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을 가진 물질 - 불소

불소의 양면성

독성과 살균 능력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시고, 어린이가 사용할 경우 지도·감독하여 주십시오. 만일 많은 양을 먹었을 경우 의사와 상의해 주십시오.”어떤 물건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일까? 많은 양을 먹지 말라는 문구를 보면 먹을 수 있는 것 같은데,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지금껏 치약 겉면을 눈 여겨 보지 않았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경고문은 불소가 함유된 치약이라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 주의 사항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입안을 들락거리는 치약! 헹궈낸다지만 언제 목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일이다. 먹는 식품은 아니라지만 입에 들어가면 위험하다니 이빨 닦는 일도 조심조심 하지 않으면 위험한 걸까?

 

<사진: pixabay>

치약을 많이 먹으면 위험한 것은 함유된 불소 성분 때문이다. 이는 불소 성분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더라도 평소 치약의 몇 가지 쓰임을 알고 있다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치약 겉봉에는 ‘양치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적혀 있지만 한 번 그 쓰임을 알게 된 사람에겐 만능 도구다. 우선 찌든 때를 빼는데 탁월하다. 컵에 인이 박힌 커피 자국이나 타일 틈새의 찌든 때도 치약을 묻혀서 닦으면 깔끔하다. 옷에 묻은 빠지지 않는 얼룩들도 치약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쯤이면 치약이 제법 독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웬만한 살충제에는 죽지 않는 지독한 생명력의 바퀴벌레도 불소가 든 치약에 닿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쩐지 섬뜩해진다. 다시 한 번, 이걸 입안에 넣어도 되는 걸까?

치약에 함유된 불소의 양은 양치 용도로 사용하고 헹궈낼 경우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으니 우선 안심하고 불소의 특징을 살펴보자. 불소는 원소기호 F로 정식 명칭은 ‘플루오르(Fluorine)’다. 불소는 붕산과 함께 살충제나 쥐약 등의 주 원료로 사용되며, 그 독성은 비소 다음이며, 납보다도 강하다. 우리나라의 폐기물관리법에서도 불소는 오염물질로 취급된다. 폐수에서의 오염물질의 처리기준’에 따르면 불소는 청정지역에서 3ppm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이렇듯 독성이 강한 불소지만,충치 예방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불소의 충치 예방 기능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관련 보고는 20세기 초부터 있었으나 불소 성분의 충치 예방이 입증된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다.

 

1931년대 미국의 화학자 ‘페트레이(Petrey)’는 음료수 내에 불소가 함유되어 있을 경우 치아 색은 갈색이지만 충치가 거의 발생치 않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 1939년 ‘댄(Dean)’은 미국 21개 도시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음료수내의 불소함량과 충치 유병율 및 치아 색을 비교 조사한 후 음료수중에 약 1ppm의 불소가 존재하면 인체에 영향이 없으면서도 충치가 약 60% 정도 감소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은 상수도원에 일정량의 불소를 첨가해 인공으로 물을 불소화시켰다. 상수도원 자체에 불소를 투여하는 나라는 현재 30 여 개 국이다.

불소를 상수도원에 인공적으로 투여하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불소의 충치 예방 효과 자체가 불소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 고심하던 기업들이 운 좋게 찾아낸 방편일 뿐이며 충치 예방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우려다. 불소는 독성이 강하고 면역체계를 손상시키고 백혈구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장기간 다량 복용할 경우 관절염, 요통, 골다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벨기에와 같은 나라에서는 불소 화합물을 함유한 식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유해 독성 물질이면서도 한편으로 치아 건강을 위한 필수 물질로 인정 받고 있는 불소.

현재 이 불소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모두 관심을 더 갖고 적당량을 적절하게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글:과학향기 편집부)

 

작성 2026.08.30 19:10 수정 2026.08.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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