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25.7조원으로 확대…‘더 주기’ 시작했지만 구조개혁은 미뤘다

하위 30% 월 38만원·저소득 부부감액 완화…소득 하위 70% 수급 틀은 유지

저소득 노인 지원 강화했지만 대상 선정방식 개편은 보류…재정 지속가능성 과제로

기초연금 예산 23.1조원→25.7조원…노인빈곤 완화와 재정부담 함께 따져야

  1. ‘하후’는 시작했지만 ‘상박’은 빠져…기초연금 개편 어디까지 왔나
  2.  
  3. OECD 노인빈곤율 39.7%…기초연금 확대 효과와 장기 재정 함께 살펴야

 

 

정부가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을 25조7천억 원으로 늘리고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차등지급 방식을 도입한다.

 

소득 하위 30%의 지급액을 월 38만 원으로 높이고 저소득 부부의 감액률도 낮춘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는 현행 목표수급률은 유지한다. 

 

저소득층 보장은 강화했지만 기초연금의 대상 선정방식과 장기 재정부담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초연금 대상 선정방식과 장기 재정부담을 둘러싼 논의의 필요성을 표현한 이미지 (AI 제작)

 

하위 30% 월 38만원…저소득층 더 주는 ‘하후’ 도입

정부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는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초연금 예산은 2026년 23조1천억 원에서 2027년 25조7천억 원으로 11% 늘어난다. 

금액으로는 약 2조6천억 원 증가한다.

 

정부안의 가장 큰 변화는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액에 차이를 두는 ‘하후’ 방식의 도입이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348만 명에게는 월 38만 원을 지급한다. 

하위 30~45%에 해당하는 174만 명에게는 물가와 연동해 월 35만9천 원을 지급한다. 

나머지 하위 45~70% 구간의 290만 명에게는 월 35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모든 기초연금 수급자의 연금을 같은 폭으로 올리는 대신 소득이 낮을수록 더 지급하는 구조다.

 

부부감액 20%에서 10%로…저소득 부부 수령액 더 늘어

저소득 부부가구에는 차등지급과 부부감액 완화가 함께 적용된다.

 

현재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받을 기초연금액의 20%를 감액한다. 

정부는 소득 하위 45% 이하 부부 수급자 234만 명에 대해서는 감액률을 10%로 낮출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30% 부부가구가 받는 기초연금은 월 56만 원에서 최대 68만4천 원으로 12만4천 원 늘어난다.

하위 30~45% 부부가구는 월 56만 원에서 최대 64만6천 원으로 8만6천 원 증가한다.

 

저소득 부부가구에서는 개인별 지급액 인상과 부부감액 완화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가구 단위 수령액의 증가폭이 커지는 구조다.

 

일부 저소득 직역연금 수급자·배우자도 지원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도 확대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권자와 배우자가 원칙적으로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일부 예외가 적용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소득 하위 45% 이내인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상 대상은 11만 명이다.

 

다만 모든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가 새롭게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급 여부는 소득 요건 등 최종 지급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하후’는 시작했지만 ‘상박’은 이번 안에서 빠져

이번 개편을 평가하려면 무엇이 바뀌었는지뿐 아니라 바뀌지 않은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을 논의하면서 현행 소득 하위 70% 목표수급률 방식 대신 소득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2027년 정부안에서는 소득 하위 70%라는 현행 목표수급률을 유지했다.

저소득층의 급여를 높이는 ‘하후’는 반영했지만 수급 범위를 조정하는 이른바 ‘상박’은 이번 개편에 포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은 기초연금의 대상과 역할을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하기보다 현행 수급 범위를 유지하면서 저소득층의 급여를 강화한 부분 개편의 성격이 강하다.

 

왜 ‘하위 70%’를 계속 유지할지는 남은 쟁점

기초연금의 목표수급률을 소득 하위 70%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는 향후 제도 개편에서 다시 논의할 쟁점이다.

 

기초연금을 노인빈곤 완화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빈곤 위험이 큰 계층에 재원을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수급 범위를 줄이면 현재 기초연금을 받는 일부 노인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급자와 필요한 재정 규모가 달라진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장기적인 수급 범위를 결정하려면 노인빈곤 완화 효과와 수급자의 소득분포, 국민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의 성숙도, 필요한 재정 규모를 함께 따져야 한다.

 

OECD 노인빈곤율 39.7%…저소득층 지원 필요성 여전

기초연금 확대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를 빼놓기 어렵다.

 

OECD의 ‘Pensions at a Glance 2025’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상대적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령에 따른 차이는 더 크다. 

66~75세의 빈곤율은 29.8%인 반면 75세 초과는 54.0%에 이른다.

고령층의 소득 수준도 낮다.

 

한국 65세 초과 인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인구 평균의 68.2% 수준이다. OECD 평균은 87%다.

이런 지표를 보면 저소득 노인의 노후소득을 보완할 정책적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월 38만원으로 노인빈곤 얼마나 줄일지는 아직 몰라

저소득층에 더 지급한다고 해서 이번 개편만으로 노인빈곤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지는 현재 단계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안에서 소득 하위 30%의 기초연금은 월 38만 원이다. 기존 지급액과 비교하면 약 3만 원 추가되는 구조다.

 

하지만 노인의 실제 생활 수준에는 기초연금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액과 근로소득, 재산, 주거비, 의료비, 가구 형태 등 여러 요인이 노후소득과 생활비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번 개편의 빈곤 완화 효과는 시행 이후 저소득 노인가구의 가처분소득과 상대적 빈곤율 등이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인한 뒤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예산 2.6조원 증가…장기 재정은 별도 검토해야

기초연금 확대와 함께 살펴봐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재정이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7천억 원으로 2026년보다 약 2조6천억 원 늘어난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지급액을 올리지 않더라도 수급자 증가에 따라 전체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월 발표한 ‘노인 지원 사업의 재정전망과 기초연금 시나리오 분석’은 기초연금의 지급액과 수급 대상에 따라 장기 재정소요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7년부터 소득 하위 30% 이하의 기준연금액을 월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별도 시나리오에서 향후 10년 동안 기준선보다 23조9천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27년부터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노인 소득 하위 80%로 확대하는 시나리오에서는 10년간 47조1천억 원의 추가 재정소요를 예상했다.

이 수치는 이번 정부안의 장기 비용 추계가 아니다.

 

정부안은 소득 하위 30% 지급액을 월 38만 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지급액과 수급 대상을 다르게 설정한 가상 시나리오다.

 

따라서 23조9천억 원이나 47조1천억 원을 이번 기초연금 개편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 분석은 기초연금의 지급액과 수급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장기 재정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인빈곤 완화와 재정 지속가능성 함께 따져야

재정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연금 확대의 필요성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OECD 통계에서 확인되는 높은 노인빈곤율을 고려하면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장 역시 중요한 정책 과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논점은 기초연금을 단순히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가 아니다.

 

어떤 소득계층에 얼마를 지급해야 빈곤 완화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필요한 재원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이번 정부안은 첫 번째 문제에 대해 저소득층 차등지급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전체 수급 대상의 적정 범위와 장기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계도 장기 과제

기초연금의 장기적인 역할을 정하려면 국민연금 등 다른 노후소득보장제도와의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한다.

 

현재 고령층 가운데에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거나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국민연금 제도가 성숙하면서 장기간 보험료를 낸 수급자도 늘어나게 된다.

 

노인의 공적연금 소득구조가 달라지면 기초연금의 적정 지급 대상과 급여 수준에 관한 논의도 달라질 수 있다.

 

기초연금의 목표수급률을 계속 소득 하위 70%로 유지할 것인지, 저소득층에 어느 정도까지 급여를 집중할 것인지도 이런 변화와 함께 검토할 문제다.

 

시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나는 얼마나 받나’

정책 논쟁과 별개로 현재 기초연금을 받는 시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연금액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는지다.

 

이번 정부안에 따른 변화 폭은 소득 구간과 부부 수급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

 

특히 ‘2027년 기초연금이 월 38만 원으로 오른다’고 단순하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월 38만 원은 정부안에서 소득 하위 30%에 적용하는 금액이다.

 

하위 30~45%는 월 35만9천 원, 하위 45~70%는 월 35만 원으로 지급액이 다르다. 

부부가 모두 수급자라면 부부감액 적용 여부도 실제 수령액에 영향을 준다.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도 모두 새롭게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 실제 지급액은 최종 소득 기준과 소득인정액 산정방식, 부부감액 적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아직 확정된 2027년 기초연금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은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방안이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급구조 변경에 필요한 관련 법령 개정과 세부 시행기준 확정 절차도 남아 있다.

 

따라서 월 38만 원 지급이나 부부감액 완화를 이미 확정된 2027년 기초연금 제도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국회 심의와 법령 개정 과정에서 지급액과 적용 대상, 시행방식 등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정부안의 변화는 분명하다.

소득 하위 70%라는 현행 수급 틀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초연금의 급여구조를 조정했다.

 

동시에 남은 문제도 있다.

저소득층의 급여는 높였지만 장기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기초연금을 지급할지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재정 확대와 안정적인 재원 조달 문제도 계속 검토해야 한다.

 

기초연금 개편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예산과 지급액 증가만 볼 수 없다.

저소득 노인의 빈곤을 실제로 얼마나 줄였는지, 필요한 계층에 재원이 효과적으로 배분됐는지, 증가하는 비용을 장기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작성 2026.09.03 17:23 수정 2026.09.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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