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현대인에게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생활 습관 중 하나는 운동 부족이다. 출퇴근은 자동차나 대중교통에 의존하고 업무와 여가 활동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하루 30분 동안 편안한 속도로 달리는 ‘슬로우 조깅’이 심장과 혈관을 지키는 생활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슬로우 조깅은 걷기보다 조금 빠르지만 일반 달리기보다 속도를 낮춘 유산소운동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강도를 유지한다. 운동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체력에 맞춰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 성수동에 거주하는 60대 직장인 이모 씨는 건강검진에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뒤 슬로우 조깅을 시작했다. 김 씨는 “예전에는 무조건 빨리 달려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포기했다”며 “지금은 퇴근 후 5분 걷기, 20분 천천히 달리기, 5분 정리 걷기로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 정도 지나자 계단을 올라갈 때 숨이 덜 차고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가벼워졌다”며 “하루 30분이라는 목표가 부담스럽지 않아 일주일에 네다섯 번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계 숫자보다 운동을 거르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을 가장 큰 변화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슬로우 조깅과 같은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심장이 혈액을 효율적으로 내보내도록 돕고 심폐지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혈압과 혈당, 체중을 관리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성인의 심혈관질환 사망과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반대로 신체활동이 부족한 사람은 충분히 활동하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0∼30% 높다고 지적한다.
하루 30분 운동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일주일에 5일 실천하면 150분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심장협회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최소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운동 또는 75분의 고강도 유산소운동을 권고한다. 아울러 근력운동을 일주일에 2회 이상 실시하고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일 것을 권한다.

생활체육 전문가는 “슬로우 조깅의 운동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특정 속도를 맞출 필요는 없다”며 “호흡이 평소보다 조금 빨라지지만 대화가 가능한 정도라면 중강도 운동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30분을 계속 달리는 것보다 3분 걷기와 2분 달리기를 반복해도 충분하다”며 “심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하루에 강한 운동을 몰아서 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여러 차례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30분을 한꺼번에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출근 전 10분, 점심시간 10분, 퇴근 후 10분처럼 나눠서 움직일 수 있다. 미국심장협회도 짧은 시간의 신체활동을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실천하면 전체 활동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슬로우 조깅을 시작할 때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처음 5분은 천천히 걸으며 몸을 데우고 이후 짧은 보폭으로 가볍게 달리는 것이 좋다.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어깨와 팔에는 힘을 빼야 한다. 발이 몸의 중심에서 지나치게 멀리 떨어진 곳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운동을 마친 뒤에는 다시 천천히 걸으며 심박수를 낮춰야 한다.
심혈관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 중 가슴 통증이나 심한 호흡곤란, 어지럼증, 식은땀, 불규칙한 두근거림이 나타나면 즉시 운동을 멈춰야 한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으로 치료받고 있거나 오랫동안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진과 적절한 운동 강도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무더운 날에는 기온이 낮은 시간대를 선택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거나 길이 미끄러운 날에는 실내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 등으로 바꾸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운동 후 통증이나 심한 피로가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면 시간과 강도를 줄이고 충분히 회복해야 한다.
슬로우 조깅의 가치는 빠른 기록이나 많은 거리에 있지 않다. 매일 또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30분을 자신의 몸에 투자하는 습관에 있다. 숨이 너무 차지 않는 속도로 천천히 달리는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심장과 혈관은 더 건강한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