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한 상자를 찾아 일곱 곳을 돌았다. 서른다섯 살 시마의 이야기다. 신장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 줄 그 약을 부유한 테헤란 동네의 일곱 번째 약국에서 겨우 손에 넣었지만, 값이 또 올라 있었다. 결국 그는 정량에 못 미치게 나눠 먹기로 한다. 이란 의약품 부족은 이제 통계가 아니라 목숨의 문제다. 미국 제재가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사이, 만성질환자와 중환자가 가장 먼저 벼랑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란은 물량 기준으로 의약품의 97% 이상을 자국에서 만든다. 지난 2월 이란 식약청장 메흐디 피르살레히가 밝힌 수치다. 문제는 그 높은 생산율이 자급자족을 뜻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플린더스대의 페이반드 바스타니 연구원은 국내 제조도 수입 원료와 장비, 기술에 기대며 일부 고가 특수의약품은 반드시 수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화로만 살 수 있는 이 수입 특수약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국면에서 가장 크게 흔들렸다. 미국이 이란 은행을 정밀 감시하고 원유 수출을 가로막으면서, 외화의 원천 자체가 말라붙었다.
이란 약사협회장 샤흐람 칼란타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약 800종의 의약품이 부족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CNN이 접촉한 약국들은 심장약이 처방 브랜드 대신 국산 복제약으로 대체되고, 콜레스테롤약은 값이 크게 뛰었으며, 편두통약은 매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확인했다. 현지 보도는 사정이 더 넓다고 전한다. 항우울제부터 인슐린, 임신 관련 약까지 동났다는 것이다. 공급망 붕괴의 고리도 드러난다. 보험사가 약국에 돈을 주지 못하면서, 전국 1만 8천여 개 민간 약국이 대금을 기다리고 있다. 약국에 밀린 보험 부채는 약 800조 리알, 미화 3억 달러에 이른다.
숫자 뒤에는 얼굴이 있다. 테헤란의 한 어머니는 하나뿐인 딸을 잃은 뒤 먹던 항우울제를 효과가 덜한 국산으로 바꿔야 했다. 올해 독감 백신 접종은 정부가 유럽에서 물량을 들여오지 못해 취소됐다. 암 환자들은 텔레비전과 냉장고를 팔아 값이 치솟은 약을 산다. 익명을 요청한 쉰다섯 살 암 환자는 해외에서 오는 지인 편에 약을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보탰다. 모두가 용감하다고 말하지만, 죽어 가는 사람에게 용감함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전쟁의 상흔도 겹쳤다. 올해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제약사와 공급업체 40여 곳이 파손됐고, 항암제 원료를 만들던 토피그 다루 공장과 100년 넘은 파스퇴르연구소도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식량과 의약품 거래는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다르다. 지난주 워싱턴은 일부 허가에 '거부 추정' 원칙을 도입했고, 은행들은 위험을 이유로 거래 자체를 피한다. 이른바 과잉 준수다. 규정은 인도적 예외를 말하지만, 그 예외를 실어 나를 배가 없다. 카타르에 묶인 자금을 인도적 용도로 풀려던 협상마저 호르무즈 국면에 밀려 멈췄다. 제재는 정권을 겨눈다고 하지만, 그 청구서를 받아 드는 손은 언제나 약국 앞에 선 병자의 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