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을 앓고 있는 기저질환자가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뇌혈관의 기능적 손상과 노화가 일반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진행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은 당뇨와 초미세먼지 노출이 뇌혈관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공통적인 병리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산화스트레스 및 세포사멸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자유 래디컬 생물학 및 의학(Free Radical Biology and Medicine)' 2026년 243권에 공식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이 손상되어 뇌 조직에 필수적인 혈액과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중증 질환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며, 2024년 기준 국내 치매 사망자 중 혈관성 치매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0.7명에 달한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촉진하는 BACE1 단백질과 스트레스 반응성 노화 지표인 GDF15 단백질이 뇌혈관 손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박사 연구팀은 사람의 뇌미세혈관 내피세포, 당뇨 환자 유래 혈관내피세포, 미세먼지에 노출된 실험동물 모델(C57BL/6 쥐 및 db/db 당뇨 생쥐), 그리고 실제 혈관성 치매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거나 당뇨가 있는 조건 모두에서 뇌혈관 장벽(BBB)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ZO1과 Occludin이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혈관 변성을 유도하는 인자인 aSMA와 Ncadherin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내피중간엽 이행(EndMT)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혈관 내피세포가 본연의 방어 기능을 잃고 구조적 손상이 초래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당뇨 환자 유래의 혈관내피세포에 낮은 농도의 초미세먼지를 추가로 노출했을 때, 정상 세포 대비 혈관 장벽 유지 단백질(ZO1)이 36% 더 감소하고, 혈관 변성 인자인 Ncadherin과 aSMA는 각각 50%, 70% 이상 폭증하는 등 기능 이상이 극대화됐다. 이는 혈관 생리적 스트레스가 이미 높은 당뇨 환자가 미세먼지라는 환경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뇌 조직으로 유해물질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혈액뇌장벽 파괴 현상에 극도로 취약해짐을 시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2026년 발표한 '치매 위험 감소 가이드라인 제2판'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는 핵심 환경 중재 방안으로 대기오염(실외 대기오염 및 가정 내 공기오염) 노출 최소화를 새롭게 권고했다. WHO는 연평균 PM2.5 미세먼지 농도를 5 µg/m³ 이하로 유지할 것을 제시하며, 대기오염물질이 혈류를 통해 뇌로 침투하여 만성 신경염증과 신경 퇴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원호 질병관리청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당뇨 등 기저질환자는 미세먼지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뇌혈관 노화 및 뇌손상이 더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기질 정보를 확인하여 야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맞춤형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미 혈관 내 산화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 외부 환경 인자에 대한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대기오염을 뇌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공식 지목한 만큼, 일상적인 혈당 및 혈압 관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노출 차단이 필수적인 치매 예방 수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철저히 야외 활동을 제한하고, 꾸준한 두뇌 활동과 호흡기 보호를 병행하여 뇌혈관 노화를 늦추는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