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만2천명 4년 추적 연구에서도 산림활동과 정신질환 위험 감소 연관성 확인
- 숲 걷기·휴식·명상 등 복합 활동…산림치유, 마음건강 회복의 보완 자원으로
숲에서 걷고 쉬는 활동이 실제로 마음건강에도 영향을 줄까.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심리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자살위험·절망감·우울감 관련 지표가 프로그램 참가 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결과는 프로그램 참가 전후의 변화를 비교한 것으로, 산림치유가 자살을 예방하거나 우울증을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존 연구에서도 산림활동과 정신건강 사이의 긍정적인 연관성이 보고됐지만 연구 대상과 설계에 따라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231명 분석에서 자살위험 점수 낮아져
국립산림과학원은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산림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심리 회복 정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는 표준화된 심리검사를 활용해 프로그램 참가 전후의 자살위험(SSQ-SR), 절망감(BHS), 우울(PHQ-9) 변화를 살폈다.
자살위험 분석 대상은 231명이었다.
SSQ-SR 평균점수는 프로그램 참가 전 35.05점에서 참가 후 29.48점으로 낮아졌다.
국립산림과학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36점 이상을 자살위험 고위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에 해당한 사람은 참가 전 61명(26.4%)에서 참가 후 40명(17.3%)으로 21명 감소했다.
비율로는 9.1%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자료의 34.4% 감소는 고위험 기준 해당 인원이 61명에서 40명으로 줄어든 데 따른 상대적 감소율이다.
전체 참가자의 자살위험이 34.4% 감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자살위험이 34.4% 감소했다”기보다 “자살위험 고위험 기준에 해당한 비율이 26.4%에서 17.3%로 감소했다”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절망감·우울감도 감소했지만 표본 규모는 달라
절망감과 우울감 관련 지표에서도 감소가 나타났다.
첨부된 발표자료에 따르면 BHS 4점 이상으로 분류한 경도 절망감 이상 해당자는 56명에서 35명으로 감소했다.
자료상 상대적 감소율은 37.5%다.
PHQ-9 5점 이상인 경도 우울감 이상 해당자는 11명에서 2명으로 감소했다.
자료에는 81.8% 감소로 표시돼 있다.
다만 분석 대상은 서로 다르다.
절망감 분석은 90명, 우울감 분석은 16명으로 제시됐다.
특히 우울감 분석은 16명이라는 작은 표본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따라서 81.8%라는 상대적 감소율만으로 산림치유의 우울 개선 효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PHQ-9 점수가 낮아졌다는 사실 역시 우울증이 치료됐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SSQ-SR 36점 기준은 어떻게 봐야 하나
자살위험 분석에 사용된 SSQ-SR의 점수 기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SSQ-SR은 자살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자기보고식 선별검사다.
개발·타당화 연구는 국내 성인 2,2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고위험군 절단점으로 36.5점을 제시했다.
반면 국립산림과학원의 이번 분석 자료에서는 36점 이상을 고위험 기준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이를 임의로 다른 연구의 기준과 동일하다고 표현하기보다, 이번 분석에서 36점 이상을 기준으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편이 적절하다.
심리 지표가 낮아졌다고 ‘자살예방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번 결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결과의 범위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프로그램 참가 전후의 심리검사를 비교했고, 체험수기 168건도 함께 분석했다.
수기에서는 참가자들이 숲을 통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전후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산림치유가 그 변화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에는 숲에 머무르는 것 외에도 걷기, 스트레칭, 휴식, 명상, 집단활동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참가자의 생활환경 변화나 프로그램 참여 자체에서 비롯된 심리적 효과 등 다른 요인도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대조군 유무, 무작위 배정 여부, 프로그램 종료 이후 효과 지속 여부 등 세부 연구설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자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산림치유 프로그램 참가 후 관련 심리 지표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넘어 “산림치유가 자살위험을 낮췄다”거나 “자살을 예방했다”고 인과관계를 단정하려면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3만2천명 코호트 연구에서도 정신질환 위험과 연관성
산림활동과 정신건강의 관계를 살펴본 대규모 연구 결과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2016년 등산과 숲길걷기 등 산림활동 기록이 있는 약 3만2천명의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데이터와 결합해 최대 4년간 정신질환 진단 이력을 추적했다.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 방식이다.
분석 결과 산림활동량이 가장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불안·우울 등을 포함한 정신질환 신규 진단 위험이 약 1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시간·빈도·규칙성 등 산림활동 관련 지표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결과가 확인됐다.
다만 코호트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산림활동과 정신질환 신규 진단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다.
따라서 “숲길을 걸으면 정신질환을 10% 예방한다”는 식으로 인과관계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번 231명 분석이 특정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참가 전후 심리 변화를 살펴봤다면, 3만2천명 연구는 실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산림활동과 이후 정신질환 진단의 관계를 살폈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 메타분석에서도 우울 감소 효과 보고
산림치유와 우울의 관계를 여러 연구를 묶어 분석한 결과도 있다.
2021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는 검색을 통해 확인한 1,149편의 연구 가운데 11편의 연구와 12개 분석자료를 최종 선정했다.
산림치유활동의 우울 감소 효과크기는 -0.976(95% 신뢰구간 -1.292~-0.660)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 대상자의 건강 상태와 프로그램 형태, 회기당 시간 등을 기준으로 한 하위그룹 분석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 자체가 산림치유의 긍정적 효과를 보고했더라도 모든 사람과 모든 프로그램에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는 없는 이유다.
2025년 중년여성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에서는 36편의 문헌을 분석한 결과 전체 효과크기가 0.549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간 이질성은 76.2%로 높았고, 무작위 대조시험과 비무작위 연구에서도 효과크기 차이가 나타났다.
이 결과 역시 산림치유의 정신건강상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연구마다 대상과 프로그램, 연구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산림치유는 단순한 ‘숲 걷기’와 달라
산림치유를 단순히 숲길을 걷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서 산림치유는 향기와 경관 등 산림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프로그램에서는 숲산책 외에 명상, 스트레칭, 휴식, 자연을 활용한 활동 등이 함께 이뤄진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마음회복 숲처방(생명존중) 산림치유사업’도 산림치유명상, 숲산책, 숲속 미션, 싱잉볼 명상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에는 자살유족, 자살고위험군, 학교폭력 피해청소년, 고립·은둔청년, 1인가구 중장년, 심리위기 독거노인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산림치유 효과를 해석할 때는 자연환경뿐 아니라 신체활동, 휴식, 명상, 사회적 교류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정신건강 관리에서 산림치유의 역할은
산림치유를 정신건강 정책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 관련 정책연구에서는 자살고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산림·정원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이는 산림치유를 정신건강 문제의 단독 치료수단으로 보기보다 기존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자원으로 검토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역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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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마음건강을 돕는 환경…치료를 대신하지는 않아
국립산림과학원의 이번 분석에서 산림치유 프로그램 참가자의 자살위험·절망감·우울감 관련 지표가 참가 전보다 낮아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자살위험 분석에서는 36점 이상 기준 해당자가 61명에서 40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자살행동이나 자살사망 위험 감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분석 대상 규모와 연구설계가 서로 다른 연구 결과를 하나의 수치처럼 합쳐서도 안 된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산림치유와 산림활동은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과 관련해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려면 대조군을 포함한 정교한 연구와 장기간 추적이 더 필요하다.
결국 숲은 정신건강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치료제가 아니라 걷고, 쉬고, 자연을 경험하면서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는 보완적 환경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재의 근거에 더 가깝다.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가 지속되거나 자살 생각이 드는 경우에는 산림치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상담 과정에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동의하에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으로 연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