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리함은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돌려주지만,
때로는 스스로 기억하고 해내는 작은 능력까지 대신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휴대폰을 바꾸고
하나씩 다시 로그인을 한다.
은행도, 자주 사용하던 앱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런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매일 사용하는 앱인데도
자동로그인에 익숙해져
비밀번호조차 잊고 있었다.
편한 게 늘 좋은 줄만 알았다.
그런데 가끔은
조금의 불편함도 필요한가 보다.
잊지 않기 위해서.
지난주 휴대폰을 바꿨다. 기존 휴대폰의 데이터를 새 휴대폰으로 옮기고 나니 대부분의 자료는 그대로 따라왔다. 사진도 있었고, 연락처도 있었고, 평소 사용하던 앱들도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데이터를 옮기는 것과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하나씩 앱을 실행할 때마다 다시 로그인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은행 업무도 다시 인증해야 했고, 자주 사용하던 앱에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다. 그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다.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았다.
매일 사용했는데 비밀번호를 몰랐다
조금 이상했다. 처음 사용하는 앱도 아니었다. 몇 년 만에 들어가는 서비스도 아니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 매일같이 사용하던 앱이었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니 손이 멈췄다. ‘비밀번호가 뭐였지?’ 몇 가지를 입력해보았다. 틀렸다. 다시 생각해보았다. 또 확신이 없었다. 결국 비밀번호를 다시 찾거나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그 앱을 매일 사용했지만 실제로 로그인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한 번 로그인을 해놓은 뒤부터는 자동로그인이 나를 대신하고 있었다. 나는 앱을 누르기만 하면 되었다. 너무 편해서 그것이 편리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다는 것
자동로그인은 분명 편리하다. 매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휴대폰을 열고 앱 하나만 누르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시간도 줄어들고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나 역시 그런 편리함을 자연스럽게 사용해왔다. 그런데 휴대폰을 바꾸면서 그 편리함이 잠시 사라지자 알게 되었다. 편리함 덕분에 나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었고, 입력하지 않으니 기억할 필요도 없었다.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 결국 잊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람은 반복하면서 익숙해진다. 계속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기억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은 조금씩 잊어버린다. 자동로그인이 나 대신 반복해주는 동안 나는 그 과정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던 것이다.
편한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일까
요즘은 참 많은 것이 편해졌다. 휴대폰 하나만 있어도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는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고, 길을 모르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준다.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거의 없고,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의 비밀번호까지 직접 입력할 필요가 없다. 나 역시 이런 편리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굳이 불편했던 과거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한 가지는 생각하게 되었다. ‘편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일까?’ 무언가가 나를 대신해주는 순간,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 않아도 되니 점점 익숙하지 않게 된다. 결국 어느 순간 그것이 없으면 당황하게 될 수도 있다.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편리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나의 태도에 관한 문제였다.
불편함에도 역할이 있었다
비밀번호를 매번 입력하는 것은 분명 귀찮다. 길을 직접 기억하는 것보다 내비게이션을 켜는 것이 편하다.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것보다 검색하는 것이 빠르다. 그런데 작은 불편함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생각하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직접 해보게 한다. 모든 것을 일부러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편리한 기능은 필요하면 사용하면 된다. 다만 가끔은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편리함에 맡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모두 대신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편리함이 사라지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번 휴대폰 교체는 그런 질문을 던져주었다.
삶에서도 너무 편한 것만 찾고 있지는 않을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한 것을 찾는다. 나 역시 그렇다. 쉬운 방법이 있으면 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싶고, 같은 결과라면 힘이 덜 드는 쪽을 고르고 싶다.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삶에서 필요한 능력 가운데에는 어느 정도 불편함을 견뎌야 유지되는 것들도 있다. 운동을 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꺼내 문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으려면 일정한 시간 동안 한곳에 머물러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모르는 상태의 답답함도 견뎌야 한다. 그 과정은 편하지 않다. 그렇다고 모두 없애버릴 수도 없다. 오히려 그 불편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 것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어쩌면 필요한 것은 편리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불편함까지 없애지는 않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편리함을 사용하되 의존하지 않는 것
앞으로 자동로그인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 계속 사용할 것이다. 매번 수많은 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며 살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편하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중요한 정보만큼은 내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비밀번호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편리한 것을 사용하면서도 내가 무엇을 맡기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것. 필요할 때는 스스로 다시 해낼 수 있도록 기본적인 감각을 놓지 않는 것. 편리함을 누리되 편리함이 없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 것. 그 정도의 거리는 필요하지 않을까.
함께 생각해볼 질문
너무 익숙하게 사용해서 이제는 스스로 하는 방법조차 잊은 것은 없는가.
편리한 기능이 사라졌을 때 유난히 당황했던 경험이 있는가.
내가 성장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금의 불편함’은 무엇인가.
편리함을 잘 활용하면서도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남겨두어야 할까.
결국 조금의 불편함도 필요하다
휴대폰을 바꾸었을 뿐이었다. 데이터를 옮기고, 평소 사용하던 앱에 다시 로그인하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밀번호 하나 앞에서 멈춰 섰다. 매일 사용했던 앱인데 비밀번호를 몰랐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자동로그인이 편한 줄만 알았는데,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동안 나는 내가 기억해야 했던 것 하나를 자연스럽게 잊고 있었다. 그렇다고 편리함을 버릴 생각은 없다. 편한 것은 편하게 사용하면 된다. 다만 모든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기억하고 싶다. 조금 귀찮아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조금 번거로워서 한 번 더 움직이고, 직접 해보기 때문에 잊지 않는 것들도 있을 테니까. 어쩌면 삶에는 그런 작은 불편함도 조금쯤 필요할지 모른다.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여전히 스스로 해낼 수 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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