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일 때는 몰랐던 평범한 저녁의 온기를, 혼자가 된 귀갓길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늘 셋이던 길을
오늘은 혼자 돌아간다.
창밖의 불빛은
평소처럼 흘러가는데,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의 목소리도,
아내의 웃음도,
오늘은
병실에 남아 있다.
버스는 집을 향해 가는데
마음은 자꾸
반대편으로 향한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로
나는 집으로 가고,
아이 곁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아내는 그곳에 남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왜 이리 마음이 허전한지.
평소에는 몰랐다.
차 안을 채우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내 하루를
얼마나 따뜻하게 채우고 있었는지.
버스에서 내려
혼자 집으로 걷는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집.
불을 켜도
고요하고,
텔레비전을 켜도
조용하다.
오늘따라
집이 참 넓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평범한 저녁 하나가
이토록
그리운 것이었구나.
오늘은 혼자 돌아왔지만
내일은 다시
셋이 함께 돌아오기를.
그저 평범하게,
시끌벅적하게.
그렇게
우리 집으로.
늘 셋이던 길이 혼자가 되었다
얼마 전, 아들이 병원에 입원했다. 아내는 아이 곁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 남았고, 나는 다음 날 출근해야 했기에 늦은 시간 홀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평소라면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을 시간이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오던 익숙한 길이었다. 때로는 아이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말이 겹쳐 차 안이 정신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날은 달랐다. 나는 혼자 버스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바라본 풍경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거리를 밝히는 불빛도 있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버스 역시 정해진 길을 따라 평소처럼 달렸다. 달라진 것은 풍경이 아니라 내 옆자리였다. 그리고 내 마음이었다.
몸은 집으로, 마음은 병원으로
버스는 집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자꾸 병원으로 돌아갔다. 아픈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이 곁에 홀로 남아 밤을 보내야 할 아내도 생각났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로 나는 집으로 향했고, 아이 곁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아내는 병원에 남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누군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편은 이상하리만큼 허전했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한집에 머무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같은 길을 돌아오고, 함께 저녁을 먹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반복들이 조금씩 쌓여 하나의 일상이 된다. 그날은 그 일상 가운데 두 사람이 잠시 빠져 있었다. 그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다.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목소리가 그리웠다
평소에는 몰랐다. 차 안을 가득 채우던 아이의 목소리가 얼마나 익숙한 배경이었는지. 아내와 주고받던 짧은 대화가 퇴근 후의 피로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덜어주고 있었는지. 때로는 조금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그 시끌벅적함이 그리웠다. 사람은 익숙한 것의 가치를 자주 잊는 것 같다. 늘 곁에 있기 때문에 내일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복되는 일상이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다고 여긴다. 하지만 평범함은 사라지는 순간 전혀 다른 이름으로 다가온다. 그리움이 된다.
아무도 없는 집은 유난히 넓었다
버스에서 내려 혼자 집으로 걸었다.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평소라면 아이가 먼저 반겨주기도 하고, 아내의 움직임이 집 안 어딘가에서 들려왔을 것이다. 그날은 고요했다. 불을 켜도 고요했고, 텔레비전을 켜도 집 안은 조용했다. 이상하게 집이 넓게 느껴졌다. 같은 집이었다. 가구의 위치가 바뀐 것도 아니고, 공간이 실제로 넓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의 빈자리가 공간까지 넓혀놓은 것 같았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집이라는 곳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넓이도, 가구도, 밝은 조명도 아니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존재였다.
평범한 저녁이 사실은 가장 소중했다
그날 나는 평소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일. 같은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 일.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일. 아내와 하루를 나누는 일.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일.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소중한 줄 몰랐던 것 같다. 삶에서 오래 그리워하게 되는 순간은 어쩌면 특별한 여행이나 큰 이벤트만은 아닐 것이다. 함께 집으로 돌아왔던 평범한 저녁. 거실에서 들리던 가족의 목소리. 별것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었던 시간. 그런 순간들이 오히려 삶을 가장 오래 따뜻하게 채워주는지도 모른다.
다시 찾아온 시끌벅적한 일상
다행히 아이는 퇴원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다시 세 식구가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집 안에는 다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고, 평소처럼 하루를 보낸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하지만 그날의 귀갓길을 지나고 나니 같은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때 내가 가장 바랐던 것이 바로 지금의 이 평범함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함께 있다는 것. 다시 시끌벅적하다는 것. 다시 같은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늘 곁에 있어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가족의 모습은 무엇인가.
잠시 떨어져 있었을 때 유난히 그리웠던 평범한 일상이 있는가.
지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자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
오늘의 평범한 하루가 훗날 가장 그리운 장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결국 평범한 함께임이었다
그날 버스 안에서 나는 혼자였다. 몸은 집으로 향했고, 마음은 병원에 남아 있었다. 집에 도착했지만 평소의 집과는 달랐다. 두 사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간은 넓어졌고, 고요함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그날에서야 알게 되었다. 차 안을 채우던 목소리와 집 안의 시끌벅적함이 내 하루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는지를. 지금은 다시 세 식구가 함께한다. 아이의 목소리도 들리고, 아내와 대화도 나눈다. 그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평범함이 결코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래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 그날 버스 안에서 느꼈던 쓸쓸함을 시로 남긴다. 다시 시끌벅적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의 감사함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조금 더 함께하고, 들을 수 있을 때 그 목소리를 조금 더 오래 듣고, 평범한 저녁 하나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으면서.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