 정부민원안내콜센터 110, 노인학대 신고 앱 ‘나비새김’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신고할 때는 피해 노인과 학대행위자로 의심되는 사람에 관한 정보, 발생 장소와 기간, 목격하거나 들은 내용을 전달하면 된다.
모든 정보를 알지 못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으며 가족이 아닌 이웃이나 지인도 신고할 수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신고 내용을 확인한 뒤 현장조사와 사례 판정을 진행한다.
학대가 확인되면 상담을 비롯해 의료·법률·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이용을 검토한다.
정부가 밝힌 2026년 기준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 39곳,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는 20곳이다.
신고자의 신분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보호되며, 본인의 의사에 반해 공개돼서는 안 된다.
명절 방문을 한 번의 안부 확인으로 끝내지 않아야
추석 기간에 노인학대가 특별히 증가한다는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명절과 노인학대 발생을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로 연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다만 가족이 모이는 명절은 부모의 신체 상태와 식사, 약 복용, 주거환경, 재산관리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면 명절이 끝난 뒤에도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노인학대는 가족 내부의 일이라는 이유로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의심 단계에서 전문기관에 상담하는 것은 피해를 단정하거나 처벌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고령자의 안전과 필요한 지원을 찾는 과정이다.
도움을 요청할 곳
▲ 긴급한 폭력·생명 위험: 경찰 112
▲ 노인학대 상담·신고: 노인보호전문기관 1577-1389
▲ 정부민원 안내: 110
▲ 모바일 신고: ‘나비새김(노인지킴이)’ 앱
▲ 노인학대 예방 정보: 나비새김 공식 누리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