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움은 계속되는데, 문은 열렸다. 2026년 9월 17일 워싱턴이 내린 결정이 그렇다. 미국 이란 비자 승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음 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직접 발을 딛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막혀 있고 핵 협상은 멈춰 있다. 그런데도 비자는 나왔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발급된 이 서류 한 장이, 지금 가장 주목받는 외교 신호다.
유엔 본부가 뉴욕에 있다는 사실은 미국에 권한이 아니라 의무를 지운다. 1947년 체결된 본부 협정에 따라 미국은 총회에 참석하려는 각국 대표단의 통과를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전면 차단 권한은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워싱턴은 그동안 분쟁 상대국이나 외교적 이견이 큰 나라의 지도자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 이번 회기에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화상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이번 결정은 더 눈에 띈다.
9월 17일, 미국 국무부는 이란 '핵심 대표단'과 필수 수행 인력에 대한 비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은 비자 관련 정보 보호 규정을 이유로 익명을 전제로, 그 명단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다만 조건이 붙었다. 대표단 규모는 예년보다 줄었고, 이동 범위 제한과 사치품 구매 금지 방침이 적용된다. 접견실 문은 열되 복도는 좁혀 놓은 형태다.
시점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두 나라는 6개월 넘게 교전 상태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았고, 핵 협상이 재개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에너지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길목이어서, 봉쇄가 길어질수록 국제 유가는 오른다. 여기에 미국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다고 지목한 예멘 후티의 홍해 공격이 늘어난 국면이 겹친다. 미국 언론이 이번 조치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유엔 총회 제81차 회기의 일반토의는 9월 22일 뉴욕에서 시작된다. 두 나라 대표가 같은 건물 안에 있게 된다는 뜻이다.
비자 한 장이 전쟁을 멈추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화의 문이 물리적으로 닫히는 것과 열려 있는 것은 다르다. 총성이 오가는 중에도 마지막 통로 하나는 남겨 두겠다는 계산이 이 결정에 담겨 있다. 문제는 그 통로를 누가 먼저 걸어 들어가느냐다. 뉴욕의 다음 일주일이, 그 답의 첫 실마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