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글로 시작한 기록이 어느덧 500개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 숫자 안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과 함께해준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4년 6월 23일. '일상생활소통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첫 글을 남겼다. 그때는 이렇게 많은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하루를 살아가며 느낀 생각과 배움을 기록하고 싶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괜찮았다. 평범한 일상을 지나치지 않고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며, 그 안에서 느낀 마음을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 편을 썼다. 그리고 또 한 편을 썼다. 어느덧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블로그에는 약 620편의 글이 쌓였다. 일상에세이도 쓰고, 오래된 기억을 꺼내 추억에세이로 남겼다. 때로는 마음을 짧은 시로 표현했고, 문학 수필을 쓰기도 했다. 최근에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짧은 단상으로 남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것은 역시 일상에세이였다. 그리고 오늘, 500번째 일상 이야기를 남긴다.
한 편씩 쓰다 보니 500편이 되었다
100번째 이야기를 기록했던 날이 있었다. 처음 세 자릿수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뿌듯했다. 다시 쓰다 보니 200번째가 되었고, 300번째를 지나 400번째 이야기까지 왔다. 그리고 또 한 편씩 써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500이라는 숫자 앞에 서게 되었다. 매번 100편을 채울 때마다 뿌듯했다.
'내가 이렇게 많이 썼구나.'
스스로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500이라는 숫자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숫자가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내가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500편을 쓰겠다고 목표를 세웠다면 오히려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한 편을 썼고, 다음 날 다시 한 편을 썼다. 그 작은 반복이 100편이 되었고, 어느새 500편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기록은 늘 그렇게 쌓였다. 대단한 하루가 아니라 평범한 오늘 하나를 남기는 것으로.
500개의 글이 아니라 500개의 순간이었다
500편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참 많은 장면이 지나간다. 가족과 함께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내와 나누었던 대화가 글이 되었고, 아이가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가 한 편의 이야기가 되었다. 부모님과 함께했던 평범한 식사에서도 생각을 발견했다. 직장에서 경험한 일도 기록했다. 누군가의 행동을 바라보다 나를 돌아보기도 했고, 힘든 하루를 보내면서도 그 안에서 하나의 질문을 꺼내기도 했다. 꿈을 향해 도전했던 시간도 있었다. 잘될 것이라는 확신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이 있었고, 뜻대로 되지 않아 흔들렸던 순간도 있었다. 길을 걷다가 떠오른 생각 하나가 글이 되기도 했다.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아 한 편의 칼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500편의 글은 단순히 500개의 문서가 아니다. 내 삶에서 건져 올린 500개의 순간이다. 그날의 감정과 생각, 사람과 장소가 글 안에 남아 있다. 시간은 지나갔지만 기록 덕분에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삶의 장면들이 되었다.
기록하면서 일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장면들이 있었다. 누군가가 무심코 건넨 말. 퇴근길에 들었던 소리. 가족과 나눈 짧은 대화. 직장에서 있었던 작은 사건.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런 장면 앞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
'왜 이 말이 마음에 남았을까.'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오늘 이 경험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었을까.'
그 질문이 다시 글이 되었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특별한 사건을 찾아다니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500편의 이야기를 쓰는 동안 글만 쌓인 것이 아니었다. 나의 시선도 함께 달라지고 있었다.
혼자 썼지만 혼자 걸어온 길은 아니었다
글은 대부분 혼자 쓴다. 노트북 앞에 앉아 생각하고, 문장을 고치고, 다시 읽으며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여기까지 오는 길이 온전히 혼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내 글을 읽어준 이웃과 구독자들이 있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었다. 때로는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네주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동안 블로그를 쉬었을 때에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먼저 안부를 물어봐 준 사람들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글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응원하고, 위로하며 이어온 시간은 어느새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내 이야기에 함께 웃고 공감해준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는 것. 그 마음들이 다음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한 편의 글을 읽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글이라도 몇 분은 머물러야 하고, 긴 글이라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내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내어 내 이야기에 머물러주는 일이다. 그 사실이 참 감사하다. 나는 글을 쓰면서 수없이 흔들렸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까.'
'내가 계속 써도 될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공감 하나와 댓글 한 줄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 읽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편을 쓰게 했다. 그래서 이번 500번째 이야기를 맞이하며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은 결국 감사다. 지금까지 일상생활소통연구소와 함께해준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500은 끝이 아니라 지나가는 숫자다
이제 다시 501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한 편씩 쓰다 보면 언젠가는 600번째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700번째, 800번째, 900번째도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1,000번째 이야기를 기록하는 날도 맞이하고 싶다. 그때의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까.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을까.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바란다. 그때도 지금처럼 일상을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고, 평범한 하루에서 생각을 발견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순간들을 글로 남기고 있었으면 좋겠다.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살아가는 나의 모습일 테니까.
함께 생각해볼 질문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오며 스스로 뿌듯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평범해서 지나쳤지만 돌아보면 소중했던 순간은 무엇인가.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해준 사람은 누구인가.
오늘부터 하나씩 쌓아 언젠가 꼭 만나고 싶은 나만의 숫자는 무엇인가.
결국 감사다
2024년 6월 23일 첫 글을 쓸 때에는 몰랐다. 한 편이 두 편이 되고, 100편이 되고, 200편과 300편을 지나, 어느 날 500번째 이야기를 쓰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 돌아보면 500이라는 숫자보다 그곳까지 걸어온 시간이 더 소중하다. 기뻤던 날도 썼고, 힘들었던 날도 썼다. 가족을 바라보며 썼고,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며 썼다. 꿈을 생각하며 썼고, 때로는 흔들리는 마음도 그대로 기록했다. 그렇게 글 속에 나의 삶을 조금씩 남겨왔다. 그리고 그 길을 함께 읽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공감해주고, 댓글을 남겨주고, 안부를 물어주며 다음 글을 기다려준 사람들. 그래서 500번째 이야기는 나 혼자 만든 숫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나였지만, 계속 쓰게 해준 힘 가운데에는 분명 함께해준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다. 500번째 이야기까지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제 500번째 이야기를 마친다. 그리고 다시 501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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