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농업·농촌 자원을 사람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치유의 자원으로 바꾸기 위한 치유농업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주도치유농업사협회(이수영 협회장)는 지난 9월 19일(토) 오후 2시, 치유농장 ‘꽃숨’에서 9월 정기회의를 열고 오는 11월 제주감귤박람회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을 비롯해 치유농업사 역량 강화와 협회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모임은 회의에만 머물지 않았다. 회원들이 실제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프로그램의 구조와 치유적 요소를 몸소 경험하고, 이를 자신의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배움과 체험이 있는 정기모임’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꽃을 고르고 리스를 만들며 만난 ‘쉼’
이날 꽃숨에서는 실제 운영 중인 치유 프로그램을 간략하게 재구성해 회원들에게 시연했다.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는 ‘쉼’이었다.
참가자들은 농장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의 식물과 꽃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마음이 가는 꽃을 직접 골라 채집했다. 이후 각자가 선택한 자연 소재를 활용해 자신만의 리스를 완성했다.
단순히 ‘예쁜 리스를 만드는 체험’에 목적을 둔 것은 아니었다. 농장을 걷고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 꽃을 선택하는 과정, 손으로 식물을 만지고 배열하는 활동, 그리고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까지 프로그램의 각 단계에 치유적 의미를 담았다.
특히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에 시선을 두고 자신의 감각과 마음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회원들은 참여자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직접 경험하면서 활동의 진행 순서와 참여자와의 소통 방식, 치유적 개입의 지점 등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다.
완성된 리스를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도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높였다. 자연에서 보낸 시간의 기억이 하나의 작품으로 남으면서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쉼’의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싱잉볼 명상에서 리스까지…직접 경험하며 프로그램 역량 키운다
올해 협회의 정기모임에서는 회의뿐 아니라 싱잉볼 명상과 자연물을 활용한 리스 만들기 등 다양한 치유활동을 회원들이 직접 경험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치유농업사에게 이러한 경험은 중요하다. 프로그램을 문서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 참여자가 되어 경험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어떤 활동에서 몰입하게 되는지, 진행자의 설명과 개입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등을 직접 체감해야 현장에서 참여자에게 보다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협회의 정기적인 만남은 회원 간 친목을 넘어 치유농업사가 서로의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체험하며 전문성을 높이는 현장 학습의 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11월 감귤박람회 준비…‘만들기’보다 ‘치유의 의미’에 초점
이날 정기회의의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는 오는 11월 감귤박람회에서 선보일 치유농업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협회는 박람회 기간 하루 3회, 오전 1회와 오후 2회씩 5일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 회당 최고 20명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를 염두에 두고, 여러 프로그램을 나열하기보다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현장의 부담을 줄이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에 의견을 모았다.
후보 프로그램으로는 허브 다발을 활용한 스머지스틱, 향기 디퓨저, 가족의 의미를 담는 다육이 화분, 향주머니 등이 제안됐다.
중요한 기준은 단순한 만들기 체험을 넘어서는 것이다. 참가자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그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치유적 경험을 얻어가는가에 프로그램의 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협회는 강사를 공개 모집하고 주강사와 보조강사를 번갈아 배치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야외 홍보부스에서는 유비오맥파 스트레스 측정 체험과 함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기수별 치유농업사들이 부스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협회가 2023년부터 제주감귤박람회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024년에는 ‘제주의 감귤 및 치유농업 자원과 연계한 제주형 치유농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치유농업포럼을 주최·주관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주 농업자원과 치유농업의 연결 가능성을 모색해 온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아동·청소년에서 중장년층까지…현장 넓혀가는 제주 치유농업
제주도치유농업사협회는 2023년 창립 이후 학교와 복지기관, 치매안심센터 등 다양한 현장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2024년에는 제주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위기가정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2025년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아동·청소년 프로그램, 미혼모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초등학교 과학탐구 프로그램, 소외 중장년층 대상 프로그램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이는 치유농업이 특정 연령이나 대상에 한정된 활동이 아니라 아동·청소년부터 중장년층과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생애주기와 대상 특성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농업 기반 서비스임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협회는 이러한 현장 경험을 축적하는 동시에 교육기관과 복지기관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넓혀 치유농업사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에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체험’에서 ‘전문 서비스’로…제주형 치유농업의 다음 단계
치유농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상자의 특성과 요구를 이해하고 적합한 농업자원을 선택해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운영 과정과 변화를 살펴보는 전문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제주도치유농업사협회 역시 앞으로 회원 역량 강화와 프로그램 연구·교육, 정보교류, 유관기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치유농장 컨설팅 등 치유농업사의 전문성을 현장과 연결할 수 있는 사업 방향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제주는 감귤을 비롯한 다양한 농산물과 꽃·허브·텃밭, 농촌경관 등 풍부한 치유농업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교육·복지·돌봄은 물론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체험 및 관광 서비스와 적절히 연결한다면 제주만의 특성을 살린 치유농업 모델을 만들어 갈 여지가 있다.
치유농업은 농업의 가치를 생산량과 소득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협회는 치유농업을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건강 회복을 돕는 농업활동, 즉 농업을 건강 회복을 위한 치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소개한다.
식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에서 몸을 움직이고, 자연의 색과 향을 느끼며 마음의 긴장을 낮추고, 다른 사람과 함께 활동하면서 관계와 소통을 경험한다. 치유농업의 효과를 신체·심리·사회적 영역으로 나누어 삶의 에너지 충전, 스트레스 감소와 자존감 향상, 공감과 사회적 소통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치유농업의 미래는 단순히 ‘농촌에서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는다. 농업의 자원과 전문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사람의 일상과 삶의 질을 지원하는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