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장은 조건이 걸린 문이다. 이란이 그 문의 열쇠를 다시 들어 보였다. 2026년 9월 20일, 이란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미국을 향해 짧고 단단한 메시지를 던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조건이 채워지기 전에는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란 미국 협상의 공은 다시 워싱턴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 발언에는 대외용 경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협상 자체를 배신으로 보는 이란 내부의 강경 기류를 향한 답장도 함께 들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던 세계 에너지의 관문이다. 그 물길이 올해 봄 전쟁 이후 사실상 이란의 통제 아래 놓였다. 6월 18일 이란과 미국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14개 조항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60일 안에 최종 합의에 이른다는 설계였다. 그러나 7월 초 전투가 재개되면서 그 설계는 흔들렸다. 갈리바프는 3월 이스라엘·미국 공습으로 지도부가 잇따라 사라진 뒤, 정치와 안보와 성직 엘리트를 잇는 협상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갈리바프는 이란 관영 IRNA를 통해, 테헤란이 외교에서 합리적이되 흥정에는 닫힌 접근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메시지와 조건이 중재자를 거쳐 미국에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못을 박았다. 조건이 이행되지 않고 이란 국민의 정당한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도 호르무즈의 개방도 없다는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그가 미국이 아니라 자국 내부를 겨냥한 부분이다. 갈리바프는 전쟁이냐 협상이냐는 이분법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싸움도 하고 협상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요한 순간에는 가진 모든 군사 역량으로 적을 밀어내 타격을 가하되, 전장에서 승기를 잡고 적이 약해진 때에 외교로 그 성과를 굳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상을 굴복과 동일시하는 시각을 전략적 오류로 규정한 셈이다. 이는 개전 초부터 그가 되풀이해 온 논리로, 6월에는 "우리가 정한 때에 싸우고 우리가 정한 때에 협상한다"는 표현으로 같은 뜻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발언은 두 방향을 동시에 겨눈다. 밖으로는 미국에 조건 이행을 압박하고, 안으로는 협상 무용론에 제동을 건다. 해협은 지금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완전히 열리지도 않았다. 그 반쯤 열린 문 앞에서 이란은 총과 협상 테이블을 동시에 쥐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상대가 그 이중의 손을 신뢰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