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이 지역별로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며 철저한 양극화 장세로 접어들었다. 서울 강북권과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뚜렷한 강세를 이어가는 반면, 부동산 시장의 최상위 포식자로 불리던 강남구는 3주 연속 하락이라는 굴욕을 맛보며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세제 개편안이라는 대형 변수와 매수 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시장은 철저히 실수요와 호재가 뒷받침되는 특정 지역 위주로만 자금이 쏠리는 양상을 띠고 있다.
KB부동산이 4일 공식 발표한 ‘주간 아파트시장동향’ 통계 데이터(8월 다섯째 주, 31일 기준)를 정밀 분석한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0% 상승하며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0.18% 오르며 전체적인 상승 장세를 주도했고, 서울은 0.23%, 경기도는 0.20%, 인천은 0.01%의 변동률을 각각 기록하며 수도권 전반에 걸친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거세다는 것을 입증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서울 내부의 극심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다.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25%) 대비 0.23%로 상승 폭이 다소 둔화했으나, 세부 지역별 온도 차는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강북권의 대장 격인 노원구는 무려 0.63%라는 경이로운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도봉구(0.45%), 성북구(0.42%), 구로구(0.39%), 종로구(0.35%) 등 이른바 비강남권 외곽 지역들이 매서운 상승세를 뽐냈다.
노원구의 이 같은 폭발적인 상승세는 시장에 적체되어 있던 저가 급매물들이 발 빠르게 소진된 이후, 새롭게 진입하는 매물들의 호가가 일제히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공릉동 일대의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상계동 중심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을 향한 매수세가 강력하게 유입되며 가격 상승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다만 현장에서는 매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눈높이를 한껏 높인 매도자와 여전히 저점 매수를 희망하는 매수자 간의 가격 간극이 벌어지며 실제 거래 체결은 다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의 중심축인 강남구와 용산구는 짙은 관망세 속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대통령실 효과’로 달아오르던 용산구는 전주 대비 보합(0.00%)으로 전환하며 상승 동력을 잃었고, 강남구는 0.04% 떨어지며 3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용산구는 최근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 이후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수 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 직격탄이 됐다. 강남구 역시 세제 개편의 구체적인 국회 통과 여부와 수정 방향을 지켜보겠다는 매수자들의 짙은 관망세가 시장을 덮쳤다. 이로 인해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개포동과 대치동 주요 추진 단지들마저 매수세가 끊기며 호가가 하락하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경기도 시장 역시 철저한 ‘국지적 핀셋 상승’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경기도 전체 매매가격은 0.20% 상승하며 전주(0.25%) 대비 열기가 다소 식었으나,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을 품은 안양시 동안구는 무려 0.74%나 폭등하며 전국 1위 상승률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동안구 일대에서는 이미 높아진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인 추격 매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내 랜드마크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는 연일 신고가가 경신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어 광명시(0.60%), 수원시 영통구(0.52%), 화성시 동탄구(0.51%), 용인시 수지구(0.47%), 군포시(0.46%) 등 경기 남부 굵직한 주거 타운들이 강세를 이어갔다. 반면 외곽 지역인 이천시(0.20%), 안성시(0.14%), 파주시(0.08%) 등은 수요 이탈로 인해 눈에 띄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인천은 0.01%의 미미한 상승률로 3주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매매 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실수요자들의 피난처인 전세 시장마저 연쇄 상승을 거듭하며 서민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수도권(0.15%), 서울(0.19%), 경기(0.14%), 인천(0.07%) 모두 오름세를 유지했으나, 전주보다는 그 폭이 소폭 축소됐다. 서울 내에서는 직주근접성이 뛰어난 종로구(0.48%)와 매매가 상승의 진원지인 노원구(0.46%)가 전세가 상승마저 주도했다. 성북구(0.34%), 송파구(0.32%), 중랑구(0.32%) 역시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매가가 추락 중인 강남구는 전세가격 역시 0.03% 떨어지며 매매와 전세가 동반 하락하는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인 가격 상승 지표와는 별개로, 시장 내부에 흐르는 실질적인 매수 심리는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주택 시장의 활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78.0을 기록,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하며 3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다는 것은 현재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의미로, 철저한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었음을 뜻한다. 권역별 심리 격차도 뚜렷하다.
노원구 등이 포진한 강북 14개 구의 매수우위지수는 87.7로 전주보다 0.4포인트 반등하며 기대감을 반영했지만, 강남 11개 구는 69.3으로 무려 2.2포인트나 급락하며 7주 연속 하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국 매수우위지수 역시 45.8로 전주보다 0.6포인트 떨어지며 전국적인 부동산 투자 심리 위축을 시사했다.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는 상승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내면의 매수 심리는 철저히 냉각되어 가는 전형적인 과도기적 장세다. 강남의 하락과 노원·안양의 폭등이라는 이례적인 역전 현상은 현재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철저하게 규제 회피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정책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각자도생’의 부동산 디커플링 장세가 고착화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