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나이 들수록 발이 중요하다 5편 평발·아치 변화
5편 나이 들면서 발바닥이 평평해졌다?…성인 평발 그냥 둬도 될까
나이가 들면서 발바닥이 전보다 넓어지고 아치가 낮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
신발이 예전보다 꽉 끼거나 오래 걸은 뒤 발목 안쪽이 아프고, 한쪽 발 모양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이를 흔히 자연스러운 노화로 여기지만, 성인이 된 뒤 발의 아치가 새로 낮아지면서 통증이나 보행 불편이 나타났다면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쪽 발에서만 변화가 두드러지거나 변형이 계속 진행한다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 발이 퍼졌다”고 넘기기 어렵다.
평발은 서 있을 때 발바닥 안쪽의 세로 아치가 낮아지거나 바닥에 가까워진 상태를 말한다.
어릴 때부터 양쪽 발이 평평했지만 별다른 통증 없이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성인이 된 뒤 아치가 무너지면서 발의 정렬까지 달라지는 경우에는 성인 후천성 평발을 의심할 수 있다.

평발이라고 모두 질환은 아니다
발바닥이 평평해 보인다는 사실만으로 질환이나 치료 필요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통증이 없고 발 모양이 오랫동안 유지됐으며, 걷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이 없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발에 체중을 실었을 때는 아치가 낮아지지만 앉거나 발을 들면 다시 나타나는 ‘유연성 평발’도 있다.
반대로 체중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도 아치가 돌아오지 않고 발이 뻣뻣하다면 관절염이나 구조적 변형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성인에게 새로 생긴 평발 가운데 대표적인 원인은 후경골건을 비롯한 발의 지지 구조가 약해지는 것이다.
후경골건은 종아리 근육에서 시작해 안쪽 복사뼈 뒤를 지나 발 안쪽 뼈에 붙는다.
발의 아치를 받치고 걸을 때 지면을 밀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경골건과 주변 인대가 늘어나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아치가 점차 낮아질 수 있다.
아치가 무너지면 뒤꿈치가 바깥쪽으로 기울고 앞발이 바깥으로 벌어지는 등 발 전체의 정렬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발·발목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이런 진행성 변형을 ‘진행성 붕괴성 발 변형(Progressive Collapsing Foot Deformity·PC
FD)’이라고 부른다.
기존에 사용하던 성인 후천성 평발이나 후경골건 기능 장애라는 명칭만으로는 힘줄·인대·관절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변화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모든 평발이 진행성 붕괴성 발 변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통증 없이 오랫동안 유지된 평발과 성인이 된 뒤 통증을 동반하며 진행하는 발 변형은 구분해야 한다.
미국정형외과학회는 후경골건 기능 장애와 평발이 여성과 40세 이상에서 더 흔하며, 비만·당뇨병·고혈압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발목 염좌나 낙상과 같은 외상, 반복적인 과부하, 중간발 관절염, 느슨해진 인대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발 모양보다 통증이 먼저 나타날 수 있어
초기에는 아치가 뚜렷하게 낮아지기 전에 발목 안쪽에 통증과 부기가 생길 수 있다.
안쪽 복사뼈의 뒤쪽과 아래쪽은 후경골건이 지나가는 부위다.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고, 계단을 오르거나 발로 지면을 밀어내는 동작이 힘들 수 있다.
발과 발목이 쉽게 피로해져 예전만큼 긴 거리를 걷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변형이 진행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 한쪽 발의 아치가 이전보다 낮아진다.
- 안쪽 복사뼈 뒤쪽이나 발 안쪽이 아프고 붓는다.
- 뒤꿈치가 발목 아래에서 바깥쪽으로 기울어 보인다.
- 앞발과 발가락이 바깥쪽을 향한다.
- 발로 지면을 밀어내거나 뒤꿈치를 들어 올리기 어렵다.
- 발목 바깥쪽에도 통증이 생긴다.
- 오래 걷거나 서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발목 바깥쪽 통증은 변형이 진행하면서 뒤꿈치뼈가 바깥쪽으로 기울어 주변 구조물이 서로 부딪히거나 눌릴 때 나타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발바닥 아치만 낮아진 것이 아니라 발과 발목의 정렬까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진료할 때는 체중을 실은 상태에서 양쪽 발의 아치와 뒤꿈치 정렬을 비교한다.
뒤에서 봤을 때 평소보다 여러 발가락이 바깥쪽으로 보이는지도 확인한다.
이를 ‘너무 많은 발가락 징후’라고 부르지만, 이 소견만으로 질환을 확정할 수는 없다.
한 발로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검사도 후경골건의 기능을 평가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후경골건에 이상이 있으면 한쪽 발로 까치발을 하기 어렵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근력이나 균형 능력이 떨어진 고령자가 이 동작을 혼자 시도하면 넘어질 수 있다.
가정에서 무리하게 따라 하기보다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젖은 발자국만으로 자가진단하기 어려워
평발은 체중을 실었을 때 변형이 두드러질 수 있으므로 서 있는 상태에서 발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은 통증 부위와 발의 유연성, 아치와 뒤꿈치의 정렬, 보행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필요하면 체중을 실은 채 촬영하는 X선검사를 통해 발뼈의 정렬과 관절염 여부를 확인한다.
힘줄이나 인대의 염증·손상이 의심되거나 진단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검사(MRI)를 추가할 수 있다.
사진이나 젖은 발자국만 보고 평발을 자가진단하기는 어렵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면적은 체중과 발바닥 연부조직, 서 있는 자세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치의 모양뿐 아니라 통증과 기능 저하, 변형의 진행 여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
깔창은 ‘아치 복원’보다 통증 완화 목적
치료는 발의 모양만이 아니라 통증과 기능 저하, 변형 정도, 발이 유연하게 움직이는지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초기에는 통증을 악화시키는 걷기나 충격이 큰 운동을 일시적으로 줄이고, 수영이나 실내 자전거처럼 발에 가해지는 충격이 적은 운동으로 바꿀 수 있다.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신발과 깔창, 발목 보조기도 상태에 따라 활용된다.
물리치료와 운동은 종아리와 아킬레스건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후경골근을 포함한 발·발목 근육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둔다.
다만 통증이 심하거나 힘줄 손상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임의로 강한 근력운동을 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개인 상태에 맞는 운동 처방이 필요하다.
깔창은 아치를 받치고 특정 부위에 집중되는 압력을 분산해 통증을 줄이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굳어진 변형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거나 성인의 아치를 영구적으로 복원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1년 성인 평발용 깔창을 다룬 12개 연구를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연구 대상과 평발 진단 기준, 깔창 종류, 평가 방법이 서로 달랐고 연구의 질도 전반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성인 평발에서 깔창의 효과에 관해 확정적인 결론을 내릴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깔창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통증과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할 수 있지만, 모든 평발에 일률적으로 사용하거나 ‘아치 복원’과 ‘체형 교정’ 효과를 기대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맞춤형 깔창이 기성품보다 항상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통증과 변형이 진행하면 일찍 확인해야
통증과 부기가 심하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일정 기간 보행용 부츠나 보조기 등으로 발의 움직임을 제한해 힘줄의 부담을 줄이기도 한다.
이후 증상과 변형 정도에 맞춰 깔창과 발목 보조기, 물리치료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적절한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과 보행 장애가 계속되거나 발의 변형이 진행하면 수술을 검토할 수 있다.
수술 방법은 후경골건과 인대의 손상 정도, 관절염 여부, 발이 유연한지 뻣뻣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평발이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발이 뻣뻣하게 굳거나 관절염이 동반된 뒤에는 수술 범위와 회복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영국 왕립정형외과병원은 성인 후천성 평발이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초기에는 깔창과 물리치료 등을 적용하고 변형과 기능 저하가 심해지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발바닥이 평평해 보이는지 자체가 아니다.
이전과 비교해 발 모양이 변했는지, 한쪽 발에 통증이나 부기가 생겼는지, 걷는 거리와 발의 기능이 줄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나이가 들며 나타난 변화라 해도 통증과 변형이 진행한다면 자연스러운 노화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웰라이프타임즈 건강기획] 나이 들수록 발이 중요하다 6편 깔창·교정용품
다음 편은 ‘비싼 맞춤깔창이면 발 통증이 사라질까’
「나이 들수록 발이 중요하다」 6편에서는 평발과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등에 널리 사용되는 깔창과 발 교정용품을 살펴본다.
맞춤형 깔창이 기성품보다 항상 나은지, 아치 지지대와 실리콘 패드는 어떤 경우에 도움이 되는지, ‘무너진 아치 복원’과 ‘체형 교정’이라는 광고 표현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의학적 근거와 함께 짚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