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또 손질 거래 숨통 틔우나, 정책 일관성은 시험대
신청기한 2027년 말까지 연장 갱신계약 1회 최대 2년도 유예 인정
요건 충족 땐 매수자 입주 2029년까지 가능 세입자 낀 주택 거래 확대 기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의 실거주 유예제도를 시행 넉 달 만에 다시 손질했다. 유예 신청 기한을 1년 연장하고 기존 임대차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까지 유예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에 숨통을 틔우고 세제 개편에 따라 시장에 나올 매물을 실제 거래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에서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한편, 토지거래허가제의 실거주 원칙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기존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유예 범위도 넓어진다. 현재 임대차계약의 잔여기간뿐 아니라 갱신계약 1회에 대해서도 최대 2년까지 추가 유예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관련 요건을 충족한 주택은 매수자의 실제 입주 시점이 2029년까지 늦춰질 수 있다. 다만 매수자는 올해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실제 입주한 뒤에는 2년간 거주해야 하는 의무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세제 개편에 따라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매물이 토허구역의 실거주 규제에 막혀 거래되지 못하는 문제를 일부 해소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전문가들도 우선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매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제 개편으로 나올 매물이 토허제에 막히는 엇박자를 풀고, 갱신계약까지 인정해 세입자가 사는 집이 거래되면서도 임대 물량으로 남도록 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제만 바꿔서는 매물이 실제 거래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매도인이 세제 변화에 따라 매각에 나서더라도 매수자가 실거주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세제는 매도 시점을 움직일 수 있지만 그 매물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거래 규제가 함께 조정돼야 한다"면서도 "갱신까지 인정하면 매수자 입주가 수년 뒤로 미뤄지는 만큼 실거주 목적 거래만 허용한다는 토허제 본래 취지와의 정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에서 유예를 늘리는 방식이 반복된다는 것은 반대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5월 도입한 실거주 유예제도를 넉 달 만에 다시 확대했다는 점도 논쟁거리다. 시장 상황에 맞춰 규제를 현실적으로 보완했다는 평가와 함께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조치가 실제 주택 거래량 증가로 직결될지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수요자의 현실적인 거래 여건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거래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거주·실수요를 전제로 하는 일반 매수자들이 1년 뒤나 1년 반 이후 같은 장기 시점의 입주 예정일과 잔금 지급일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어차피 주택 매도가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은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도의 잦은 변경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잦은 수정·보완은 정책이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조치가 세제 개편과 맞물리면 내년 규제지역의 거래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임차인의 계약기간을 존중하면서 무주택자가 내년에도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돼 거래 가능한 매물의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제 개편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함 랩장은 "내년 규제지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요율 인하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안이 확정되면 매물 증가나 거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 역시 세제 개편에 따른 혜택 축소를 앞두고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의 매도 물량이 내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토허구역에서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실거주 요건 때문에 매수자를 찾는 데 제약이 있었다. 이번 유예 확대가 이러한 매도·매수 간의 간극을 일정 부분 좁혀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 연구원은 "이번 유예 조치로 세제 개편을 앞두고 출회되는 매물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게 됨에 따라 매매 매물이 부족한 현 시장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갱신계약을 실거주 유예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주택 매매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의 계약기간뿐 아니라 계약갱신까지 인정하면서 매매와 임대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거주 계획을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김효선 위원은 "갱신계약 인정은 매매가 일어날 때마다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를 끊는다는 점에서 전월세 시장에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 역시 이번 조치의 성격을 전세 공급 확대보다는 거래제도 보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이번 대책은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매매와 임대차 간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매수자들의 실입주가 본격화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임대주택으로 사용되는 주택이 매매된 뒤 매수자의 실거주 주택으로 전환되면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 물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제 개편을 계기로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 등이 보유 주택을 대거 처분할 경우 매매 매물은 증가하지만 동시에 전월세 공급은 감소하는 상반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남 연구원은 "임대사업자, 비거주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된다면 전월세 매물 역시 동반 감소하는 효과가 있어 현재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실거주 유예 확대의 효과는 '거래 가능한 매물 증가'와 '실제 거래량 회복'이 얼마나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거래 장벽을 낮추고 임차인의 계약기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길어질수록 토허구역의 핵심 원칙인 실거주 목적 거래와의 정합성 문제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향후 실입주 과정에서 전월세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난 5월 도입한 제도를 불과 넉 달 만에 확대했다는 사실도 향후 정책 운용의 과제로 남는다. 시장 상황에 따른 탄력적인 보완과 정책의 일관성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기준을 세울지가 토허구역 제도의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