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 세계와 만나다”…제10회 제주향토음식품평회·WACS 국제요리경연대회

젊은 조리 인재 한자리에…기술과 창의성 겨루며 새로운 가능성 확인

향토음식 보존 넘어 지역 식재료·관광 잇는 미식 콘텐츠로 확장

제주에서 발견한 지역 음식의 힘…충북에도 이런 무대 마련되길

 

제10회 제주향토음식품평회·WACS 국제요리경연대회 행사장 안내물. ⓒ커리어온뉴스

제주의 맛, 세계 요리와 만나다

제주의 자연이 키운 식재료가 국내외 요리인들의 손끝을 거쳐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했다. 제10회 제주향토음식품평회·세계조리사연맹(WACS) 국제요리경연대회가 2026년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제주 향토음식과 지역 식재료의 가치를 알리고 국내외 조리인들이 실력을 겨루는 교류의 장으로 마련됐다.

 

대회 현장은 조리복을 갖춰 입은 참가자들의 긴장감과 열기로 가득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하나의 요리를 완성해야 하는 참가자들은 재료 손질부터 조리, 플레이팅까지 각 과정에 집중했다. 심사위원들은 완성된 요리를 세심하게 살피며 참가자들의 조리기술과 표현력을 평가했다. 특히 제주산 식재료가 참가자들의 아이디어와 만나 다양한 요리로 변신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익숙한 지역 식재료가 조리인의 창의적인 해석을 거치자 전혀 다른 모습의 음식으로 탄생했다.

 

현장에서 느낀 이번 대회의 매력은 단순히 ‘누가 요리를 더 잘하는가’를 가리는 데 있지 않았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가 새로운 요리가 되고, 그 요리가 다시 지역의 문화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제주 식재료, 요리사의 상상력을 만나다

좋은 식재료가 있다고 해서 저절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식재료를 이해하는 조리인과 새로운 아이디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메뉴가 함께 만들어져야 비로소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번 경연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제주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활용하면서 기존 향토음식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자신만의 조리법과 표현 방식을 더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냈고, 완성된 요리에는 참가자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고스란히 담겼다.

 

품평회 전시경연과 2인 1조 라이브 경연, 개인전 등 다양한 방식의 경연이 진행되면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실력을 선보였다. 해외 4개 대학 21팀, 국내 10개 대학 80팀, 도외 2개 요리전문학원 60팀, 3개 고등학교 8팀이 경연에 출전했으며, 알렌 파머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국내외 24명의 셰프가 심사에 참여했다. 특히 젊은 조리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리대 앞에 선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자신이 준비한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집중했다. 재료를 다루는 손길부터 마지막 플레이팅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참가자들에게는 값진 경험으로 보였다.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는 참가자와 심사위원, 관람객의 시선이 한곳에 모이는 순간도 있었다. 한 접시의 음식이 단순한 경연 작품을 넘어 지역 식재료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경연을 넘어 지역 음식문화를 만드는 무대

향토음식에는 그 지역의 역사가 담겨 있다. 지역의 기후와 지형, 생산되는 농수축산물, 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오랜 시간 음식에 스며들면서 하나의 음식문화가 만들어진다. 제주 향토음식 역시 섬이라는 자연환경과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발전해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향토음식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동시에 젊은 세대가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는 과정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제주향토음식품평회와 WACS 국제요리경연대회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요리경연뿐만 아니라 제주 향토음식 명인과 장인이 참여하는 전통주와 향토음식 관련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전통을 보여주는 것과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한 공간에서 만난 것이다. 특히 조리를 공부하는 학생과 젊은 요리인들에게 이러한 대회는 학교나 주방에서 배운 기술을 실제 경연 현장에서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내외 셰프들의 심사를 받고 다른 참가자들의 요리를 가까이에서 접하는 경험 역시 조리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향토음식의 계승도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다음 세대가 지역 식재료를 이해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며 그 안에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향토음식은 과거의 음식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음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10회 제주향토음식품평회·WACS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하고 있다. ⓒ커리어온뉴스


음식이 지역의 브랜드가 될 때

여행에서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어느 지역을 방문해 무엇을 먹었는지는 여행의 중요한 기억으로 남는다. 어떤 음식은 그 지역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특정 식재료 하나가 지역 전체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제주가 가진 강점 역시 여기에 있다. 제주라는 관광 브랜드와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 향토음식, 조리인의 창의성이 연결되면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그 연결 가능성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지역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경연의 핵심 재료로 활용하고 국내외 참가자들이 이를 새로운 요리로 만들어내면서 제주 식재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됐다.

 

한 번의 요리경연이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가 지속되면 참가자의 경험과 새로운 조리법이 쌓이고,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가 개발될 가능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10회째 이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지역 음식문화를 알리는 일은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다. 매년 새로운 참가자가 등장하고 새로운 요리가 만들어지며 그 과정이 기록될 때 비로소 지역만의 미식 콘텐츠가 축적될 수 있다. 제주의 식재료를 중심으로 국내외 조리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쟁하고 교류하는 모습은 지역 음식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다.


제주에서 떠올린 충북의 맛…우리 지역에도 이런 무대가 생긴다면

대회 현장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충북의 음식과 식재료가 떠올랐다. 충북에도 지역마다 자랑할 만한 농특산물과 향토음식이 많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이 있고, 지역의 맛을 지켜온 음식점과 조리인이 있으며, 새로운 요리를 배우는 학생과 청년들도 있다. 그러나 좋은 식재료를 생산하는 것과 그것을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미식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래서 제주에서 열린 이번 대회가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만약 충북에서도 지역 농특산물과 향토음식을 주제로 조리인과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품평회와 요리경연대회가 지속적으로 열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젊은 조리인의 아이디어를 만나 새로운 메뉴로 탄생하고, 숨어 있던 향토음식이 다시 발견되는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역 농업인과 외식업계, 조리 관련 학교와 대학, 관광 분야가 함께 참여한다면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요리를 지역 음식점이나 축제와 연결하고,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대표 메뉴를 발굴한다면 요리대회의 성과를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경제와 관광으로 확장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제주 향토 식재료를 활용해 다채롭게 구성한 전시경연 작품. 지역의 식재료가 조리인의 창의적인 해석을 만나 새로운 요리로 탄생했다. ⓒ커리어온뉴스

특히 청소년과 대학생, 청년 조리인들에게 지역 식재료를 직접 연구하고 요리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역의 식재료를 가장 잘 이해하는 새로운 세대의 조리인을 키우는 것은 결국 지역 음식문화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를 그대로 충북에 옮겨놓는 것이 답은 아니다. 충북에는 충북만의 자연과 농업이 있고 지역마다 이어져 온 음식문화가 있다. 그것을 찾아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의 식재료가 국내외 요리인들의 손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듯 충북의 식재료에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제10회 제주향토음식품평회·WACS 국제요리경연대회 현장에서 만난 것은 화려하게 완성된 요리만이 아니었다. 지역의 식재료를 요리로 만들고, 요리를 문화로 확장하며, 다시 그 문화를 지역의 경쟁력으로 만들어가는 가능성이었다. 언젠가 충북에서도 지역의 농특산물과 향토음식을 중심으로 전국과 세계의 조리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무대에서 탄생한 한 접시의 요리가 ‘충북의 맛’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작성 2026.09.21 07:49 수정 2026.09.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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