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시 승용마 단지의 부드러운 흙바닥 위로 온화한 눈동자를 지닌 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손길로 조심스레 말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던 한 참가자의 얼굴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차가운 휠체어나 실내 치료실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동물과 체온을 나누는 순간, 일상의 긴장과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경기도가 지원사격을 펼치고 (사)대한재활승마협회가 총괄 운영을 맡은 ‘2026 경기도 치유승마대회’가 지난 12일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승용마 단지 일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누구나 즐기는 치유의 마(馬)음길’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이번 무대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며 지역 대표 치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현장에는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곁을 지켜온 가족, 현장 안전을 지원한 자원봉사 단체 등 약 150여 명이 운집해 연대와 회복의 가치를 공유했다.
이번 행사는 기존 승마 대회가 보여주던 승패 위주의 경쟁 구도를 완벽히 탈피했다. 재활과 정서적 교감을 결합한 가족 단위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기동성이 떨어지거나 낯선 환경에 부담을 느끼기 쉬운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철저한 단계별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기초 안전 가이드 교육을 선행한 뒤, 당근 등 간식을 직접 전달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감각 교감, 고삐를 쥐고 나란히 보조를 맞추는 지상 보행, 전문 지도사의 세심한 통제 아래 안장에 오르는 본 기승 과정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졌다.

현장 프로그램은 단지 안장 위에 오르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승용마의 발굽을 보호하는 장제 기술 시연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전통 민속놀이와 접목한 편자 던지기, 말의 외형을 본뜬 이색 피자 만들기 등 오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부대 행사가 쉼 없이 이어졌다. 아울러 참가자 일동은 푸른 방목지와 첨단 조련 설비가 완비된 축산진흥센터 핵심 거점을 두루 시찰했다. 말의 출생과 양육, 체계적 훈련 과정을 현장에서 직관하며 말이라는 생명체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전환점 역시 뚜렷하게 관측된다. 그간 고급 레저 스포츠나 경마 산업 위주로 인식되던 말산업의 지평을 도민 건강 복지와 사회적 돌봄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된 셈이다. 동물 매개 활동이 뇌병변, 지체, 발달장애인의 균형 감각 증진과 정서 순화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는 가운데, 현장 중심의 실증적 복지 프로그램이 도 단위 인프라와 결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강영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장은 현장에서 “현대 사회 속에서 말은 속도를 겨루는 가축을 넘어 인간의 내면적 상처를 어루만지고 신체 기능을 되살리는 고마운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번 대회가 일회성 축제에 그치지 않고 공공 복지와 축산 자원이 융합하는 지속 가능한 선도 모델로 뿌리내리도록 지원망을 강화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도심과 축산 현장을 잇는 치유승마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공공 치유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도와 유관 협회가 합작해 선보인 이번 여정은 사람과 동물이 나란히 발맞춰 걷는 포용적 사회의 이상적인 청사진을 증명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