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없는 병상 9만 개 넘었지만…환자 돌볼 인력·운영체계는 ‘숙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829개 의료기관으로 확대…중증도 반영한 인력 배치·보상체계 개선 요구

정부, 병상 확대 중심 정책에서 서비스 질·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로 전환 추진

정은경 장관, 고대 구로병원 방문…인력 배치·보상체계 개선 의견 청취

  •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참여 제한 풀었지만 지역 격차·중증환자 수용은 과제
  •  
  • 보호자 없는 입원 확대하려면 병상 수보다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 마련해야

 

보호자나 사적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하지 않아도 병원 인력이 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9만 병상을 넘어섰다. 

 

정부는 앞으로 단순한 병상 확대에서 벗어나 환자의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인력 배치, 병동지원인력 확충, 의료기관 보상체계 개선을 포함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호자 대신 병원 인력이 간호·간병 제공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지원인력이 팀을 이뤄 간호와 일상생활 보조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보호자나 개인이 고용한 간병인이 병실에 계속 머물지 않아도 병원 인력이 환자를 돌보는 방식이다.

 

고령화와 가족구조 변화로 가족이 입원환자를 직접 돌보기 어려워지고 사적 간병비 부담이 커지면서 서비스 확대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참여 의료기관과 병상을 단계적으로 늘려왔다. 

도입 당시 88개 의료기관, 7,443병상이었던 규모는 2020년 573개 기관, 5만7,321병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829개 기관, 9만96병상까지 확대됐다.

 

2025년 기준으로는 대상 의료기관의 약 54%인 822곳과 대상 병상의 35%인 8만8,736병상이 서비스에 참여했다. 

연간 이용자는 288만 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는 당시 일반병동에서 사적 간병인을 이용하는 경우와 비교해 환자 한 명당 하루 약 10만8,000원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이 금액은 환자의 입원 조건과 이용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간호사와 지원인력이 입원환자의 건강 상태릏 살피며 간호하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현장은 병상 확대와 함께 인력 기준 개선 요구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을 찾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병원 경영진과 간호부서 관계자, 현장 간호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2016년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가 높은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병실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간담회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의 수요를 고려해 참여 병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동시에 환자의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충분히 반영한 인력 배치 기준, 병동지원인력 확충, 의료기관의 운영 여건을 고려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는 건의도 제시됐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비율이 높고 병동과 환자에 따라 필요한 간호량의 차이가 크다. 

 

현장에서는 모든 병동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환자의 간호 필요도와 돌봄 요구를 세분화해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했지만 참여는 제한적

정부는 2023년 발표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통해 중증 수술환자와 치매·섬망 환자, 복합질환자 등을 위한 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 계획을 제시했다.

 

이 병실은 일반적인 중환자실 입원 대상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관찰과 집중적인 간호·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당시 정부는 중증환자 전담병실에 간호사 1명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8명을 배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환자의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인력 배치 및 의료기관 보상과 연계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그러나 2024년 7월 제도를 도입한 뒤 올해 4월까지 실제 운영기관은 9곳에 그쳤다. 

 

특히 비수도권 참여기관은 없었다. 

엄격한 참여 요건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이 서비스 확산을 제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올해 4월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수 제한을 해제했다. 

기존에는 병원당 4개 병동까지만 운영할 수 있었지만, 개선 이후에는 별도의 병동 수 제한을 두지 않는다.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포괄 2차 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전담병실 참여 요건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전담병실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기존 77곳에서 173곳으로 확대됐다.

비수도권 참여 가능 기관도 32곳에서 128곳으로 늘었다.

 

병상 수 늘어도 인력 확보 안 되면 운영 어려워

이번 현장 의견의 핵심은 병상을 지정하는 것만으로 서비스가 실제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환자의 중증도와 돌봄 요구에 맞는 간호인력과 지원인력이 확보돼야 병원을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다.

 

중증환자가 많은 병동은 관찰과 처치뿐 아니라 식사, 이동, 위생관리 등 일상생활 지원에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수의 환자가 입원해 있더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업무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인 인력 기준은 현장 종사자의 업무 부담을 높이고 중증환자 수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인력 배치를 늘리더라도 이에 맞는 건강보험 보상과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의 참여가 지속되기 어렵다.

 

정부도 올해 4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문제로 최근 병상 증가세 둔화와 중증환자 수용 기피,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공식적으로 지적했다. 

 

이번 현장 간담회에서 인력 배치와 보상체계가 주요 과제로 다시 제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병상 확대 넘어 장기 로드맵 마련

정은경 장관은 그동안 병상 확대에 정책의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환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고 의료기관도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를 위해 “장기적 시각의 로드맵을 마련할 시점”이라며 현장 의견과 실제 운영 성과를 검토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새 로드맵에는 환자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반영한 인력 배치 기준, 병동지원인력의 역할과 규모, 의료기관 보상체계, 중증환자 전담병실 확대, 지역별 서비스 격차 해소 방안 등이 주요 검토 과제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로드맵의 발표 시기와 병상 확대 목표, 필요한 인력 규모, 건강보험 재정 투입 계획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제기된 건의가 최종 정책에 어느 범위까지 반영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2023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연간 이용자를 당시 약 230만 명에서 2027년 40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는 해당 목표의 유지 여부나 달성 전망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새 로드맵이 기존 확대 목표를 어떻게 조정하고 인력·재정 대책을 뒷받침할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작성 2026.09.19 16:43 수정 2026.09.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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