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은 한 사회가 미래를 조립하는 첫 공장이다. 그 공장에서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막을지가 곧 그 나라의 자화상이 된다. 2026년 9월,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가 그 자화상에 새 선을 그었다. 학교 부르카 금지와 교실 내 외국인 학생 수 제한이다. 멜로니 교육 개혁은 통합의 이름을 달았지만, 그 이름 아래 유럽 우파의 오래된 질문이 다시 고개를 든다. 다름을 어디까지 품을 것인가.
유럽은 지난 15년간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둘러싼 논쟁을 되풀이해 왔다. 프랑스는 2011년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전신 베일 착용을 유럽 최초로 금지했고, 벨기에·오스트리아·덴마크·네덜란드가 부분적으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전국 단위의 전면 금지에 이르지 않았으나, 우파 연정이 집권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번 조치는 그 연장선에 있다.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은 이민과 정체성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아 온 정당이다.
멜로니는 자신의 정당이 주최한 청년 행사 연설에서 새 법안을 예고했다. 학교에서 부르카와 얼굴을 가리는 베일 착용을 금지하고, 한 교실에 들어갈 수 있는 외국 국적 학생 수를 법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탈리아 교육 체계에 적응하기 어려운 외국인 학생의 학부모에게 이탈리아어 학습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다만 그는 교실당 외국인 학생 수의 구체적 상한선은 밝히지 않았다.
멜로니의 표현은 단호했다. 학교에는 얼굴을 드러낸 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를 통합의 열쇠로 제시했다.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학생도 급우와 교사의 도움을 받아 언어를 익히며 사회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조건을 달았다.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외국인 학생이 늘어 교실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무책임이 된다는 논리다. 이탈리아 연구기관 ISMU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 학교에 등록된 학생의 약 11.6%가 비이탈리아 국적이다.
이 법안이 실제로 각료회의를 통과해 시행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상한선 수치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멜로니 정부는 통합을 명분으로 내걸되, 그 통합의 조건을 다수 사회의 언어와 규범에 맞추는 쪽으로 설계하고 있다. 얼굴을 가리는 천 한 장이 왜 이토록 뜨거운 정치의 언어가 되는가. 그 물음의 답 속에, 오늘의 유럽이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려 하는지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