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사가 시킨 일이니까 해야지.” “공공기관이 요구하는데 업체가 거절할 수 있나.” “상급기관이 시키는데 산하기관이 어떻게 거부하나.”
그동안 ‘원래 그런 것’이라며 넘겼던 요구가 단순히 기분 나쁜 일이 아니라 공직자의 권한이나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일 수 있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부터 기관의 업무·비용을 다른 기관이나 계약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떠넘기는 행위까지 금지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국가청렴권익교육원도 16일 수도권 공직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권익·청렴교육’을 열고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 공직자 행동강령과 함께 ‘갑질 예방’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직장 내 갑질 상황과 대응을 다룬 연극 ‘갑질 브레이커’도 교육에 포함했다.
“업무지시인 줄 알았는데”…어디부터 갑질일까
판단의 핵심은 단순히 ‘기분이 나빴느냐’가 아니다. 누가 자신의 직무권한이나 지위·직책에서 나오는 영향력을 이용해 무엇을 요구했는지를 봐야 한다.
공무원 행동강령은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직무와 관계없는 일이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부당하게 지시·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인·허가 담당자가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신청 접수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따라서 “상사가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시가 정당한 것은 아니다.
업체와 산하기관도 ‘참아야 하는 을’은 아니다
갑질을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도 안 된다.
공무원이 소속기관의 계약과 관련해 기관이 부담해야 할 의무나 부담을 계약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떠넘기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소속기관이나 관계 공공기관·공직유관단체에 자신의 기관 업무를 부당하게 넘기거나 비용·인력을 부담시키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직사회 갑질의 상대는 부하직원만이 아니다. 공직자의 권한 앞에서 거절하기 어려운 민원인과 계약 상대방, 산하기관 종사자 역시 부당한 권한 행사의 상대가 될 수 있다.
“원래 다 이렇게 해왔다”면 오히려 따져봐야
물론 불쾌한 지시나 직장 내 갈등이 모두 공무원 행동강령상 부당행위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오랫동안 이어진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번 교육에서 권익위가 갑질 예방을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 공직자 행동강령과 함께 다룬 만큼 공직자는 자신의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시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은 간단하다. “내게 이 일을 시킬 권한이 있는가”에서 끝나지 않고 “그 권한으로 여기까지 요구해도 되는가”를 묻는 것이다.
지시를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상사가 시켰으니까”, “공공기관이니까”, “상급기관이니까”라는 이유로 참고 넘긴 일이 있었다면, 그것이 정말 정당한 업무 요구였는지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