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축적한 500만 건 이상의 건강조사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개인의 고혈압·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도를 알려주는 공공 건강서비스가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참여자 가운데 수신에 동의한 약 10만 명에게 ‘AI 기반 개인 맞춤형 건강리포트’를 제공하고, 올해 운영 결과를 토대로 서비스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500만 건 건강데이터와 ‘나’를 비교한다
건강검진이나 건강조사 결과를 받아도 여러 수치가 자신의 연령대에서 어느 수준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혈압이나 체중뿐 아니라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 가운데 무엇을 먼저 살펴야 할지 막막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청이 이번에 시범 제공하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건강리포트는 국가가 장기간 축적한 건강조사 데이터를 개인 건강관리 정보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0년간 누적된 500만 건 이상의 국가건강조사 빅데이터를 정제해 AI 학습용 핵심 데이터로 구축했다.
AI 모델은 개인의 신체 지표와 생활습관을 분석해 고혈압·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한다.
거주지역과 성별·연령이 비슷한 또래 집단과 비교해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보여준다. 분석 결과는 신호등과 그래프 등으로 시각화한다.
단순히 건강 관련 수치를 나열하기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내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이 어느 수준인가’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1500명 계획했는데 10만 명 신청…대상 전원에 제공
당초 올해 시범사업 목표는 1500명이었다.
하지만 약 10만 명이 맞춤형 건강리포트 수신을 희망하면서 질병관리청은 신청자 전원에게 리포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리포트는 8월 31일부터 5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송한다. 개인별 수신 시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별도의 앱을 설치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할 필요는 없다.
카카오 알림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받은 링크를 통해 리포트를 확인하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긴 글이나 복잡한 건강정보를 읽기 어려울 수 있는 고령층 등을 위해 AI가 핵심 실천사항을 요약해 설명하는 개인 맞춤형 ‘1분 동영상’도 제공한다.
모바일 화면 구성에는 ‘국민생각함’을 통해 진행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
AI가 ‘위험하다’고 하면 질병이 있다는 뜻일까
AI 건강리포트를 이용할 때 가장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은 ‘위험도 예측’과 ‘질병 진단’을 구분하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AI 모델이 개인의 신체 지표와 생활습관을 분석해 고혈압·당뇨병 등 주요 만성질환 위험도를 예측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질환을 진단받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진단은 의료기관에서 필요한 검사와 의료진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리포트에서 위험도가 높게 나왔다면 자신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필요하면 건강검진이나 의료진 상담을 받는 데 참고할 수 있다.
반대로 AI 분석에서 위험도가 낮게 나왔다고 해서 현재 질환이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AI 건강리포트의 위험도는 의료기관의 검사와 진단을 대신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구분해야 한다.
약 먹는 사람과 예방 필요한 사람, 건강정보도 다르게
이미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으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과 아직 질환을 진단받지 않고 예방적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같은 정보를 제공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를 고려해 약을 복용 중인 사람과 예방적 관리가 필요한 사람을 구분하는 이원화 방식을 적용했다.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복약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예방적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상에 맞는 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고 있는 사람은 AI 리포트의 위험도나 건강정보만 보고 처방받은 약의 복용량을 임의로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AI가 제공하는 건강정보와 의료진이 개인의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행위는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AI는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산출 근거도 공개
건강정보를 AI가 분석할수록 결과뿐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리포트의 모든 섹션에서 결과 산출 근거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용자가 조사에서 어떤 문항에 어떻게 답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건강상태가 판정됐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 분석의 의학적 신뢰성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검증도 진행했다.
의료·헬스케어·인공지능 분야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리포트와 분석 체계를 검증했다.
다만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는 사실과 AI 분석 결과가 개인에게 내려지는 의료적 진단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용자는 리포트가 어떤 정보를 토대로 결과를 제시했는지 확인하면서 건강관리 참고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내 건강정보, AI가 분석해도 괜찮을까
개인의 건강정보를 AI가 분석하는 서비스에서는 정보의 정확성뿐 아니라 개인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은 수집·분석한 개인정보를 국가 보안 규정에 따라 암호화하고, 보안성이 확보된 폐쇄망 인프라에서 관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리포트는 질병관리청 내부에 도입된 고성능 GPU 서버를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한다.
서비스가 앞으로 확대된다면 이용자가 자신의 어떤 정보가 분석에 활용되는지, 분석 결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함께 살펴볼 부분이다.
10월부터 일반 국민 대상 AI 건강상담 추진
현재 맞춤형 건강리포트는 2026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참여자 가운데 수신에 동의한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시범 제공한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0월 홍보 누리집에 ‘지능형 24시간 AI 건강상담 챗봇’을 연계 구축해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간이 설문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방을 추진한다.
올해 시범 운영 자료와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I 알고리즘도 보완할 계획이다.
이어 2027년부터 연간 약 23만 명에 이르는 지역사회건강조사 참여자 전체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 지역사회건강조사 역시 전국 19세 이상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다만 10월 일반 국민 대상 서비스와 2027년 전면 확대는 9월 1일 현재 시행이 완료된 내용이 아니라 질병관리청이 밝힌 향후 추진 계획이다.
국가 건강조사 데이터, 개인 건강관리 정보로 돌아온다
지역사회건강조사는 지역주민의 건강실태를 파악하고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다.
2026년에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약 23만 명을 대상으로 건강행태와 건강지식,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이환, 의료이용 등을 조사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이렇게 축적한 국가 건강조사 데이터를 통계 생산과 정책 수립뿐 아니라 조사 참여자 개인의 건강관리 정보로 돌려준다는 데 특징이 있다.
AI를 활용하면 대규모 데이터에서 연령·성별·거주지역 등이 비슷한 집단과 자신의 건강상태를 비교하고, 개인의 신체 지표와 생활습관을 토대로 주요 만성질환 위험도를 살펴볼 수 있다.
다만 리포트가 보여주는 위험도와 비교 결과는 질병을 확진하는 진단서가 아니다.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필요한 경우 검진이나 의료진 상담을 받는 데 참고하는 정보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AI가 제시하는 건강정보의 정확성과 함께 이용자가 결과를 얼마나 쉽게 이해하고 실제 건강관리에 활용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