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 먹고 속 불편하다고 모두 글루텐 탓 아냐…밀의 다른 성분도 원인 가능
- ‘글루텐 프리=건강식’ 아니다…소화·체중감량·면역 효과 따져보니
‘글루텐 프리’라고 적힌 빵이나 과자를 보면 일반 제품보다 속이 편하고 체중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글루텐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셀리악병 환자와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일반인은 구분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글루텐 제품의 온라인 판매 게시물을 점검해 부당광고 20건을 적발한 것도 제품 자체의 안전성이나 ‘글루텐 프리’ 표시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무글루텐이라는 제품 특성을 ‘소화가 잘된다’, ‘다이어트’, ‘면역력 증진’ 등 별도의 건강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 등이 적발 대상이었다.

적발된 건 ‘글루텐 프리 제품’이 아니라 부당광고
이번 식약처 발표에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제품과 광고다.
식약처는 무글루텐 제품의 온라인 판매 게시물을 집중 점검해 부당광고 20건을 적발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반복 위반업체 1곳에 대해서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현장점검과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위반 유형별로는 ‘속 편한’, ‘소화가 잘되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거짓·과장 광고가 8건으로 40%를 차지했다.
‘다이어트’, ‘면역력 증진’ 등을 내세워 일반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는 6건, 30%였다.
원재료나 성분의 효능을 제품 자체의 효능처럼 표현하는 등 소비자를 기만할 우려가 있는 광고는 5건, 25%였다.
‘유당불내증’ 등 질병 예방·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도 1건 적발됐다.
따라서 이번 발표를 ‘글루텐 프리 제품 20개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견됐다’거나 ‘글루텐 프리가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식약처가 발표한 20건은 온라인에서 확인한 부당광고 건수다.
‘글루텐 프리’ 표시 자체가 허위였다는 조사 결과도 아니다.
식약처는 무글루텐 표시 제품을 별도로 수거·검사해 표시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광고 점검과 제품의 무글루텐 표시 적합성 검사는 구분되는 절차다.
이번 점검의 핵심은 글루텐을 뺀 식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글루텐을 뺐다는 사실을 소화 개선이나 체중감량, 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로 확대해 광고할 수 있느냐에 있다.
그렇다면 ‘글루텐 프리’는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고, 글루텐을 반드시 피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글루텐은 무엇이고 ‘글루텐 프리’는 무엇을 뜻하나
글루텐은 밀과 보리, 호밀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의 혼합물이다.
빵이나 면, 과자 등 이들 곡물을 원료로 만든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는 글루텐이 밀·보리·호밀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식품에 무글루텐 표시를 할 수 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밀·호밀·보리·귀리 또는 이들의 교배종을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총 글루텐 함량이 20mg/kg 이하인 식품 등이 대상이다.
글루텐을 제거한 원재료를 사용한 경우에도 총 글루텐 함량이 20mg/kg 이하여야 한다.
즉 ‘글루텐 프리’는 일정 기준에 따라 글루텐 함량을 관리한 식품이라는 의미다.
소화가 잘되거나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고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셀리악병’이란…왜 글루텐을 피해야 하나
글루텐 프리를 이해하려면 ‘셀리악병(Celiac disease)’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셀리악병은 글루텐을 섭취했을 때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 소장이 손상되는 만성 소화기·면역질환이다.
소장이 손상되면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
복부팽만이나 설사,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셀리악병 환자에게 글루텐 제한은 유행하는 식사법이나 체중관리 방법이 아니다.
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치료의 핵심이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와 미국소화기학회는 셀리악병 환자에게 엄격한 글루텐 프리 식사가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따라서 ‘셀리악병 환자는 글루텐을 피해야 한다’는 의학적 사실과 ‘건강한 사람도 글루텐을 피하면 더 건강해진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빵 먹고 속 불편하면 글루텐 때문?…원인은 다를 수 있어
셀리악병이 아니면서 글루텐이나 밀이 포함된 음식을 먹은 뒤 복통이나 복부팽만, 설사, 피로 등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성 또는 비셀리악 밀 민감성이라고 한다.
미국소화기학회에 따르면 이 경우 셀리악병이나 전형적인 밀 알레르기와는 다르지만, 글루텐이나 밀이 든 음식을 피했을 때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다만 원인이 반드시 글루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밀에는 글루텐 외에도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발효되면서 일부 사람에게 복부팽만이나 복통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탄수화물 성분이 들어 있다.
미국소화기학회도 이러한 성분이 일부 증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설명한다.
밀 알레르기 역시 셀리악병이나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성과는 다른 문제다.
결국 빵이나 면을 먹고 속이 불편했다는 경험만으로 ‘글루텐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왜 일반인도 ‘글루텐 프리’를 찾을까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선택하는 사람이 모두 의학적으로 글루텐을 제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는 셀리악병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글루텐을 피하는 사람이 있으며, 일부는 글루텐 프리 식사가 더 건강하거나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글루텐 관련 건강 문제가 없는 일반인에게 글루텐 프리 식사가 건강 증진이나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식약처 점검에서 적발된 표현도 이런 건강 이미지를 겨냥하고 있다.
‘속 편한’, ‘소화가 잘되는’뿐 아니라 ‘다이어트’, ‘면역력 증진’ 등이 광고에 사용됐다.
다만 이번 점검 결과만으로 국내 소비자가 글루텐 프리 제품을 구매하는 주된 이유가 소화나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식약처가 조사한 것은 온라인 광고의 적정성이지 소비자의 구매동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도 글루텐 끊으면 더 건강해질까
현재 확인된 근거로는 글루텐 관련 질환이 없는 일반인이 글루텐을 끊는다고 해서 더 건강해진다고 보기 어렵다.
체중감량 효과도 별개다.
‘글루텐 프리’라는 표시 자체가 저열량이나 다이어트 식품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는 일부 포장형 글루텐 프리 식품이 같은 종류의 일반 제품보다 지방이나 당 함량이 높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
면역력 역시 셀리악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셀리악병 환자가 글루텐을 피하는 것은 글루텐으로 촉발되는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막고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이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글루텐을 먹지 않으면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영양 측면에서도 글루텐 프리가 반드시 우수한 것은 아니다.
글루텐을 제한하면서 식품 선택이 좁아지면 섬유질과 철, 칼슘 등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수 있다.
일부 가공형 글루텐 프리 식품은 일반 제품보다 지방이나 당이 많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제품을 고를 때는 ‘글루텐 프리’라는 문구 하나보다 원재료와 열량, 당류, 지방, 나트륨, 식이섬유 등 전체 영양정보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증상 반복된다면 검사 전에 무작정 끊지 말아야
밀이나 글루텐이 든 음식을 먹은 뒤 복통이나 설사, 복부팽만 등이 반복된다면 글루텐부터 식단에서 제외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셀리악병이 의심될 때는 검사를 받기 전에 임의로 글루텐 프리 식사를 시작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미국 국립당뇨병·소화기·신장질환연구소는 글루텐을 피하면 셀리악병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검사 전에 의료진과 상담하도록 안내한다.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성은 이를 확인하는 단일 검사가 없다.
셀리악병과 밀 알레르기 등 다른 가능성을 살펴본 뒤 음식 섭취와 증상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반복적인 증상이 있다면 스스로 ‘글루텐 불내증’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의료진과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적절하다.
‘글루텐 프리’는 건강등급이 아니다
글루텐 프리는 필요한 사람에게 중요한 식품 선택 기준이다.
셀리악병 환자에게 글루텐을 피하는 것은 질환 관리의 핵심이며, 무글루텐 표시는 식품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를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건강효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특별한 글루텐 관련 문제가 없는 사람이 글루텐을 피하면 소화가 더 잘되고 체중이 줄거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현재 확인된 근거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식약처의 이번 부당광고 점검도 바로 이 차이를 보여준다.
무글루텐 제품 자체의 안전성 문제가 확인된 것이 아니라 ‘글루텐 프리’라는 특성을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건강효과로 확대해 광고한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글루텐이 있느냐 없느냐’만으로 식품을 건강식과 비건강식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식품의 원재료, 전체 영양성분을 함께 살펴야 한다.
‘글루텐 프리’는 필요한 사람에게 중요한 식품 선택 기준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더 건강한 식품이라는 인증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