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거치면서 감염병 검사 결과는 우리 일상과 더욱 가까워졌다.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확진자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느냐는 개인의 치료뿐 아니라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대응에도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그렇다면 감염병을 검사하는 기관의 검사 결과는 어떻게 신뢰성을 확보할까.
질병관리청이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을 대상으로 감염병 검사 전 과정을 점검하는 시범평가에 들어간다.
단순히 검사 결과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체 접수부터 검사 수행, 결과 보고에 이르기까지 인력과 장비, 시설, 검사 절차 등 실험실 운영 전반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지역 감염병 대응 맡는 보건환경연구원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검사 수요에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 감염병 검사기관이다.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수행하는 법정감염병 검사는 연간 140만 건 이상이다.
감염병 의심 환자가 발생하거나 집단감염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신속한 검사를 통해 병원체를 확인하는 것은 이후 방역조치와 환자 관리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검사량이 많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검사 결과의 정확성과 일관성이다.
같은 기준에 따라 검사가 이뤄지고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결과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이번 평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최종 검사 결과뿐 아니라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평가는 모두 94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문서와 기록 등을 관리하는 ‘실험실 운영’ 26개 문항, 인력·장비·시설 등을 살펴보는 ‘기술’ 31개 문항, 검사능력 등을 평가하는 ‘감염병 검사’ 32개 문항, ‘실험실 위기대응’ 5개 문항이다.
검체가 검사기관에 도착한 순간부터 실제 검사가 진행되고 최종 결과가 보고되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평가기준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기준도 고려된다.
정확한 검사 위해 인력·장비·시약까지 관리
감염병 검사는 검사 장비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검사법이 적절한지, 검사에 사용하는 장비와 시약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검사 인력이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등 여러 요소가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체를 잘못 관리하거나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최종 결과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검사실에서 문서와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시범평가에서도 검사법, 장비, 시약, 인력 등을 포함해 감염병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필요한 검사 과정 전반의 관리·운영이 적절한지를 살펴본다.
평가는 각 보건환경연구원이 먼저 자체적으로 실험실 전반을 점검해 결과를 제출한 뒤 감염병 검사와 검사기관 평가 전문가들이 현장을 방문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종 감염병 발생하면 ‘검사실 위기대응’도 중요
평가 항목에는 ‘실험실 위기대응’도 포함됐다.
평상시 감염병 검사뿐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유행이나 새로운 감염병 발생으로 검사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검사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병 위기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검사량이 급증할 수 있다.
검사 인력과 장비 운영, 검사 물량 처리, 결과 보고 등이 동시에 원활하게 이뤄져야 방역당국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평상시 검사 정확성을 관리하는 것과 함께 위기 상황에서도 검사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 감염병 대응 능력의 한 부분인 셈이다.

2027년부터 본 평가…올해는 문제점 찾는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검사에 특화된 실험실 표준 운영체계를 마련해 각 기관에 도입해 왔다.
검사실 운영 수준과 검사능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평가체계는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시범평가는 8월 말부터 10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기준과 방법을 보완하고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도 찾을 예정이다.
시범평가에서 확인된 보완 사항과 개선방안은 올해 12월까지 도출하며, 2027년부터 본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의 출발점은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감염병 검사 결과는 단순한 숫자나 ‘양성·음성’ 판정에 머물지 않는다.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 치료와 관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고, 감염병 발생 규모를 파악하거나 접촉자 관리와 방역조치 등을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때문에 검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검사 기술뿐 아니라 검체 관리, 검사 인력, 장비와 시약, 결과 보고, 기록관리 등 검사체계 전체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청이 검사기관별 최종 결과만 비교하는 대신 검체 접수부터 결과 보고까지 전 과정을 평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국의 공공 검사기관이 같은 수준의 검사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다음 감염병 위기에 대비하는 기본 인프라 가운데 하나다. 새로운 병원체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 못지않게, 그 검사 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도 감염병 대응 역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