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 위의 작은 점 하나가 세계 물류를 흔든다. 2026년 9월 11일, 예멘의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의 화산섬을 손에 넣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막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를 내보내려 돌려 둔 마지막 우회로가 그 섬의 사정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번 국면을 이란의 마지막 카드로 읽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선은 예멘이지만, 청구서는 세계가 받는다.
2월 28일 전쟁이 터졌을 때 예멘의 후티는 말만 보탰다. 미사일이 없어서도,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었다는 것이 카타르대 알리 바키르 교수의 분석이다. 테헤란이 대리 세력을 언제 어떻게 투입할지 정하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 사이 사정이 바뀌었다. 호르무즈가 막히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을 홍해 쪽으로 돌렸고, 후티는 7월 20일 사우디 선박과 항만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포했다. 대체 항로가 곧 새로운 표적이 된 셈이다.
9월 10일 후티는 홍해 연안의 항구도시 모카와 두바브를 손에 넣었고, 다음 날 해협 한가운데의 페림섬, 예멘식 이름으로 마윤섬을 장악했다. 하니시 제도까지 더해져 예멘 쪽 홍해 연안 전체가 이들 손에 들어갔다. 바브엘만데브는 세계 교역량의 약 12%, 해상 석유 수송의 11%, 액화천연가스의 8%가 지나는 길목이다. 평시라면 희망봉 우회로 감당할 수치다. 문제는 세계의 다른 석유 병목이 이미 닫혀 있다는 점이다. 같은 날 사우디는 이라크에서 날아온 무인기 공격으로 동서 송유관 가동을 멈췄다. 복구에 3~5주가 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잔과 아브하, 나즈란은 경보 상태다.
후티군 대변인 야히야 사리는 항행이 모두에게 안전하다고 했다가 사우디 선박만은 예외라고 정정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더 신중하다. 안드레아스 크리크는 모카와 두바브, 페림을 쥐어도 해협 서쪽 연안이 예멘 밖이므로 완전한 통제는 아니라고 짚는다. 다만 통항을 위협하고 차단할 능력은 비약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채텀하우스의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정부군의 지휘 난맥과 빈약한 무장을 원인으로 든다. 유엔난민기구는 전투 재개 이후 최소 10만 명이 피란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왕세자는 미국의 군사 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나,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측이 개입을 말아 달라 했다고 언급했다.
바키르는 이 수를 테헤란의 계산으로 읽는다. 자국군을 새 전선에 보내지 않고도 에너지 흐름에 두 번째 카드를 쥐었고, 걸프 국가들의 균열을 깊게 했으며, 8월 7일 메카에서 체결된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 3국 공동방위협정의 내구성을 시험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협정의 첫 시험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이란 쪽에서 왔다. 남쪽의 후티, 북쪽의 이라크 민병대, 동쪽의 이란. 리야드는 세 방향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후티가 새로 얻은 자리를 지킬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자리가 가장 취약한 지점이 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