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을 흔히 한다. 실제로 60대 이후에는 젊었을 때와 비교해 잠드는 시간이나 깨는 시간이 달라지고, 깊은 잠이 줄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밤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거나 새벽에 여러 차례 깨고, 아침에는 예상보다 일찍 눈을 뜨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60세 이후에는 반드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60세가 넘으면 특정 시각 이전에 반드시 자야 한다’고 단정할 의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마다 생활환경과 수면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매일 크게 달라지는 취침·기상 시간과 지속적인 수면 부족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노년층도 일반적인 성인과 마찬가지로 밤에 약 7~9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 일정과 취침 습관을 만드는 것을 건강한 수면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60세 이후의 수면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몇 시에 자야 하는가”가 아니다. “충분히 자고 있는가”,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가”, “잠을 자고 난 뒤 낮 동안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1. 60세 이후 달라지는 수면, ‘잠이 줄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수면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밤새 깊게 잤는데 어느 순간 잠이 얕아졌다고 느끼거나, 밤중에 자주 깨고 아침 일찍 눈이 떠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 “노인은 잠을 적게 자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NIA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필요한 수면시간 자체가 크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노년층 역시 대체로 7~9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잠들거나 계속 잠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등 수면의 질과 양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수면의 ‘총량’과 ‘규칙성’이다. 밤 10시에 자는 사람과 자정에 자는 사람 가운데 누가 무조건 더 건강하다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자정에 잠들더라도 개인에게 필요한 수면을 충분히 확보하고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사람과, 밤마다 취침시간이 크게 달라지고 만성적으로 잠이 부족한 사람의 수면 상태는 다르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60세가 넘으면 밤 10시 이전에 반드시 자야 한다”는 식으로 특정 시각을 절대적인 건강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노년기에는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는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면서 수면과 기상 시간을 가능한 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다.
2. 늦게 자는 것보다 경계할 것은 ‘불규칙한 수면’
최근 수면 연구에서는 단순히 몇 시간을 잤는지만큼이나 ‘언제, 얼마나 규칙적으로 자는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3년 발표된 UK 바이오뱅크 기반 연구에서는 평균 연령 약 62세인 8만8,975명을 대상으로 손목 가속도계를 이용해 수면 규칙성을 측정하고 평균 약 7년간 추적했다. 연구 결과 수면-각성 패턴의 불규칙성이 높은 집단에서 전체 사망 위험과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 위험 등이 더 높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다만 이는 관찰연구이므로 불규칙한 수면이 사망 위험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발표된 국내 연구에서는 40~69세 성인 9,641명을 장기간 추적해 수면시간과 규칙성, 사망 및 주요 심혈관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수면시간만이 아니라 수면의 규칙성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 다른 UK 바이오뱅크 연구에서는 40~79세 성인 7만2,269명을 분석했으며, 불규칙한 수면 집단에서 규칙적인 집단보다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연관성이 보고됐다.
이들 연구를 “늦게 자면 심혈관질환에 걸린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가 보여주는 핵심은 수면시간과 함께 수면의 규칙성을 건강의 한 요소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3. 60세 이후 ‘잘 자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까
건강한 수면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할 것은 기상시간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생활은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주말이라고 평일과 전혀 다른 시간표로 생활하는 것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낮 동안의 생활도 중요하다. CDC는 규칙적인 수면 일정을 유지하고 아침이나 낮 시간에 자연광을 충분히 접하며 낮 동안 신체활동을 하는 것을 건강한 수면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의 생활습관도 살펴봐야 한다. NIA는 늦은 오후나 저녁의 낮잠을 피하고 침실에서 휴대전화나 TV 같은 전자기기 화면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권한다. 침실은 조용하고 편안한 온도로 유지하고, 늦은 시간에는 술과 카페인, 많은 양의 식사를 피하는 것도 건강한 수면 습관에 포함한다.
그렇다고 어느 날 늦게 잠들었다는 이유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수면은 하루가 아니라 장기간의 생활패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완벽하게 같은 시각에 잠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에서 지속할 수 있는 규칙적인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4. 이런 수면 문제라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말아야 한다
노년기에 잠이 달라졌다고 해서 모든 수면 문제를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NIA는 노년층의 충분한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잠을 잘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충분한데도 오랫동안 잠들기 어렵거나, 밤에 반복적으로 깨면서 낮 생활까지 힘들어진다면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한 코골이와 함께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춘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데 낮에 지나치게 졸린 경우도 마찬가지다.
복용 중인 약이나 다른 건강 문제가 수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되는 수면 문제는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인터넷에서 제시되는 특정 취침시각이나 민간요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자신의 질환, 약물, 생활패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면은 단순히 ‘오래 자는 것’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생활 건강 지표다. 수면시간, 규칙성, 수면의 질, 낮 동안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60세 이후 건강한 잠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무조건 일찍 자는 것’보다 ‘충분하고 규칙적으로 자는 것’에 가깝다.
현재의 근거만으로 모든 60세 이상 성인에게 “밤 몇 시 이후에는 절대로 자면 안 된다”고 정해진 시간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개인의 생활환경과 생체리듬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수면시간이 계속 부족하거나 취침과 기상시간이 크게 흔들리는 생활을 장기간 반복하는 것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수면시간뿐 아니라 수면 규칙성과 장기적인 건강 결과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잠을 건강관리의 한 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는 대부분 관찰연구를 포함하고 있어 인과관계로 확대 해석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부터 가장 현실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며, 낮에는 적절하게 움직이고 자연광을 접하는 것이다. 밤에는 과도한 카페인과 음주, 늦은 과식과 화면 노출을 줄이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60세 이후의 잠은 ‘몇 시에 자느냐’를 겨루는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충분히, 규칙적으로, 편안하게 자고 다음 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