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mRNA 기술의 활용 범위가 감염병 예방을 넘어 암과 난치성 질환, 나아가 노화와 관련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치료 연구까지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확장의 핵심에는 mRNA 자체뿐 아니라 이를 원하는 세포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전달 기술’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질나노입자(LNP·Lipid Nanoparticle)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mRNA를 이용해 노화된 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키려는 연구와 관련 전달 기술 확보가 진행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바이오기업 턴 바이오테크놀로지스로부터 인수한 LNP 전달 플랫폼 ‘eTurna’의 핵심 기술인 이온화지질 관련 기술이 미국 특허청(USPTO)으로부터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아직 정식 특허 등록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미국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해 등록 결정이 내려진 단계로, 후속 절차를 거쳐 정식 특허로 등록될 예정이다.
기업의 특허 확보보다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주목할 부분은 mRNA 전달 기술이 향후 어떤 치료 영역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mRNA 치료제에서 왜 ‘운반 기술’이 중요할까
mRNA는 우리 몸의 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원하는 단백질을 체내에서 만들어 면역반응을 유도하거나 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키는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이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대규모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mRNA만 몸속에 넣는다고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mR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목표로 하는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운반체 역할을 하는 것이 LNP다.
LNP를 구성하는 핵심 성분 가운데 하나가 ‘이온화지질(ionizable lipid)’이다. mRNA를 감싸 보호하면서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전달 효율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결국 mRNA 치료제의 발전은 ‘어떤 정보를 담은 mRNA를 만들 것인가’뿐 아니라 ‘그 정보를 필요한 세포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가능한 셈이다.
코로나19 백신에서 암 치료 연구로 넓어지는 mRNA
mRNA 기술의 적용 분야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백신에 머물지 않는다.
암 치료 분야에서는 환자의 종양 특성을 분석해 특정 암 항원을 표적으로 하는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보다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mRNA가 특정 단백질을 일시적으로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단백질 대체치료,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세포 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이다.
세포의 상태를 변화시켜 노화 과정에서 저하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영역이다.
노화된 세포를 다시 젊게? ‘부분 리프로그래밍’이란
대웅제약이 턴바이오로부터 확보한 ERA(Epigenetic Reprogramming of Aging)플랫폼은 이른바‘ 부분 리프로그래밍(Partial Reprogramming)’을 연구하는 기술이다.
노화된 세포에 리프로그래밍 인자를 mRNA 형태로 전달해 세포 자체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노화 과정에서 변화한 일부 기능을 보다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부분’이라는 개념이다.
세포를 완전히 초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세포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기능적 변화를 유도하려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피부세포라면 피부세포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노화와 관련된 세포 기능의 일부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도 원하는 세포에 mRNA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LNP와 이온화지질 같은 전달 기술이 중요해진다.
피부세포·면역세포에서 가능성 확인…‘사람의 역노화’와는 구분해야
대웅제약이 확보한 이온화지질 관련 특허 명세서에는 인간 피부 섬유아세포와 노화 조직 등에 LNP를 전달했을 때 피부 재생과 관련된 지표인 콜라겐Ⅶ 발현과 세포 증식이 증가하고 일부 노화 관련 지표가 감소한 결과가 포함돼 있다.
T세포 등 면역세포에서도 전달 효율과 세포 생존율을 확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mRNA 전달 플랫폼이 피부나 면역세포 등 다양한 세포를 대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탐색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사람의 노화를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거나 ‘역노화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세포나 조직 수준에서 특정 지표가 변화하는 것과 실제 사람에게 치료제를 투여해 노화 관련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단계다.
현재 대웅제약 역시 관련 파이프라인을 전임상 단계에서 임상 진입을 추진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역노화 치료제’라는 표현은 이미 효능이 확인돼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의미하기보다 향후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 분야 또는 파이프라인의 방향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노화 자체보다 ‘노화 관련 질환’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에서 장기적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단순히 사람을 젊게 만드는 개념만은 아니다.
노화 과정에서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질환에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연구 과제다.
피부와 면역세포뿐 아니라 향후 특정 조직이나 장기에 mRNA를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한다면 적용할 수 있는 치료 영역 역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원하는 세포에만 정확하게 mRNA를 전달할 수 있는지, 필요한 정도만 세포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반복 투여 가능성과 면역반응, 독성 등 안전성 문제도 검증해야 한다.
특히 노화는 하나의 유전자나 세포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세포 수준의 변화를 곧바로 사람 전체의 노화를 되돌리는 효과로 확대해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mRNA 기술의 경쟁력, 이제 ‘무엇을 만들까’에서 ‘어디로 보낼까’까지
향후 mRNA 치료제 경쟁에서는 mRNA 자체의 설계 능력과 함께 전달 플랫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mRNA라도 어떤 조직과 세포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치료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미국 특허 등록을 추진하는 이온화지질 기술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 회사는 턴바이오의 관련 지식재산과 자산을 인수하고 mRNA 기반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이번 특허 등록 결정과 관련해 전임상 단계에 있는 관련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을 추진하고 역노화 신약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특허 확보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하나의 단계다. 실제 의료의 변화를 결정하는 것은 특허의 수보다 그 기술을 이용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mRNA라는 유전정보를 이용해 질병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후 암과 여러 난치성 질환으로 연구 영역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노화된 세포의 기능을 변화시키려는 연구까지 시도되고 있다.
다만 ‘세포의 노화 지표를 변화시키는 연구’에서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역노화 치료제’로 가기까지는 전임상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와 안전성 검증이라는 긴 과정이 남아 있다.
mRNA 기술의 다음 가능성을 판단할 때도 ‘노화를 되돌린다’는 기대보다 어떤 세포에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실제 질환 치료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