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에는 값이 있다. 그런데 그 값이 상대국 지도자의 자리라면, 그것은 이미 값이 아니다. 2026년 9월 17일 테헤란에서 나온 한 문장이 그렇다.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 달라는 요구에 이란은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퇴진을 맞받아 내걸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200일째 되는 날이다.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지나던 물길은 여전히 반쯤 닫힌 채다. 그 문 앞에서 유조선도, 유가도, 사람들의 장바구니도 함께 멈춰 서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이전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던 통로다. 세계 석유 공급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그 물길이 올해 봄 이후 사실상 이란의 통제 아래 놓였다. 6월 서명된 양해각서는 7월 초 전투 재개로 무너졌다. 이란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갈 뜻이 없다고 못 박고, 통항 선박에 자국 연안을 따라가는 항로를 요구한다. 8월 8일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재개방 조건을 열거했다. 위협 중단, 해상 봉쇄 해제, 역내 미군 철수, 제재 해제, 동결 자산 반환, 전쟁 피해 배상이다.
9월 17일, 조건이 하나 더 붙었다. 최고지도자 정치 보좌관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는 사회관계망에 올린 글에서, 이란 전사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때까지 호르무즈를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이란 국민이 시작한 보복의 첫 단계로 규정했다. 개전 200일에 맞춘 성명이었다. 졸가드르는 3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 라리자니의 뒤를 이어 안보 회의 서기를 맡았다가, 8월 모흐센 레자이에게 자리를 넘기고 현직으로 옮긴 인물이다.
문장은 거칠었다. 침략자의 뿔을 꺾고 제국주의 세력을 무릎 꿇리겠다는 표현이 이어졌고, 석유를 약탈하는 손을 영구히 끊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미나브와 라메르드에서 숨진 민간인들을 거론하며 희생자의 복수를 다짐했다. 워싱턴의 어조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이란의 물가와 자금난을 지켜보겠다는 취지로 말해 왔다. 현실은 두 언어 사이에 있다. 해상 정보업체 마리스크스는 해협이 완전 봉쇄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오만 쪽 항로로 하루 300만~500만 배럴이 여전히 오간다. 테헤란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은 없으며 오만과 임시 항로를 논의할 뿐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한다.
요구 조건이 상대국 지도자의 퇴진까지 올라가면, 그것은 협상 카드라기보다 협상 거부에 가깝다. 다만 이런 발언은 대외 압박인 동시에 내부를 향한 신호이기도 하다. 전쟁 200일, 테헤란 안에서 강경파와 현실파의 셈법이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해협은 지금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완전히 열리지도 않았다. 세계 경제는 그 반쯤 열린 문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