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상상 끝에서,
오히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드라마를 다시 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깨비』를 정주행했고, 지금은 『호텔 델루나』를 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이번이 세 번째다. 좋아하는 드라마라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찾아보곤 한다. 첫 번째도 재미있었고, 두 번째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 번째로 보는 이번에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생각 하나가 들었다.
'만약 나도 귀신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도깨비』와 『호텔 델루나』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존재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그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그들이 남겨놓은 사연과 마주한다. 이전에는 그저 드라마 속 이야기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만약 정말 나에게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엉뚱한 상상 하나가 시작되었다.
보이지 않아야 할 존재가 보인다면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나는 무서워서 못 볼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서울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내 눈에는 보이고,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걸어온다면 과연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낮에는 그나마 괜찮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걸을 때나 집 안에 혼자 있을 때에도 그런 존재가 보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 나는 매일 깜짝깜짝 놀라며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는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현실의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선뜻 가지고 싶은 능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상상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무섭겠다는 생각 뒤로 전혀 다른 마음 하나가 따라왔다.
그렇다면 먼저 떠난 사람도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먼저 떠난 사람들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
이 생각이 들자 처음과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보고 싶었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을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건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보고 싶었다고. 그때는 왜 그 말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이제는 괜찮다고. 살아가다 보면 마음에 남는 말들이 있다. 그때 조금 더 잘해줄걸. 한번 더 찾아갈걸.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눌걸. 고맙다고 말할걸. 사랑한다고 이야기할걸. 그런 말들은 전할 사람이 곁에 있을 때는 쉽게 미루게 되지만, 더 이상 전할 수 없게 되고 나면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한다. 만약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마음속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쌓여 있던 그리움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상 끝에서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물론 현실에서는 드라마처럼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이것은 그저 드라마를 보다가 떠올려본 상상일 뿐이다. 그런데 그 상상 끝에서 문득 엄마가 종종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죽어서 잘하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해."
엄마는 종종 이야기하셨다. 살아 있을 때 같이 밥도 먹고, 시간이 될 때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떠난 뒤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말이다. 예전에는 그 말을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래 생각해볼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 말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참 평범한 말인데 살아갈수록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
우리는 자꾸 다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다음으로 미룬다.
"다음에 밥 한번 먹자."
"시간 나면 찾아뵐게."
"조금 덜 바빠지면 여행 한번 가자."
"나중에 연락할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고맙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보고 싶었다는 말도 마음속에만 넣어둘 때가 있다. 오늘 하지 않아도 다음에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다음이 언제든 찾아올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알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다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나눈 대화가 마지막 대화가 될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함께했던 식사가 훗날 오래 그리워하는 장면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매 순간 마지막을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별한 추억보다 평범한 하루가 그리울지도 모른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하면 된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 더 만나면 된다.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밥을 먹고, 같이 여행할 수 있을 때 여행을 가면 된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거창한 장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되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같은 공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 함께 밥을 먹는 것. 별것 아닌 이야기에 같이 웃는 것.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 어쩌면 훗날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그런 평범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너무 흔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시간. 언제든 다시 찾아올 것 같아서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순간. 그런 하루들이 지나간 뒤에야 얼마나 귀한 시간이었는지를 깨닫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훗날 하고 싶은 말을 오늘 하면 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도깨비나 호텔 델루나의 주인공처럼 귀신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여전히 무서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먼저 떠난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웠다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얼굴을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훗날 다시 만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놓기를 바라기보다 지금 이야기하면 된다. 보고 싶었다고.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함께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많이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언젠가 이별을 마주하더라도 적어도 하지 못한 말에 대한 아쉬움은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함께 생각해볼 질문
만약 먼저 떠난 누군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
그 사람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내 곁에 있으면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자꾸 다음을 기약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가.
오늘이라도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결국 살아 있을 때 잘하는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시작된 엉뚱한 상상이었다. 귀신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무섭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먼저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들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엄마의 한마디로 돌아왔다.
"죽어서 잘하지 말고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다시 만나는 기적이 아닐지도 모른다. 함께할 수 있을 때 조금 더 함께하는 것. 말할 수 있을 때 마음을 표현하는 것. 볼 수 있을 때 얼굴을 한번 더 바라보는 것.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면 충분한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하지 못했던 말을 떠올리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당신과 함께해서 좋다고.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함께 밥을 먹고, 여행을 하고, 사진을 남기고,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다시 만날 수 없는 날이 오기 전에, 지금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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