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앤스로픽의 파괴적 스캔 관행은 어떻게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았나
▪️AI 기업들은 왜 오염 없는 2022년 이전 도서만 고집하는가
▪️콜라주 작가의 종이 해체와 AI의 파쇄는 무엇이 본질적으로 다른가
▪️일본 日販 사태가 전한 실무 교훈과 한국 출판계의 대응 과제
▪️표 1: 미국 vs 한국 공정이용 판단 기준 비교
▪️FAQ
▪️핵심 인사이트 3가지
▪️핵심 참고자료
▪️[아티스트 소개] 폴 챈, 올리버 와소
▪️전문 용어 사전
▪️함께 읽으면 좋을 기사
2026년 5월 14일 최종 승인 심리를 거쳐 7월 20일부터 22일 사이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가 앤스로픽의 15억 달러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482,460권의 도서를 대상으로 한 이번 결정 이후, 주요 기술 기업들은 AI 학습 데이터 확보를 목적으로 2022년 이전 인쇄본을 대량 매입해 파쇄하는 관행을 가속화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8월 21일 18개 시민단체의 반독점 조사 요구 서한을 접수한 가운데, 이러한 행태는 앤스로픽 도서 파쇄 논란을 넘어 콜라주 작가의 작업 재료 소멸, 일본 닛판 사태로 유발된 출판 시장의 충격, 그리고 한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기준의 모호성이라는 세 가지 파장을 포스트 북 시대의 수면 위로 올려놓았다.

VR 바이저를 착용한 테크 기업 관계자가 실물 도서를 대형 파쇄기에 사재기하듯 넣어 AI 학습 데이터용 푸른 광선으로 추출하는 상단 장면과, 텅 빈 책장 앞 작업대에서 가위를 든 콜라주 작가가 작업 재료의 소멸에 경악하는 하단 장면을 2분할 대조 구조로 풍자한 일러스트
실물 도서의 제본을 잘라 고속 스캔한 뒤 원본을 폐기하는 파괴적 스캔이 법원에서 합법으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 문화적 여파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자르고 붙이는 재해석을 거쳐 물리적 원본을 예술적으로 보존하는 콜라주 기법과 달리, 기업형 파쇄는 원본의 완전한 소멸을 전제로 단지 데이터만을 추출해 낸다. 실물 도서의 멸실이 초래하는 문화유산 소실과 유통 시장의 비대칭성은, AI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앤스로픽의 파괴적 스캔 관행은 어떻게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았나
2025년 6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윌리엄 알섭 판사는 저자 앤드리아 바츠 등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실물 도서를 파괴적으로 스캔하는 행위는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적판 사이트에서 무단 다운로드한 도서 파일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로 파기 대상이지만, 정당하게 대금을 지불하고 사들인 책을 해체해 스캔하는 것은 시장에 새로운 복제본을 추가하지 않는 '1:1 대체 원칙'을 충족한다는 논리였다.
나아가 원본 종이를 영구 파쇄함으로써 잉여 복제를 방지했다는 점이 공정 이용을 성립시키는 핵심 근거로 작동했다. 이후 2026년 7월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가 작품당 약 3,000달러 기준, 총 15억 달러 규모의 최종 합의를 승인함에 따라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물리적 원본을 파괴해야만 무단 복제 혐의를 벗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은, 주요 테크 기업들이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고 서적 시장에서 대규모 도서 파쇄 작업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2년 이전 도서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대형 레이저 스캐너 속으로 들어가 잘려 나가며 푸른 이진법 AI 학습 데이터 줄기로 변해 서버로 흡수되는 공장형 산업 현장을 풍자한 일러스트
AI 기업들은 왜 오염 없는 2022년 이전 도서만 고집하는가
앤스로픽을 비롯한 기술 기업들이 '프로젝트 파나마' 등 대량 매입 사업에서 2022년 이전 출간본만을 지목해 구매한 까닭은 데이터의 순수성과 직결된다. 2022년 말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이후 유통된 도서에는 AI가 생성한 문장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이를 다시 학습에 사용할 경우 모델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델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
저품질 AI 생성물이 인터넷과 출판 시장을 오염시키는 이른바 'AI 슬롭'을 차단하기 위해, 테크 기업들은 인간 고유의 통찰과 문체만이 담긴 2022년 이전 인쇄본을 선별적으로 사들였다. 실제로 중고 서적 중개 플랫폼의 거래 기록에서도 2022년 이전 인쇄본은 AI 오염이 없는 순수 인간 데이터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유통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AI 기술의 최첨단에 선 기업들이 역설적으로 AI가 만들어내지 않은 아날로그 시대의 유산을 갈구하는 현상은, 인간 창작물이 지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스스로 증언하는 모양새다.
콜라주 작가의 종이 해체와 AI의 파쇄는 무엇이 본질적으로 다른가
오랫동안 책을 해체해 물리적 화폭으로 삼아온 예술가들은 기업들의 무차별적 도서 파쇄 행태를 두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작가 폴 챈은 오래된 양장본의 커버와 천을 잘라 콜라주 화폭으로 재탄생시켜 왔으나, 기업들이 산업적 규모로 책을 잘라내어 디지털화한 뒤 찌꺼기로 버리는 행위는 물질적 원본을 영구히 소멸시킨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작가 올리버 와소 역시 자신의 작업이 책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과 물질성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데 반해, 기업들의 고속 스캔과 파쇄는 오직 텍스트 정보만을 뽑아낸 뒤 실체를 쓰레기로 변모시키는 문화적 소멸이라 비판한다.
예술가의 손에서 일어나는 책의 절단은 물질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재해석인 반면, 기업의 기계식 파쇄는 인간 지식의 물리적 유산을 소멸시키는 데이터 추출에 불과하다.
희귀본과 절판본마저 대량 스캐너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현상은 문화적 자산의 접근성을 박탈한다는 면에서 또 다른 파장을 낳는다. 그렇다면 이 문화적 파괴는 한국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책상 전면에 놓인 콜라주 작가의 가위와 종이 잘라내기 작업 도구 너머로, 수많은 실물 도서가 투명 파쇄기에 들어간 뒤 푸른빛의 AI 학습 데이터로 변환되어 상공의 클라우드 네트워크로 흡수되는 과정을 묘사한 일러스트
일본 日販 사태가 전한 실무 교훈과 한국 출판계의 대응 과제
해외에서 벌어지는 도서 대량 파쇄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2024년 11월 일본의 대형 서적 유통사 닛판이 출판사나 저작자의 동의 없이 앤스로픽에 도서를 대량 공급한 내부 문서가 폭로되면서 일본 출판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서적출판협회가 판매 경위와 AI 학습 목적의 신규 공급 중단을 요청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시아권 저작물 역시 법적 보상 체계 없이 AI 기업의 파쇄 대상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 2026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간했으나, 저작권법 제35조의 5가 규정한 4가지 요소 판단 기준은 미국 법원의 1심 판결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 법원이 원본 파괴를 공정 이용의 전제조건으로 해석한 것과 달리, 한국 법리에서는 실물 소멸이 저작권자의 시장 영향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는 2026년 9월 29일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정책포럼을 열고 출판사와 저작자를 위한 AI 사용 원칙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식 공정 이용 판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물리적 원본의 가치와 창작자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하는 한국형 AI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일이야말로 포스트 북 시대의 문화적 소멸에 맞서는 최소한의 법적·예술적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은 공정이용 4요소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미국 법원은 파괴적 스캔을 공정 이용으로 인정한 반면 한국은 법원의 사법적 판단 사례가 없다. 한국출판인회의는 9월 29일 AI 사용 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FAQ
Q : 작가가 AI 학습 데이터에서 자신의 책을 제외할 수 있나?
A :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옵트아웃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한국만화가협회 공청회 조사에 따르면 창작자의 90.2%가 AI 학습 거부 방식을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미국 저작권청에 사전 등록된 작품만 합의금 청구 자격을 얻으며, 등록되지 않은 해외 작가의 작품은 사실상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Q : 한국 작가도 앤스로픽 합의금을 받을 수 있나?
A :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된 저작물에 한해서만 합의금 청구가 가능하다. 한국 작가가 미국 저작권을 별도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 현재로서는 보상금을 수령하기 어렵다. 일본 작가들 역시 닛판을 통해 도서가 유통되었음에도 사전 등록 미비로 동일한 한계에 처해 있다.
Q : 희귀본이나 절판본도 파쇄 대상에 포함되나?
A : AI 기업들은 2022년 이전 인쇄본을 대량 매입하는 과정에서 희귀본과 절판본까지 함께 사들여 스캔 후 파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시민단체들이 FTC에 제출한 서한에서도 소실된 도서 가운데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생존본이 포함되어 있는지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 AI 기업이 책을 파쇄하면 저작권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나?
A : 미국 저작권 등록이 완료된 482,460권의 작품에 대해서는 앤스로픽이 15억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되었다. 행정 수수료와 변호사 비용을 공제하기 전 기준으로 작품당 약 3,00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등록되지 않은 대다수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파쇄 및 학습 과정에서 어떠한 보상도 지급되지 않았다.
Q : 파괴적 스캔은 미국에서만 합법인가? 다른 국가의 상황은 어떤가?
A : 미국 1심 법원은 파괴적 스캔을 공정 이용으로 인정했으나 싱가포르는 실물 파괴 없이도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를 넓게 허용하며, EU는 AI 법안을 통해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은 2026년 2월 저작권위원회가 공정이용 안내서를 냈으나 법원의 사법적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핵심 인사이트 3가지
1. 법적 합법성과 문화적 파괴의 역설
— 2025년 6월 미국 법원은 합법 구매 도서의 파괴적 스캔을 공정 이용으로 인정했으나, 이는 물리적 원본의 영구 소멸을 전제로 하는 문화적 파열이다. 법적 면책이 문화적 정당성을 보장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2. AI가 증언하는 인간 창작의 순수성
— AI 기업들이 2022년 이전 인쇄본만 고집하는 행태는 AI 슬롭 오염과 모델 붕괴를 피하기 위함이다. 역설적으로 AI 기술의 진보가 인간 고유의 아날로그 창작물이 지닌 순수한 가치를 필요로 함을 드러낸다.
3. 한국형 AI 학습 데이터 거버넌스의 시급성
— 일본 닛판 사태는 출판 유통사의 무단 매각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문화유산을 훼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국식 공정 이용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예술가와 출판사, 독자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한다.
[핵심 참고자료]
Authors Guild, "What Authors Need to Know About the $1.5 Billion Anthropic Settlement" (2026.9.4)
앤스로픽 합의금 15억 달러의 배분 비율, 청구 절차, 482,460권의 대상 저작물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자료다.
CBS News, "AI companies accused of hoarding and destroying millions of books" (2026.8.21)
18개 시민단체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출한 반독점 조사 요구 서한의 핵심 내용과 도서 파쇄 관행을 다룬 보도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과 일본, 인공지능 시대의 저작권 제도 논의하다" (2026.9.11)
2026년 9월 11일 개최된 한일 저작권 정부 간 회의의 주요 의제와 생성형 AI 학습 관련 협력 방안을 담은 공식 보도자료다.
ARTnews, "AI Companies Are Destroying Books by the Millions. What Will It Mean for Art?" (2026.9.17)
폴 챈, 올리버 와소, 파블로 엘게라 등 콜라주 및 북아티스트들의 시선에서 AI 도서 파쇄를 조명한 심층 기사다
[아티스트 소개]
폴 챈 (Paul Chan, 1973 년 홍콩 출생)
홍콩에서 태어나 네브래스카에서 자랐으며, 현재 뉴욕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다. 시카고 예술대학 (BFA, 1996) 과 바드 대학 (MFA, 2002) 에서 수학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판화,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며, 특히 책과 인쇄물을 해체해 콜라주와 아상블라주 작품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2014 년 휴고 보스 프라이즈 수상자이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MoMA), 홍콩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올리버 와소 (Oliver Wasow, 1960 년 위스콘신 출생)
위스콘신 매디슨에서 태어났으며, 헌터 대학 (BA Media Studies, 1983) 에서 수학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콜라주·아상블라주 작가로, 오래된 책·잡지·포스터·사진 등 인쇄물을 잘라 붙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우연성과 의도적 구성이 교차하며, 대중문화의 단편들을 재배치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뉴욕, 런던, 도쿄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개최했으며, 작품은 주요 미술관과 개인 소장가에 소장되어 있다
[전문 용어 사전]
▪️콜라주 (collage): 프랑스어 'coller(붙이다)'에서 유래한 예술 기법으로, 신문·잡지·사진·직물 등 다양한 재료를 잘라 한 표면에 붙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12 세기 일본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1912 년 피카소와 브라크가 입체주의 작품에 도입하면서 현대미술의 주요 기법으로 자리잡았다.
▪️ 프로젝트 파나마 (Project Panama): 앤스로픽이 AI 모델 학습용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2022년 이전 실물 도서를 대량 매입해 제본을 절단·스캔한 뒤 원본을 파쇄한 비밀 프로젝트 코드명이다.
▪️ 파괴적 스캔 (destructive scanning): 실물 도서를 구매해 제본을 절단하고 고속 스캔한 뒤 원본을 파쇄하는 행위로, AI 학습 데이터 확보를 위한 산업적 관행이다.
▪️ 공정 이용 (fair use):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예외 조항으로, 이용 목적, 저작물 성격, 이용 비율, 시장 영향의 4가지 요소를 종합 판단한다.
▪️ 모델 붕괴 (model collapse):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사용할 경우 모델의 출력 품질이 급격히 저하되고 오류가 누적되는 현상이다.
▪️ AI 슬롭 (AI slop): 2022년 이후 인터넷상에 무분별하게 양산된 저품질 AI 생성 텍스트로, 테크 기업들이 학습 데이터에서 회피하고자 하는 오염 물질이다.
▪️ 1:1 대체 원칙 (one-to-one correspondence): 물리적 서적 1권이 디지털 1권으로 대체될 뿐 시장에 새로운 복제본이 유출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파괴적 스캔이 공정 이용으로 인정된 근거다.
[함께 읽으면 좋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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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활용 고지: 본 기사는 The Imaginary Pocus의 기획과 편집 방향에 따라 관련 법령·공식 문서·학술자료를 검토해 구성했으며, 자료 구조화와 표·이미지 제작 과정에 AI를 활용했습니다. 최종 내용의 사실 확인과 편집 책임은 The Imaginary Pocus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