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독한 통증과 함께 피부에 띠 모양의 수포를 형성하는 대상포진은 흔히 계절 교체기나 과로 이후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대상포진을 단순한 피부 질환으로 오인하여 연고를 바르며 방치하곤 하지만, 이 질환의 본질은 신경계에 침투한 바이러스성 신경 질환이다.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병원체는 어릴 적 흔히 앓고 지나는 수두의 원인균과 동일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다.
수두에 걸렸거나 예방접종을 받은 후, 이 바이러스는 완치된 것처럼 보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인체의 척수 신경절이나 뇌신경절 내에 잠복한 상태로 수년에서 수십 년간 숨어 지낸다.
수포 터지면 타인에게 옮을까?!! 대상포진 전염성과 감염 경로
대상포진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바로 '전염성'이다.,
결론부터 정밀하게 팩트체크하자면, 대상포진은 감기나 독감처럼 공기를 통해 쉽게 전파되는 일반 감염병과 달리 독특한 감염 경로를 지닌다.
이미 수두를 앓았던 성인끼리는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하더라도 대상포진 형태로 전염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포(물집)가 형성되어 있는 동안, 그 속의 진물에는 상당한 양의 활성화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존재하므로 직접적인 피부 접촉에 따른 감염 위험은 명백히 존재한다.
문제는 과거에 수두를 앓은 적이 없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맞지 않은 소아, 영유아, 임산부, 그리고 극도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이다.
이러한 대상이 대상포진 환자의 터진 수포 진물과 직접 접촉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와 대상포진이 아닌 '전신 수두'의 형태로 감염이 발생한다.
드물게 수포가 매우 광범위한 전신형 대상포진 환자의 경우 공기 중 비말을 통해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수포에 딱지가 앉을 때까지는 상처 부위를 소독된 거즈로 덮어 진물 접촉을 차단해야 하며, 영유아나 임산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사용한 타월과 의류를 분리 세탁하는 철저한 위생 수칙이 이행되어야 한다.
단순 피부병을 넘어선 극통의 공포?!!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의 치명성
대상포진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피부에 돋아난 물집 그 자체에 있지 않다.
피부 발진과 수포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2~3주 내에 흉터를 남기거나 딱지가 앉으며 회복되지만, 진짜 비극은 피부 증상이 모두 사라진 후에도 찾아올 수 있다.
바로 합병증 중 가장 치명적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바이러스가 신경절과 신경 섬유를 공격하면서 신경 세포를 파괴하고 변형시켜, 피부가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신경통을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들이 호소하는 통증의 수준은 상상을 초과한다.
칼로 살을 베어내는 듯한 느낌, 스치기만 해도 옷깃에 불이 붙은 듯한 극심한 작열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매일같이 지속된다.
스치는 바람이나 가벼운 옷깃의 촉각마저 극심한 통증으로 받아들이는 '이식증(Allodynia)' 현상까지 동반되어 환자의 수면을 파괴하고 우울증과 불안 장애, 극심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60대 이상의 고령층이나 초기 통증이 매우 심했던 환자일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될 확률이 50% 이상으로 치솟으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신속한 의학적 개입이 절실하다.
72시간 골든타임을 지켜라?!! 초기 치료 수칙과 백신 접종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공포로부터 신체를 완벽히 사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골든타임 수칙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발진 및 수포가 발생한 지 '72시간 이내'에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받는 일이다.
피부에 편측성(몸의 한쪽)으로 띠를 이루는 발진이나 수포가 관찰되는 즉시, 72시간 골든타임 내에 항바이러스제 복용을 시작해야만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고 신경 손상의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초기 치료가 지연될수록 신경 파괴가 진행되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비극으로 이행될 확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두 번째 골든타임 수칙은 발병 전 성실한 '예방백신 접종'을 이행하는 것이다.
과거에 사용되던 약독화 생백신에 비해 최근 도입된 유전자 재조합 사백신인 '싱그릭스(Shingrix)'는 50대 이상 성인에서 97%에 달하는 압도적인 예방 효과를 나타내며, 백신 접종 후 형성된 면역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
백신은 대상포진의 발병 자체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뿐만 아니라, 설령 대상포진에 걸린다 하더라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악화하는 비율을 90% 이상 획기적으로 낮춰준다.
신속한 항바이러스 치료와 백신 접종이 건강을 지키는데 필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