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주야간·재가서비스 결합한 취약지역 공급모델 검토 필요
- 병원동행·의료 연계 강화 제안…지역 특성 맞춘 돌봄체계 과제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통합돌봄이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멸위험지역의 방문형 재가기관 수는 일반 지역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고, 방문간호기관까지의 평균 거리도 3배 이상 멀었다.
돌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별도로 파악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공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방문형 재가기관 4분의 1…방문간호는 3배 더 멀어
지역 간 돌봄 격차는 이용자의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에서 두드러졌다.
김세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LW컨벤션에서 개최한 제3차 지역사회 통합돌봄 포럼에서 소멸위험지역과 일반 시·군·구의 돌봄 인프라를 공급·접근성·인력·연계 등 네 영역으로 나눠 비교했다.
분석 결과 소멸위험지역의 방문형 재가기관 수는 일반 지역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방문간호기관까지의 평균 거리도 일반 지역보다 3배 이상 멀었다.
통합돌봄은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제도다.
지난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본격화됐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역에서 실제 연결할 수 있는 기관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방문간호와 재가돌봄처럼 집으로 찾아오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돌봄 필요한 지역에 기관·인력 부족
소멸위험지역의 문제는 단순히 이용자가 적어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역소멸과 노인돌봄 문제를 분석하면서 소멸위험지역에서 노인이 지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인적자원과 서비스 제공기관 부족, 불편한 교통망 등이 돌봄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한다고 진단했다.
돌봄 수요가 큰 지역과 이를 충족할 자원이 배치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다.
방문서비스는 이런 지역적 차이에 더 민감하다.
기관이 있더라도 서비스 제공자가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거나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서비스 공급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같은 통합돌봄 제도가 적용되더라도 주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수준이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돌봄취약지’ 지정하고 최소한의 기반 갖추자는 제안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돌봄 인프라가 특히 부족한 지역을 별도로 파악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형 ‘돌봄취약지’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인프라 최저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향후 검토 과제로 제안했다.
공급기관 수뿐 아니라 접근성과 인력, 서비스 연계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취약지역을 가려내자는 취지다.
이는 행정구역 안에 기관이 몇 곳 있는지만 따지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방문간호기관까지의 평균 거리가 일반 지역보다 3배 이상 길다는 분석처럼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이동거리와 인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돌봄취약지 지정 기준과 인프라 최저기준은 현재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니라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검토 과제다.
시설·주야간·재가서비스 묶어 공급하는 방안도
인구가 적고 주민이 넓은 지역에 흩어져 사는 곳에서는 도시와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별 기관을 각각 설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시설과 주야간보호, 재가서비스를 지역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결합하는 취약지 특화 공급모델도 제안됐다.
서비스마다 별도의 기관을 운영하는 대신 여러 기능을 결합해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도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지역별 수요와 서비스 제공 범위, 필요한 인력과 재원, 기존 장기요양·사회서비스 체계와의 연계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병원 가는 과정도 장벽…동행·의료 연계 강화 제안
돌봄 공백을 줄이려면 기관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주민이 기존 의료·돌봄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오영인 강원특별자치도 사회서비스원 실장은 강원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돌봄서비스의 미충족 수요를 설명하고 병원동행서비스 강화를 제안했다.
의료와 돌봄을 지역 안에서 연결하기 위한 통합돌봄 지원 의료기관인 ‘통합돌봄 주치의’ 제도 도입도 제시했다.
사회복지 인력에 대한 독립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들 방안 역시 정부가 도입을 확정한 정책은 아니다.
포럼 발제자가 돌봄취약지역의 서비스 미충족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한 내용이다.
기관 숫자보다 ‘실제로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
정부는 지역별 돌봄 인프라 격차를 통합돌봄의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박재만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지원관은 “같은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지역의 인프라 여건에 따라 국민이 체감하는 돌봄의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합돌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본계획에 취약지역 지원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지역계획을 세워 지역 여건에 필요한 서비스를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지역 간 통합돌봄 격차는 기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사는 곳까지 찾아갈 인력이 있는지, 방문간호와 재가돌봄을 실제 이용할 수 있는지,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끊기지 않고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전국에 같은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지역별 서비스 공급과 접근성 차이가 실제 이용 격차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통합돌봄의 성과를 평가할 때 제도 도입 여부뿐 아니라 지역별 서비스 이용 가능성과 미충족 수요를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