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나이 들수록 발이 중요하다 9편(최종) 발 건강과 낙상
9편 발이 아프면 왜 넘어지기 쉬울까…시니어 ‘걷기 건강’은 발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면 발이 아프거나 발가락 모양이 변해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발은 서 있을 때 몸을 지지하고, 걸음을 내디딜 때 지면을 밀며, 몸이 흔들릴 때 자세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발 통증이나 변형, 발목 움직임의 제한이 있으면 보행과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발이 아프다고 반드시 넘어지는 것은 아니다.
낙상은 하체 근력과 균형 능력, 보행 상태, 시력, 복용 약물, 만성질환, 어지럼증, 신발, 주거환경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발 건강은 낙상 위험을 살필 때 확인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발 통증과 변형, 낙상과 어떤 관련이 있나
2018년 국제학술지 《Maturitas》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는 지역사회 거주 고령자 가운데 낙상을 경험한 사람에게 발 통증과 무지외반증, 작은 발가락 변형이 더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가락으로 바닥을 누르는 힘과 발목의 움직임 등 발의 기능도 낙상과 관련된 요인으로 보고됐다.
이 결과는 발의 통증과 기능 저하가 낙상 위험을 평가할 때 고려할 요인임을 보여준다.
다만 포함된 연구마다 대상과 평가 방법이 달랐고, 관찰연구가 중심이어서 특정 발 문제가 낙상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발이 아프면 통증 부위에 체중을 덜 싣기 위해 보폭이나 체중 이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무지외반증처럼 엄지발가락의 정렬이 변하거나 발가락 관절이 아프면 걸음을 내디딜 때 불편을 느낄 수 있고, 발목 움직임이 제한되면 계단이나 경사진 길, 문턱을 지날 때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통증 때문에 활동량을 줄이면 하체 근력과 균형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낙상 이후 생긴 두려움으로 일상 활동을 줄이면 몸이 약해져 다시 넘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발가락 힘과 발목 움직임도 살펴야
발가락과 발목은 서거나 걸을 때 몸을 지지하고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발가락으로 바닥을 누르는 힘이 약하거나 발목의 움직임이 줄면 몸의 흔들림에 대응하거나 발을 옮기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2006년 《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에 발표된 전향적 연구에서는 발과 발목의 여러 특성을 조사한 결과, 발 통증과 발목 움직임의 제한, 발가락으로 바닥을 누르는 힘의 저하 등이 이후 낙상과 관련된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역시 관련성을 확인한 것이므로 발가락 근력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낙상 원인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발바닥 감각도 중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나 다른 신경질환으로 감각이 떨어지면 발이 바닥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발의 저림과 화끈거림, 감각 둔화가 지속되거나 상처가 생겼는데도 잘 느끼지 못한다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통증의 원인을 먼저 구분해야
발 통증이 있다고 같은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지외반증은 돌출된 엄지발가락 관절의 압박과 통증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족저근막병증은 주로 발뒤꿈치 바닥 안쪽에 통증이 나타난다.
후천성 평발은 발의 아치와 발목 정렬이 변하면서 통증이나 보행 불편을 일으킬 수 있다.
갑자기 엄지발가락 관절이 붉게 붓고 심하게 아프다면 통풍을 포함한 급성 관절염을 감별해야 한다.
발뒤꿈치 통증도 족저근막 문제뿐 아니라 지방패드 이상, 피로골절, 신경 압박, 아킬레스건 질환 등 원인이 다양하다.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통증을 참고 걷거나 깔창과 교정용품에만 의존하면 필요한 진료가 늦어질 수 있다.
발 통증이 지속되거나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와 운동, 신발 조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 관리 프로그램이 낙상을 줄인 연구도
발과 발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핀 연구가 있다.
2011년 국제의학학술지 《BMJ》에 발표된 호주의 무작위 대조시험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발 통증이 있고 낙상 위험이 높은 지역사회 거주 고령자 305명이 참여했다. 평균 연령은 74세였다.
연구진은 중재군에 통상적인 발 관리와 함께 발·발목 운동, 깔창, 신발 선택 상담과 구입비 지원, 낙상 예방 교육을 제공했다. 12개월 동안 중재군의 낙상 발생률은 통상적인 발 관리만 받은 대조군보다 36% 낮았다.
낙상 발생률비는 0.64였고, 95% 신뢰구간은 0.45∼0.91이었다.
그러나 모든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2017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고령자 1,010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복합 발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한 REFORM 연구에서는 중재군의 낙상 발생률이 다소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다만 두 번 이상 넘어진 사람의 비율은 중재군 27.6%, 대조군 34.6%로 중재군에서 낮았다.
두 연구의 대상과 조건이 달라 결과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또한 운동과 깔창, 신발 조정, 교육을 함께 적용했기 때문에 어느 한 방법이 단독으로 낙상을 줄였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정 깔창이나 교정용품 하나만으로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도 되지 않는다.
신발은 푹신함보다 ‘잘 맞는지’가 중요
신발은 발과 바닥이 만나는 조건을 바꾼다.
크기가 맞지 않거나 발을 제대로 고정하지 못하는 신발은 걸을 때 불편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쿠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고령자에게 안전한 신발이라고 볼 수도 없다.
신발을 고를 때는 다음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 - 발가락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앞코 공간이 충분한가
- - 발볼과 발등을 지나치게 압박하지 않는가
- - 끈이나 벨크로 등으로 발등을 조절해 고정할 수 있는가
- - 걸을 때 뒤꿈치가 신발 안에서 과도하게 들뜨지 않는가
- - 밑창이 심하게 닳거나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는가
- - 신발을 신었을 때 통증이나 저림이 생기지 않는가
발 크기와 모양은 좌우가 다를 수 있다.
가능하면 양쪽 신발을 모두 신고 매장 안을 걸어 보며 압박 부위와 뒤꿈치의 고정 상태를 확인한다.
발 변형이나 감각 저하가 있다면 신발을 선택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발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발가락과 발목 운동은 발의 근력과 움직임을 유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발가락을 벌렸다 모으거나 발목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고, 안전한 지지물을 잡은 상태에서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방식 등이 있다.
그러나 낙상 예방 운동은 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39개국 전문가 96명이 참여한 세계낙상지침 태스크포스는 2022년 발표한 국제 합의 지침에서 낙상 위험이 있는 지역사회 거주 고령자에게 균형 운동과 기능 운동을 포함한 개인 맞춤형 운동을 권고했다.
운동은 개인의 능력에 맞게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고, 정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시한다.
최근에 넘어졌거나 서 있을 때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사람은 혼자 어려운 균형 운동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주변의 안정적인 지지물을 사용하고,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재활·운동 전문가에게 현재의 근력과 균형 상태를 평가받아야 한다.
운동 중 통증이나 어지럼증이 심해지면 중단하고 원인을 확인한다.
낙상 위험, 발만 확인해서는 안 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발 통증과 부적절한 신발을 고령자 낙상 위험 요인에 포함한다.
이와 함께 하체 근력 저하, 보행·균형 문제, 시력 저하, 일부 약물, 집 안의 장애물과 같은 환경 요인도 제시한다.
대부분의 낙상은 여러 위험 요인이 겹쳐 발생하므로 한 가지 요인만 고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반복해서 넘어지거나 걷는 모습이 불안해졌다면 다음 항목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 - 발 통증과 변형, 굳은살, 상처, 감각 저하
- - 하체 근력과 균형, 보행 상태
- - 어지럼증과 일어설 때 나타나는 혈압 변화
- - 시력 저하
- - 졸림이나 어지럼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복용 약물
- - 집 안의 문턱과 작은 깔개, 전선, 미끄러운 바닥
- - 야간 조명과 침실에서 화장실까지의 이동 경로
- - 신발의 크기와 고정 상태, 밑창의 마모
복용 중인 약물이 의심돼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처방약과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복용 목록을 보여주고 낙상 위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복해서 넘어지면 종합 평가 필요
새로 발생한 심한 발 통증이나 붓기, 열감과 발적, 체중을 싣기 어려운 증상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감각 저하가 심해지거나 상처가 낫지 않는 경우, 발 모양이 빠르게 달라진 경우에도 진료가 필요하다.
최근 반복해서 넘어졌거나 넘어질 뻔한 일이 잦아진 사람, 걷다가 자꾸 발끝이 걸리는 사람, 보행이나 균형 능력이 눈에 띄게 나빠진 사람은 발 검사뿐 아니라 낙상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좋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힌 뒤 의식 변화나 심한 두통, 반복적인 구토, 팔다리 힘 빠짐 등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진료받아야 한다.
특히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머리 손상 여부를 의료진에게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
발을 살피는 일은 걷는 생활을 지키는 일
이번 시리즈에서는 발 건강 총론을 시작으로 무지외반증, 족저근막병증, 다양한 발뒤꿈치 통증, 성인 평발, 깔창과 교정용품, 신발, 통풍, 발 건강과 낙상을 차례로 살펴봤다.
질환마다 원인과 치료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발의 통증과 변화를 ‘나이가 들어서 당연한 일’로만 여기지 않아야 한다.
통증의 원인을 확인하고, 발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며, 발과 발목뿐 아니라 하체 근력과 균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발 관리만으로 모든 낙상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발 통증과 기능 저하를 살피는 것은 낙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종합적인 관리의 한 부분이다.
안전하게 걷는 능력을 지키는 일은 외출과 장보기, 사람들과의 만남처럼 독립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나이 들수록 발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나이 들수록 발이 중요하다
시리즈를 마치며
「나이 들수록 발이 중요하다」는 발 건강 총론부터 무지외반증, 족저근막병증, 발뒤꿈치 통증, 성인 평발, 깔창·교정용품, 신발, 통풍, 발 건강과 낙상까지 총 9편으로 구성했다.
발의 통증과 변화를 방치하지 않고 원인에 맞게 관리하는 것은 걷는 능력과 독립적인 일상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