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생명의 탄생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축복이지만, 초보 부모들에게는 갓 태어난 아이의 건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겉으로는 무척 건강해 보이고 수유나 성장에도 특별한 이상이 감지되지 않더라도, 훗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천성 희귀질환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부모들의 걱정을 덜고, 국가 차원에서 소아 희귀질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의료 프로젝트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생후 28일 이내의 일반 신생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염기서열(WGS)을 분석해 치료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전장유전체염기서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 연구' 참여자 모집을 8월부터 본격적으로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일명 '아기지기 프로젝트(KgNBS)'로 불리는 이번 연구 사업은, 단순히 질병 유무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 원인 유전자를 찾아내 선제적으로 치료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존에 시행되던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 역시 선천성 대사이상질환 70여 종과 청각 이상 유무를 확인하며 공중보건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한 현대 유전체 분석 기술은 기존 검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번에 도입되는 전장유전체 선별검사는 아이의 전체 유전 정보를 폭넓게 스크리닝하여, 필수 유전자 647개와 선택 유전자 136개를 포함한 총 780여 개의 희귀유전질환을 단 한 번의 검사로 샅샅이 찾아낸다.
이러한 유전체 기반 검사가 왜 중요한지는 가상의 사례를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출생 직후 기본 대사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아기가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훗날 돌연 심각한 부정맥이나 실신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번 아기지기 프로젝트에 포함된 '선천성 긴 QT 증후군' 같은 심장 전기 활동 이상 질환은 사전 징후 없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하지만 전장유전체 선별검사를 통해 생후 2주 만에 병원성 유전변이를 미리 발견한다면, 즉시 소아심장전문의와 연계하여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작하고 비극적인 사태를 100% 예방할 수 있다. 즉, 알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유전자 지도를 통해 지켜내는 것이다.

글로벌 의료 선진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BabySeq, GUARDIAN), 영국(Generation Study), 유럽 연합(Screen4Care)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10만 명 단위를 훌쩍 넘어서는 대규모 신생아 전장유전체 스크리닝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공중보건 도입 논의(ICONS)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한국형 유전체 선별검사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 아래 진행되는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을 주관 기관(연구책임자 이범희 교수)으로 하여 삼성서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분당차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전국 6개 핵심 대학병원과 희귀질환 유전체 분석 전문기관인 쓰리빌리언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참여 규모는 올해 1차년도 500명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1,800명의 신생아를 모집할 계획이다.
검사 방식 또한 신생아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출생 직후 제대혈 1cc 이하를 채취하거나 아기의 발뒤꿈치에서 채취한 소량의 건조혈반(DBS)만으로도 최첨단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다. 검사 및 분석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국가 연구비로 전액 지원되며, 만약 이상 소견이 발견될 경우 전문 의료진이 유선으로 즉각 진료 일정을 안내하고 체계적인 유전 상담을 제공한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국가적 검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질병관리청 역시 사후 치료 중심에 머물렀던 희귀유전질환 관리 체계를 '조기 발견과 선제적 예방' 중심으로 혁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원인 모를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 국가가 과학기술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시작을 책임지는 정밀의료의 시대가 '아기지기 프로젝트'와 함께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의학의 진보는 결국 생명을 살리고 인간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기지기 프로젝트'는 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을 신생아 공중보건에 접목시킨 훌륭한 시도이다. 아이들이 숨겨진 희귀질환의 위협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이 국가적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대한민국의 소아 희귀질환 관리 체계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