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상 나타나기 전 찾아 치료할 수 있을까…조기진단·예방 연구 확대
- 운동·식사·혈관건강 함께 관리…생활습관 개입도 임상시험으로 검증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 가운데 하나가 치매다.
그렇다면 지금 의학은 치매를 어디까지 찾아내고 치료할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초기 환자의 인지·일상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치료제가 실제 진료에 들어왔고, 혈액으로 뇌의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를 확인하는 검사도 등장했다.
연구는 타우와 염증·면역, 혈관 등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다만 이미 떨어진 기억력을 되돌리거나 치매를 완치하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치매약 나왔다는데…기억력을 되돌리는 약은 아니다
최근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 가장 큰 변화는 증상만 조절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질병의 진행에 영향을 주는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약이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레카네맙을 2023년 정식승인했고 도나네맙을 2024년 승인했다.
주된 치료 대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단계다.
레카네맙의 3상 임상시험에서는 18개월 동안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의 변화를 평가하는 CDR-SB 점수가 치료군에서 평균 1.21점, 위약군에서 1.66점 악화했다. 치료군의 악화 정도가 0.45점 적었다.
따라서 치료 효과를 이해할 때는 ‘기억력이 좋아졌다’와 ‘기억력 등이 나빠지는 속도가 느려졌다’를 구분해야 한다.
현재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의미는 후자에 가깝다.
국내에서도 레카네맙 허가…초기 환자가 대상
국내 환자에게도 먼 이야기는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5월 레카네맙 성분의 ‘레켐비주’를 허가했다.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치료 대상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기’라는 조건이다.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바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도 아니다.
환자의 임상 상태와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등을 확인한 뒤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효과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뇌부종·미세출혈 위험도
새로운 치료에는 위험도 따른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에서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부작용은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이라고 부른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두통이나 혼란, 어지럼증, 시각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치료 과정에서 MRI 검사로 상태를 살핀다.
유전적 특성에 따라 이런 부작용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
‘APOE ε4’라는 유전적 특성을 부모 양쪽에서 하나씩 물려받은 사람은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의료진은 치료 효과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 상태와 유전적 특성, 뇌출혈 위험 등을 함께 살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새 치료제가 등장했다는 사실만큼 누구에게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지, 부작용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유다.
“피검사로 알츠하이머 찾는다”…어디까지 사실일까
진단 분야의 변화도 빠르다.
특히 주목받는 것이 혈액 속 p-tau217이다.
p-tau217은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될 때 뇌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단백질 지표다.
혈액에서 이 수치를 측정하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뇌에 쌓여 있을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26년 33개 연구, 6,138명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생물학적으로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을 구분하는 데 높은 진단 성능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실제 진료에 사용할 수 있는 검사도 등장했다.
미국 FDA는 2026년 8월 혈액 속 ‘p-tau217’이라는 단백질을 측정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의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혈액검사 ‘Elecsys pTau217’을 허가했다.
대상은 55세 이상이면서 인지저하와 관련한 증상이나 호소가 있는 사람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병리를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검사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의 생물학적 병리를 확인하는 데 아밀로이드 PET나 뇌척수액 검사 등이 활용돼 왔다.
성능이 충분히 검증된 혈액 바이오마커가 진료에 자리 잡으면 보다 간편한 검사로 환자를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단 과정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사람도 피검사하면 미래 치매를 알 수 있을까
여기서는 한 가지 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
현재의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를 ‘피 한 번 뽑으면 치매를 확진한다’거나 ‘앞으로 치매에 걸릴지를 알려주는 검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p-tau217 검사가 평가하는 것은 치매라는 임상 상태 자체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생물학적 병리다.
환자의 증상과 병력, 인지기능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더욱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같은 말이 아니다.
치매는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 상태를 포괄하며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인지증상이 없는 사람이 바이오마커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언제 치매가 발생할지 확정할 수도 없다.
현재 혈액검사의 발전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치매 예측 건강검진’의 등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밀로이드 다음은 ‘타우’…새 치료법 연구
치료제 연구도 아밀로이드만 바라보던 단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주목받는 표적 가운데 하나가 타우 단백질이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타우가 비정상적으로 변해 신경세포 안에 축적되는 병리가 나타난다.
올해 연구 결과가 공개된 ‘디라네르센’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이미 쌓인 타우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몸이 타우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개입해 새로 만들어지는 양을 줄이는 방식이다.
임상 2상 시험에서는 디라네르센을 투여한 환자의 뇌에 쌓이는 타우 단백질이 줄어드는 변화가 확인됐다.
일부 검사에서는 기억력과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나타났다.
아직 치료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 미리 정한 주요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약의 용량을 늘릴수록 효과가 커지는 일관된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추가 임상시험에서 확인해야 한다.
후보약물 158개…연구는 어디를 향하나
치료제 개발의 전체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2026년 1월 1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임상시험 등록정보를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약물 158개가 192건의 임상시험에서 연구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3%인 116개는 질병의 진행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치료제였다.
연구 표적은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넘어 염증·면역반응, 시냅스와 신경보호, 뇌 대사, 혈관 병리, APOE와 지질대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을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고 치료하기보다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개입하려는 연구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158개 후보가 모두 신약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 단계에 있으며 신약 개발 과정에서 중단될 수도 있다.
증상 나타나기 전에 치료하면 더 늦출 수 있을까
연구자들의 다음 질문은 치료를 얼마나 일찍 시작할 수 있느냐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생물학적 변화는 기억력 저하나 치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전부터 시작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인지기능에는 뚜렷한 이상이 없지만 바이오마커나 유전적 위험이 확인된 사람에게 미리 개입하면 증상 발생을 늦출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연구단계다.
건강한 사람이 혈액검사에서 특정 바이오마커가 높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승인된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를 예방적으로 사용하는 단계는 아니다.
운동·식사·혈압관리도 연구…‘이것 하나면 예방’은 없어
약이 아닌 생활습관 연구도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
2025년 발표된 미국 U.S. POINTER 무작위 임상시험에는 인지저하와 치매 위험이 있는 60~79세 성인 2111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운동과 식사, 인지·사회활동, 건강상태 관리를 함께 하는 구조화된 프로그램과 참여자가 스스로 관리하는 저강도 프로그램을 2년 동안 비교했다.
두 집단 모두 전체 인지기능 점수가 개선됐지만 구조화된 집중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의 개선 정도가 통계적으로 더 컸다.
이 결과를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 운동 한 가지가 치매를 막아준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운동과 식사, 인지·사회활동, 심혈관 위험요인 등을 함께 관리하는 다중영역 접근이 인지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에 가깝다.
2024년 Lancet 치매위원회도 교육, 청력저하, 고혈압, 높은 LDL 콜레스테롤, 비만, 흡연, 우울증,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과음, 외상성 뇌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치료하지 않은 시력저하 등 14가지 수정 가능한 위험요인을 제시했다.
이 역시 개인이 이 요인만 관리하면 치매를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관리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집단 수준의 연구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기억력 떨어지면 혈액검사부터 받아야 하나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시니어 독자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자꾸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거나 사람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도 기억력 변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우울증이나 수면 문제, 약물, 다른 질환 등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기억력이나 판단력 변화가 반복되고 약속이나 금전관리, 길 찾기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기보다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혈액 바이오마커 역시 이런 진료 과정을 대신하는 검사가 아니다.
증상과 인지기능을 평가한 뒤 필요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확인하는 여러 검사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현재 연구와 진료가 향하는 방향이다.
‘치매 정복’은 아직…달라진 것은 ‘얼마나 일찍 개입하느냐’
치매 연구가 완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이미 중등도·중증 단계까지 진행된 환자의 기억력과 일상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치료는 아직 없고, 혈액검사만으로 미래의 치매 발생 여부를 확정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이전과 다른 단계에 들어섰다.
초기 환자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제가 실제 진료에 들어왔고, 혈액 바이오마커는 병을 보다 간편하게 확인할 가능성을 열었다.
신약 연구도 아밀로이드에서 타우와 염증·면역, 혈관, 대사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결국 지금 치매 연구에서 달라진 것은 ‘이미 떨어진 기억력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만 묻던 데서 ‘병의 변화를 얼마나 일찍 찾아내고, 얼마나 빨리 개입해 진행을 늦출 것인가’를 함께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치매를 완치하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을 더 일찍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며,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방법은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