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자연의 근원인 ‘흙’이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손끝을 거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 경기도와 한국도자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26 경기도자비엔날레’가 9월 18일 성대한 막을 올리며, 오는 11월 1일까지 이천, 광주, 여주 등 경기도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 축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땅이 만든다(Earth Makes)'이다. 이는 그동안 인간의 수동적인 도구이자 재료로만 여겨졌던 흙과 땅을 능동적인 창조의 주체로 격상시키며, 도자예술이 나아가야 할 무한한 확장성을 탐구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개최지별로 뚜렷한 정체성을 부여해 관람객들에게 다채로운 시각적 희열을 선사한다. 중심축을 담당하는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는 동시대 현대 미술의 실험적 파격을 확인할 수 있는 본전시가 열린다. 총 14개국에서 초청된 28팀, 67명의 최정상급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해 흙이 지닌 잠재력을 극대화한다. 특히 영국의 윌리엄 코빙, 한국의 김창호와 김시영, 프랑스의 예술가 듀오 세노코즘 등 국경을 초월한 거장들의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흙이 만든다', '땅이 만든다', '지구가 만든다'라는 거대한 3부작 서사로 연출되며, 특별 기획된 '풍경(風景)' 섹션에서는 최성재 도예가의 분청 미학과 장영철 건축가의 한옥 파빌리온 '필정'이 융합된 경이로운 공간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치열한 경쟁을 뚫고 77개국 1,050명의 작가가 1,397점을 출품한 제13회 '국제공모전' 결과물 58점도 공개되며, 대상의 영예를 안은 독일 데이비드 라우어의 '편펀치카드 하우스'는 놓쳐서는 안 될 백미다.
광주 경기도자박물관은 묵직한 장인정신과 한국 도예의 유구한 역사를 되짚어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사상 처음으로 기획된 '우리 시대 도예 명장' 특별전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64인의 명장들이 혼을 담아 빚어낸 걸작들을 통해 전통 기술의 정수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제7회 '아름다운 우리도자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우은주 작가의 '왜곡'을 비롯한 37점의 수상작이 전시되어, 옛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탐구하는 차세대 작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도자기에 깃든 생활문화의 변천사를 다룬 소장품 특별전 역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실용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는 '낯선 전통'이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의 특별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대중에게 익숙한 청자나 백자를 넘어 토기, 옹기, 흑유자기 등 잊혀가던 소재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94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6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 북촌의 갤러리 '지우헌'에서도 9월 1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연계 전시를 진행하며, 실질적인 작품 소장 기회까지 제공한다.
전문가와 대중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부대행사도 역대급 규모로 준비되었다. 이천에서 개최되는 '국제도자학술회의'에는 글로벌 석학 11명이 집결해 도자예술의 미래 청사진을 논의하며, 작가들의 창작 과정을 직관할 수 있는 '국제도자워크숍'도 열린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겨냥한 '키즈비엔날레'는 광주 클레이플레이 교육체험실 일대에서 흙을 직접 만지고 노는 '상상 흙창고', '어스 스튜디오'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류인권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관람을 넘어 흙을 만지고 작가와 교감하는 생생한 체험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행사 성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땅이 만든다'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디지털 시대에 점점 잊혀가는 아날로그적 감수성과 자연의 가치를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명작들을 감상하고 직접 흙과 교감할 수 있는 이번 가을, 경기도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 거대한 예술 축제는 대중의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최고의 문화 힐링 코스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