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239화 나의 꿈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건

꿈을 꾸는 것보다 꿈을 말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 것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꿈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꿈을 설명하는 말보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이 더 많은 사람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꿈을 말한다는 것은 아직 이루지 못한 미래를 꺼내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그 말을 책임지는 과정에서 꿈은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는지도 모른다.

지난주, 교회 동생의 아버님께서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퇴근 후 장례식장이 있는 이천으로 향했다. 야근을 마치고 출발한 터라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장례식장에는 조문객이 많지 않았다. 동생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넨 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마침 같은 교회를 섬기고 있는 집사님 내외분이 계셔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지만 서로 다른 속회라 평소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날은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에 관한 이야기도 했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의 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 앞에서 나의 꿈을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젠가 나만의 찻집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글로 남기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준비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지 하나씩 설명했다. 평소 혼자 생각하고 글로 기록하던 내용을 실제 누군가 앞에서 말로 꺼내놓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때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꿈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 지금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말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는 다시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인사를 나눈 뒤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 순간까지는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조금 전 나누었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내 꿈을 말하는 것이 맞는 걸까

혼자 운전하며 집으로 향하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내 꿈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게 옳은 것일까?'

어릴 때의 나는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무엇이 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고,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오히려 자꾸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 밖으로 꺼내야 내가 그 꿈을 잊지 않을 것 같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만큼 더 열심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꿈을 이야기하는 일이 조심스러워졌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일을 너무 쉽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열심히 이야기해놓고 결국 이루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괜히 거창하게 말만 하고 다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예전에는 없던 생각들이 하나둘 따라오기 시작했다. 꿈을 꾸는 것보다 꿈을 말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 것이다.

 

기록으로 남기는 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블로그에도 나의 꿈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남긴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기록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글을 쓴다. 그럴 때에도 비슷한 마음이 든다. 글로 남기면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 그 꿈을 이루었을 때는 지난 기록들이 과정이 될 것이다.

'이때부터 이런 준비를 했었구나.'

과거의 기록들을 다시 바라보며 하나의 길로 연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거창하게 꿈을 이야기해놓고 결국 하지 못한 기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꿈을 모두 꺼내놓는 것이 좋은지. 아직은 마음속에 두는 것이 좋은지. 예전처럼 자신 있게 말하면 되는 것인지. 조금은 조심스럽게 품고 가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그 답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면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과연 맞을까. 그것 역시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내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알아서 발견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어디에서 연결될지 알 수 없다. 내가 꿈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조언을 들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소개해줄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가 연결될 수도 있다. 꼭 기회를 얻기 위해 꿈을 말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적절하게 이야기하는 것 역시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나만의 작은 기준 하나는 세울 수 있었다.

 

말해야 한다면 정확하게 말하자

'어쩔 수 없이 나의 꿈을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정확하게 이야기하자.'

그날 내가 내린 생각이었다. 막연하게 부풀려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이루어낸 사람처럼 말하지도 않고, 아직 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포장하지도 않는 것이다.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보려고 하는지.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은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된다. 준비하고 있는 것은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시도했다가 잘되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것 역시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굳이 나의 꿈을 실제보다 크게 보이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그 꿈은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다. 내가 현재 서 있는 곳을 알아야 다음 걸음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한 뒤에는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에게 나의 꿈을 이야기했다면 그다음에는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꺼낸 말을 스스로 지켜주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써야 한다면 꾸준히 쓰는 것. 책을 읽어야 한다면 계속 읽는 것.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는 것. 필요한 경험이 있다면 직접 해보는 것.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미루지 않는 것. 꿈은 한 번의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멋지게 이야기해도 행동이 따라가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그 말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바라보면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향해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꿈을 설명하는 말보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사람.

 

좋은 꿈보다 살아가는 태도

생각해 보면 꿈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아직 이루지 못했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꿈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도한다고 반드시 원하는 결과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방향을 바꾸게 될 수도 있고,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때로는 끝내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걸어온 모든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꿈을 이야기했다는 사실보다 그 이후 어떻게 살아왔느냐일 것이다. 나는 말만 했는가. 아니면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였는가. 어제보다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무엇인가를 했는가. 결국 꿈의 진심은 말의 크기보다 행동의 반복에서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과정이 나를 소개해주기를

앞으로도 나의 꿈을 너무 쉽게 꺼내놓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애써 숨기고 싶지도 않다. 필요한 순간에는 분명하게 소개할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지금까지 무엇을 준비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다만 그 말을 한 뒤에는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내 꿈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처음부터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내가 써온 글과 준비해온 프로그램, 만나온 사람들과 쌓아온 경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어디를 향해 걸어왔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날. 그때는 나의 꿈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내가 걸어온 과정이 대신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꿈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꿈을 위해 실제로 어떤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가.

언젠가 말보다 내가 걸어온 과정이 나를 소개하게 하려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국 꿈을 소개한다는 건 책임을 더하는 일이다

그날 장례식장에서 나누었던 대화는 짧았다.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나의 꿈을 소개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대화는 하나의 질문으로 남았다.

'내 꿈을 누군가에게 소개한다는 건 무엇일까.'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꿈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조금 분명해졌다. 말을 했다면 그 말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고 현재를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말한 만큼 다시 움직이는 것. 오늘 글 한 편을 쓰고, 책 한 장을 읽고, 준비하고 있는 일의 부족한 부분 하나를 채우는 것. 그런 하루가 쌓이면 언젠가는 꿈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걸어온 시간이 대신 말해줄 테니까.

'나는 이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한마디 뒤에 수많은 오늘이 놓일 수 있도록 살아가고 싶다. 꿈을 크게 말하는 사람보다, 말한 꿈을 향해 하루하루 움직이는 사람으로. 언젠가 다시 나의 꿈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게 되는 날에는 말보다 그동안 걸어온 시간이 조금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9.20 15:59 수정 2026.09.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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